"엄마 작가지?"
예전에 브런치 팝업스토어에서 만들어왔던 카드, 일명 브런치 사원증(?)을 아이들에게 보여준 적이 있다. 교통카드와 신용카드를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카드의 위력은 상당하다. 내 사진이 떡하니 박혀 있기도 하고 작가라고 쓰여 있기도 하니 퍽 대단해 보였을 것이다. 가끔 필 받을 때 글 쓴다고 핸드폰을 붙잡고 있기도 했으니 저렇게 물어볼 만도 하다.
브런치에서 댓글로 소통할 때 '작가님'이라는 호칭이 낯설었다. 개인적으로 작가라는 호칭은 책을 출간한 사람들에게만 붙일 수 있는 것이라고 여겼다. 사실 지금도 그러하다. 방송작가, 그림작가 등 넓은 의미에서 글과 구성을 짓는 사람들을 작가라 칭하기도 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에서 보자면 작가는 책을 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꽤 전통적인 것을 고수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브런치에서 서로를 작가라고 칭하는 문화가 낯설면서도 나쁘게 보이진 않았다. 사회에서 흔히 '선생님'이라고 높여 부르는 말 같기도 했다. 어릴 땐 저분이 선생님도 아닌데 왜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크면서 익숙해진 호칭. 내가 당신께 배우겠다는 의미로 높여 부르는 말. 그것이 브런치에서는 작가님으로 통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당신의 글을 읽고 내가 삶의 지혜를 배우겠습니다, 하는.
글을 쓰는 플랫폼이니 작가라는 호칭은 필연적이기까지 했다. 조금 어색할지언정 이상할 건 없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발행하기 위해서는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어야 하고, 그것은 아무나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 도전과 더불어 이곳에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높여주고 존중해 주는 문화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실제로 '출간 작가'가 된 사람들이 있었다. 어쩌면 그들은 출간 작가가 되기 전부터 이곳에서 작가라고 칭해준 사람들 덕분에 작가의 정체성을 확립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된 것처럼, 브런치라는 이곳에서 누군가 작가라고 불러주었을 때부터 그는 작가가 된 것이다. 마침내 출간 작가로 탄생한 것이다. 이곳에서 작가이자 독자가 불러내고 만들어낸.
나는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을 믿는다. 그리고 이 말을 믿는 사람을 신뢰한다. 이 말을 믿는 사람들은 결코 말을 함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말의 힘만큼이나 글의 힘도 중요하다. 글에서는 무엇을 쓰느냐의 범위가 좀 더 넓어질 수 있지만, 어떤 마음과 의도로 쓰는지가 중요하다. 진실된 마음의 자세와 사랑으로 쓴다면, 어떤 소재로 쓰더라도 읽는 사람에게 그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자격을 먼저 내세워서 출간 작가에게만 작가의 호칭을 쓰는 게 맞다느니 하는 논쟁보다도, 먼저 믿어주는 사랑을 앞세우고 싶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출간작가를 염원하는, 그러나 출간작가가 되지 못한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호칭이라며 조소를 날리기보다는, 조용한 미소로 이 문화에 동참한다면 누구나 꽃밭에 설 수 있을 것이다. 만개한 꽃이 가득한 글밭에서 나를 기쁘게 하는 문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김춘수 시인의 <꽃>을 인용하였습니다.
* 사진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