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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칼럼, 불법 증축된 집을 사고도 전액 반환 받기

by 안영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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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산다는 것은 단순한 재산 취득 이상의 일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부동산 매매는 인생 최대의 경제적 결단이자, 가족과 삶의 기반을 세우는 중대한 선택입니다.


그런데 그 선택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이 있었다면 어떨까요? 겉보기에는 멀쩡하고, 공인중개사의 말로는 ‘문제 없는 집’이라던 부동산이 알고 보니 불법 증축된 구조물이었다면 말입니다.


더욱이 그 사실을 계약 후 소유권 이전까지 마친 뒤에야 알게 되었다면?


이 글은 그러한 억울한 상황에 처한 한 매수인이 법의 힘을 빌려 매매대금을 전액 반환받은 실질 사례를 소개합니다.


단순히 계약서 조항을 따지는 수준을 넘어서, 부동산 거래에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판례이자, 법적 대응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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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은 방’ 한 칸의 차이, 거래의 본질을 흔들다


사건의 시작은 평범한 아파트 매매계약이었습니다. 매수인은 47.58m² 규모의 소형 주택을 매수하면서, 계약서 특약란에 “해당 부동산의 현 상태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문구와 함께, 특히 '작은 방'으로 불리는 공간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조건을 삽입하였습니다.


당시 공인중개사는 해당 공간이 적법하게 설치된 구조물이라 설명했고, 계약서와 함께 제공한 자료에서도 법적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작은 방’이 바로 불법 증축된 구조물이었다는 점입니다. 매매 후 잔금 지급과 소유권 이전까지 완료한 뒤, 관할 구청의 민원조사 과정에서 이 부분이 건축법상 허가되지 않은 증축임이 밝혀졌습니다.


불법 증축된 면적은 9m²로, 전체 면적의 약 19%에 달하는 크기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면적 차이를 넘어서, 주택 구조 자체를 바꾸는 요소였습니다. 실제로 해당 구조물이 철거되면 방 2개 구조가 방 1개로 축소되어, 실질적인 주거 가치가 급감하게 됩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매수인은 곧장 법률 자문을 받아 계약 취소와 매매대금 반환을 위한 소송을 준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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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건축물대장은 말이 없었다 – 누락된 정보가 만든 착오


부동산 거래에서 가장 기본적인 참고자료가 되는 것은 바로 건축물대장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건축물대장에는 불법 증축에 관한 아무런 기재가 없었습니다.


매수인은 당연히 공신력 있는 국가 서류를 믿고 거래에 임했고, 중개사 역시 이를 바탕으로 ‘적법한 구조물’이라 안내했습니다.


그렇다면 매수인의 판단은 과연 잘못된 것이었을까요? 아닙니다. 법원은 매수인이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확인 가능한 범위 내에서 확인을 하였고, 제공받은 정보가 사실과 달랐던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즉, 매수인은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법적 해석에 따르면, 중요한 정보가 누락된 채 이루어진 계약은 ‘중요한 착오’에 해당합니다. 계약 당사자의 동의가 제대로 성립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판례 역시 ‘공인중개사의 설명이나 건축물대장의 기재 내용이 현실과 다를 경우, 매수인의 동의가 왜곡될 수 있으며 이는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사유로 인정된다’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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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특약의 의미 – 서명보다 중요한 건 ‘신뢰’


특약은 매매계약서에서 가장 강력한 조항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해석의 여지가 많은 부분입니다. 이번 사건의 특약에는 “작은 방의 현 상태를 반영함”이라는 단순한 문장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매도인 측은 이 조항을 근거로 ‘작은 방의 존재와 상태를 매수인이 알았고, 수용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이 특약이 단순히 공간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수인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표현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즉, 매수인은 이 공간이 적법한 구조물이라는 전제하에 계약에 응한 것이고, 그것이 사실과 다르다면 특약이 아닌 착오라는 법리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였습니다.


실제 판례에서도 ‘거래 신뢰의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전제조건이 사실과 다를 경우, 특약에 대한 동의는 무효’라는 법리가 존재합니다.


특히 이 사건처럼 주거의 핵심 구조가 변동되는 경우, 특약은 매수인의 기대와 신뢰를 반영하는 ‘본질적 요소’로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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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법원은 왜 전액 반환을 인정했을까?


결국 법원은 이 사건의 실체와 법리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매수인의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근거로 판단을 내렸습니다.


첫째, 불법 증축된 면적이 전체 면적의 19%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이를 철거할 경우 공간의 구조와 가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


둘째, 건축물대장에는 불법 사항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고, 중개사의 설명도 허위였다는 점.


셋째, 계약 당시 매수인은 그러한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합리적 기회를 갖지 못했고, 이는 ‘중요한 사항에 대한 착오’에 해당한다는 점.


이에 따라 법원은 계약을 소급하여 취소하고, 매도인에게 매매대금 1억 5천만원 전액과 민법상의 법정지연이자(연 5%) 및 소송촉진법상 이자(연 12%)를 합산하여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매수인의 입장에서 보면, 단순히 계약을 취소받은 것 이상으로, 부동산 거래에서 '신뢰'의 중요성이 법적으로 인정된 의미 있는 승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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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부동산 거래, 법률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


이번 사례는 흔히 말하는 ‘사소한 부분’ 하나가 전체 계약을 뒤흔드는 위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작은 방’이라는 문구 하나가 결국 부동산의 가치, 구조, 적법성까지 문제 삼게 되었고, 이는 계약 전반을 무효화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근거가 되었습니다.


의뢰인은 스스로 건축물대장을 확인했고, 공인중개사의 설명을 신뢰했으며, 계약서를 검토했지만 결국 불법 구조물을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바로 법률 전문가의 시선입니다. 변호인은 서류에 담긴 문장 너머의 의미를 읽고, 그 안에서 의뢰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전략을 세웠습니다.


부동산 거래는 금액이 크고 법적 요소가 복잡한 만큼, 단 한 번의 판단 착오도 큰 손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불법 증축, 용도 위반, 용적률 초과, 지분 쪼개기 등은 외형상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거래 전에 법률 검토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사건은 그 사실을 명확히 증명한 사례입니다. 법률은 단순히 문장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이 만들어진 배경과 당사자의 신뢰관계를 해석하는 도구임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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