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 May 27. 2024

체험단이라는 신세계


블로그 체험단 사이트는 생각보다도 훨씬 많았다.  대형 사이트에서는 지역별 맛집, 숙박, 놀거리에 대한 체험 캠페인이 가득했다. 체험단 활동은 보통


1. 체험단 사이트에 가입해서

2. 등록된 상품 및 서비스체험을 신청

3. 선정발표 이후 일정조율 및 체험

4. 기간 내 후기를 등록


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잘 구축된 공식적인 사이트가 없더라도 블로그나 카페로 모집을 받는 경우도 있다. 신생 체험단들도 계속 생겨나고 다.


처음에는 내가 갈 수 있는 거리의 범위 내에서 경쟁률이 낮은 곳 위주로 지원을 했다. 그러다가 점점 반경이 넓어졌다. 나는 특히 방문체험을 위주로 신청했다. 그동안 서울에 살면서도 집과 회사, 동네 위주로만 지냈기 때문이다. 생활권이 점차 넓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끼 식사만을 위해 움직이기엔 왕복 교통비와 시간이 아까웠다. 체험하러 간 김에 그 근처에서 들를만한 곳을 검색하고 동선을 짰다. 신청기간과 선정발표 기간이 엇비슷한 체험들을 훑어냈다. 그러다 보니 숙소와 식사, 후식, 놀거리까지 전부 체험단으로 구성하기도 했다.


체험단은 선정된 이후에 넘겨받은 업체 연락처로 방문일정을 조율한다. 이것도 약속이니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페널티가 부여된다. 나는 자연스럽게 파워 J, 계획형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딜 갈까, 뭘 먹을까 하던 고민의 형태가 달라졌다. 가성비를 고려한 선택지가 아니었다. 제공내역과 지역, 먹고 싶은 음식들 위주로 '선택'해서 신청했다. 물론 이것도 선정되어야만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나의 '선택'이라는 행위가 포함되었다. 행복한 고민을 하는 과정이 있었다.


나는 그저 먹고 마시고 놀러 다니면서 느낀 점을 일기 형태로 썼다. 그저 약간의 정보만 추가했을 뿐이다. 기본 정보로 상호명만 검색하면 나오는 운영시간을 그대로 기재하고, 주소를 클릭해서 지도를 첨부했다. 내가 직접 생산해 낸 것이라곤 먹고, 마시고, 놀며 찍었던 사진과 글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원하는 자연스러운 형태의 후기가 되었다.


간단하게 언급했지만 한 개의 글을 발행해 내는 과정에서 초반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어떤 종류의 글이든 글쓰기는 쉬운 작업은 아니다. 글쓰기는 자기만족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체험단 글쓰기는 가이드에 맞춰서 써야 하기 때문에 더욱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가이드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다. 오히려 업체에서도 '자연스러운' 후기글을 원한다. 그러니 기본 조건만 충족시킨다면 체험단 글쓰기는 그 어떤 글보다 자유롭다.


물론 욕심이 과하면 자유를 누릴 수 없다. 먹은 것들은 죄다 소화되고 내 몸에서 빠져나갔는데, 나는 다시 글을 생산해내야 한다. 한두 건이면 모를까 며칠에 걸쳐서 누린 것들의 대가를 치르자니 설거지가 쌓여있는 기분이다. 그래도 진짜 설거지보다는 낫다. 설거지를 좋아하는 사람은 식기가 뽀드득 깨끗해지는 것에서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나는 글을 쓰며 만족을 얻는다. 씻겨내는 대신 또 다른 추억을 쌓는다. 추억과 함께 글쓰기의 근력을 늘리는 중이다.


이전 11화 협찬받는 인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