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친 이별

단절이란 시간의 분절 앞에서

by 빙빙

마지막 문자를 보내고 나니 오히려 감정의 둑이 무너지듯 넘쳐온다 나는 이별의 감정을 그저 미루어두고 있었던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했다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도 그걸 분명하게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제의 나는 나의 감상에 온전히 슬픔을 느끼고자 했다 다시 맞이한 아침 다시 한번 그가 보낸 문자를 읽어본다 서툴게 적어 내린 그의 문자는 그와 나의 사이에 얼마나 많은 걸음들이 존재하는지 그 간극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그의 메시지가 나의 가슴에 파장을 만든 이유는 솔직함이다 애둘러말하지 않고 표현한 자신의 솔직한 마음과 생각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두려움 그리고 짧은 단절 후 다시 만남 갑작스러운 이별의 통지 혼란스러움 그리고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

나는 부드럽게 그를 달랬다 우린 이제 끝났다고 말이다 마치 어미의 젖을 빠는 아이에게 이제 너는 젖을 빨 시간이 다 되었단다라고 이야기하듯 사랑이 넘치지만 단호하게 지금은 더 이상 만날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마음이 아프다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상실의 아픔이 저릿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순간 또한 지나가 과거가 되고 과거란 더 이상 물리적 특성이 없는 인간의 기억 속의 무언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우리 둘 다 앞으로 가야 한다 생을 살아가야 한다

그와 마지막 순간을 보내고 혼자 맞은 그날 그 밤

어떻게 보면 나는 그라는 짐을 내려놓아 숨을 쉬고 오히려 그 해방감에 크게 숨을 쉬었다 그라는 존재 그와의 관계를 이어간다는 그것만으로 나는 과도한 중압감을 느끼고 그 중압감은 보이지 않게 나를 깊이 누르고 있었다 하여 더욱 중력의 그 안으로 나를 눌러 나갔다 다만 내가 깨닫지 못하였을 뿐 오히려 그는 그 중압감에 눌린 나를 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관찰한 내가 무서워 직접 말하지 못했지만 그의 감정은 그의 행동을 움직였고 그 행동이 결과적으로 나에게까지 나의 비틀어진 모습을 전달해 왔다 그리하여 나는 그의 눈을 통해 나를 보고 나의 그 비참하고 기괴한 모습에서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짐에서 벗어나자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순도 100%의 산소를 맞이하였다 그 순수한 호흡에 나는 이산화탄소를 가득 내뿜으며 생기로움을 느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상실감은 그가 느낄 상실감일 것이다 상실감이다 단언할 수 있다


그는 이 완벽한, 끼어들 수 없는 로직에 반박할 수 없다 그저 정말, 진짜, 마지막 최후구나라고 느낄 뿐이다 그녀의 깊음이 다가와 그를 잡아먹는다 아래로 아래로 수직낙하하듯 떨어지며 그 어떤 수치심도 상실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수영장에 심해의 동물을 풀어놓은 것처럼 유려하며 빠르게 그리고 부유하듯 계속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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