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 말단 사원, 연년생 두 아이의 엄마로 열심히는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아지는 게 없다. 월급을 비롯하여 남는 게 없다. 주말이라도 쉬고 싶지만 아이들을 위해 외출을 감행한다.
나들이를 가면 외식비에 입장료에, 돈은 돈대로 쓰고 체력은 바닥난다. 다음 주 주말이 또 걱정이다. 네이버에 ‘아이와 갈만한 곳’들을 검색해 본다.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곳들은 이미 예약이 마감되었다. 평일만 자리가 남아있는데 워킹맘은 휴가 쓰는 것도 쉽지 않다. 점점 4인가족의 입장료와 외식비가 부담스러워진다.
도시락 싸들고 공원으로만 다니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한정된 곳에서만 쌓는 추억은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나마 남는 건 사진이라서 예쁘게 나온 사진들에 위안을 얻는다. 이렇게 주말이 마무리된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간다. 그와 동시에 나도 늙고 있었다. 유일하게 남는 것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아이들과 함께 한 추억이었다. 그러나 그 추억을 쌓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나의 푸념에 육아선배가 말하길 아이들은 어딜 가나 잘 모른다고, 굳이 비싼 돈 들여 여행할 필요는 없다고 위로했다. 그건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내가 바란 건 여행까지도 아니었다. 그저 일상에서 맛있는 것 먹고, 몸이 지칠 때 고민 없이 배달음식 시켜 먹고, 키즈카페 가서 마음껏 뛰어노는 것만 해도 바랄 게 없었다. 그런 일상도 내게는 사치였다.
돈이 있는데도 안 사는 것과, 돈이 없어서 못 사는 것은 천지차이다. 경험해 본 자는 안다. 경험해 봤으니 안다. 그런 사람은 돈이 있어도 안 사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나는 '돈이 있어도 안 살 수 있는' 선택권을 박탈당한 기분이었다. 자연스레 아이들에게도 선택지를 들이밀지 못했다. 애들도 알 건 다 안다. 이것도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