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의 일방적 환불 거부, 계약 무효로 돌리다

by 안영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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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의뢰인과 함께하는 안영진 변호사입니다.


"계약서에 명시돼 있던 환불 조항을 믿고 조합에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토지는 확보되지 않았고, 환불은 커녕 연락도 끊겼어요."


의뢰인이 처음 제게 상담을 요청하러 왔을 때, 그는 이미 9천만 원 가까운 분담금을 납부한 상태였습니다. 지역주택조합이 토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환불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가입한 것인데, 조합은 해당 조항이 무효라며 환불을 거절하고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 환불 약정을 무기로 조합과 싸워 결국 계약 무효를 받아낸 실제 사건에 대한 기록입니다. 주택조합 가입을 고민 중이거나, 이미 가입한 후 환불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면 이 글이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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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을 약속한 계약서, 조합은 왜 무효라 주장했을까"


경기도 D지구에서 추진 중이던 지역주택조합. 의뢰인은 조합 측의 모집공고를 보고 가입했습니다. 조합은 홍보 당시, "2년 안에 토지 계약이 완료되지 않으면 전액 환불해주겠다"는 조건을 명시했는데요. 실제로 조합은 설립 인가조차 받지 못한 채 수년을 끌었고, 토지 확보율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정당한 권리라고 생각하며 환불을 요구했지만, 조합은 '그 약속은 총회 결의 없이 체결된 무효 약정'이라며 거부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습니다. 조합은 비법인사단으로 구성돼 있고, 조합 자금은 '총유물'로 취급됩니다. 다시 말해 조합원 전체의 공동 재산이기 때문에, 특정 조합원에게 계약금을 반환하는 것은 전체 재산에서 일부를 임의로 처분하는 것이며, 이는 조합원 총회의 결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논리였습니다. 조합은 이 논리에 기대어 계약서상의 환불 조항이 무효라고 주장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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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무효를 인정받기 위한 싸움, 총회의 그림자를 추적하다"


제가 이 사건에서 가장 먼저 파악한 것은 조합의 조직 구조와 운영 방식이었습니다. 조합 측은 창립총회 당시 해당 환불 조항을 정식 안건으로 올렸으며, 조합원들이 동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회의록이나 설명자료 어디에도 환불 조항에 대한 명확한 의결 내용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모집공고와 창립총회 안건 사이의 불일치, 조합 운영자들이 총회 없이 단독으로 환불 약정을 체결한 정황 등을 수집해 나갔습니다.


특히, 조합이 토지 매입 실패에도 불구하고 환불을 미루며 자금을 계속 운영해왔다는 사실은, 자금의 실질적 관리·처분에 대한 절차적 위반을 입증하는 핵심 단서였습니다. 저는 이 점을 근거로 환불 약정이 조합의 정관이나 총회 의결 없이 체결된 무효 약정이며, 그 약정이 무효라면 조합원과의 계약 전부가 무효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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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은 왜 총회를 거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실무적으로 보면, 많은 조합들이 초기 사업 추진을 위해 조합원 모집 시점에 다양한 유인책을 제시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환불 보장" 약속입니다. 하지만 이 약속이 조합의 실체적 의사결정 과정인 총회를 거치지 않았다면, 해당 약속은 결국 공허한 문구일 수밖에 없습니다.


의뢰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조합 측은 계약 체결 당시 총회 결의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조합원들에게 계약 변경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환불 조항을 명시한 계약서가 총회 의결을 거친 증거도 없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조합 회계자료, 회의록, 창립총회 관련 서류 등을 종합 분석해 객관적으로 입증했고, 이 점이 판결의 결정적 기반이 되었습니다.


또한 조합이 환불을 미루면서도 자금을 계속 운용하고 있었다는 점은, 조합원 간 형평성을 해치는 행위이며 총유물의 임의 처분이라는 점에서 책임이 무겁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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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의 판단은 명확했습니다, 계약은 무효입니다"


법원은 조합이 비법인사단으로서 소송 당사자성을 갖는다고 보았고, 조합원 분담금은 조합의 공동 재산인 총유물로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환불 조항은 총유물의 처분행위로, 조합원 총회의 결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결국 조합이 총회 결의 없이 설정한 환불 약정은 무효이고, 그 조항이 계약의 핵심 조건이었다면 전체 계약도 무효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입니다.


민법 제137조는 계약의 일부가 무효일 경우, 나머지 계약 전체가 무효가 될 수 있음을 명시합니다. 이 사건에서 환불 약정은 의뢰인이 조합에 가입한 가장 중요한 근거였고, 환불이 불가능하다면 애초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법원은 계약 전부 무효를 인정하고 전액 환불 판결을 내렸습니다. 조합은 의뢰인에게 약 9천만 원의 분담금과 각 납부일로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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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조합 분쟁, 구조를 아는 사람이 싸워야 이깁니다"


지역주택조합 사건은 단순한 계약 분쟁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법적 구조가 얽혀 있습니다. 조합의 법적 성격은 비법인사단이며, 조합 자금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전체 조합원의 것이기 때문에 회계와 의사결정의 모든 과정이 정관과 총회의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제가 이 사건에서 승소할 수 있었던 이유는 조합 내부 운영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환불 조항의 법적 성격, 총회 의결의 요건, 총유물 개념에 대한 법적 해석, 그리고 조합 운영상의 관행 등을 종합해 전략적으로 주장을 구성했습니다.


만약 환불 약정을 문구만으로 해석했다면, 단순한 채무 관계로 오해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택조합의 실무를 이해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 문제를 총유물 처분의 문제로 끌어올렸고, 그로 인해 계약 자체의 무효까지 주장할 수 있었습니다. 구조를 아는 사람이 싸워야, 승소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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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 거절당한 조합원이라면 지금 꼭 확인해보세요"


혹시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셨는데, 조합이 사업 지연이나 토지 확보 실패에도 불구하고 환불을 거부하고 있다면 반드시 확인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환불 조항이 실제로 조합원 총회의 결의를 거쳤는지, 그리고 해당 조항이 계약서상 핵심 조건인지입니다.


의외로 많은 조합들이 내부 규정을 무시한 채 자의적으로 약정을 체결하거나, 조합원들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계약을 변경합니다. 이런 경우 계약 자체가 무효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단순히 계약서를 들이밀어선 인정받기 어렵고, 조합 구조와 절차를 깊이 이해한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지역주택조합과 관련된 실무 자문과 소송을 병행하며, 여러 조합의 구조를 분석하고, 실제 판결을 이끌어낸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계약의 무효 여부, 환불 가능성, 조합 내부 절차의 위법 여부 등은 법적으로도 매우 미묘한 부분이기에, 의뢰인의 상황에 맞는 전략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 유사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저와 같은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방향을 정리해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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