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이야이야야야
송이님 맘대로 안 돼서 속상하시죠? 1:1 회의를 하려고 앉자마자 팀원이 나에게 대뜸 말한다 네? 단말마 비명 같은 한 마디를 통해 되묻자 양눈썹을 안쪽으로 말면서 그는 괜찮아요 저는 충분히 이해해요 편히 말씀하셔도 돼요,란다 아니 이게 무슨, 무슨 무슨 말이야 방구야 빵꾸똥꾸야 석연찮은 어색한 침묵이 오간다 갑자기 양손을 회의테이블 위로 들어 펼치고 흔들더니 아 부담 갖으라고 드린 말씀은 아닌데 불편하신가요,란다 아니 얘가 개념을 밥 말아먹었나 미쳤니,라는 말이 목구멍을 통해 올라오는 것을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여섯 단어로 눌러 앉히며 세월만큼의 중력을 받아 한껏 처진 그의 입꼬리를 쳐다본다 마그네슘이 부족한 사람의 눈가처럼 가볍게 그의 입꼬리에 경련이 걸리더니 그는 작은 미소를 짓고는 다시 입을 연다 아니 이 책임도 그렇지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에게 그렇게 박하게 구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이 책임은 자기가 팀장이 되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팀 외부에서 새로 팀장이 그것도 본인보다 훨씬 젊고 경력이 낮은 사람이 오니까 심술이 났던가 보더라고요 근데 송이님 저는 말이죠 절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이 책임에게 면박을 줬다니까요 송이님이 얼마나 능력이 좋으신지 익히 새로 오신 CTO분에게 들었거든요 두 분이 전 회사에서 함께 일하셨다면서요 제가 어제 이 책임이랑 회사 뒤 앞 포장마차에 아 아실지 모르지만 회사 뒤 굴다리 쪽에 포장마차가 기가 막혀요 혹시 술은 좀 하세요 거기는 쏘주에 따악 해야 맛이 나는데 술 안 좋아하시면 너무 아쉽다 하여튼 거기서 어제 이 책임이 얼마나 섭섭한 이야기를 많이 하던지 제가 쉴드 치는라 힘들었다니까요 제가 그렇게 힘든데 송이님은 오죽할까 싶어요 리더는 리더만의 고민이 있으니 털어놓을 곳도 없으시고 말여요 다행히 제가 어제 HR에 한수진 대리 아시죠 한 대리한테 송이님이 손 상무님 추천으로 들어왔고 두 분이 막역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다행이지 안그랬으면 아휴 이 책임 그 사람 아주 속상할 이야기를 할 뻔했다니까요 이 책임이 저랑은 한 십 년 넘게 같이 일했는데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닌데 왜 그렇게 요즘 삐딱하게 구는지 말이에요 이게 조직 장악이라는데 참 쉽지 않아요 그쵸 저도 잠깐 TF장을 했었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밤늦게까지 술을 매일 마시고도 아침에는 또 출근 시간 전까지 따박따박 출근해야 하는데 정말 너무 힘들더라고요 저는 그때 다시는 내가 직책자를 안 한다 마음을 먹었다니까요 근데 이 책임은 아직 어려서 그런 욕망이 좀 있었달까요 뭐 또 그 나이엔 그럴 수도 있죠 뭐 매일매일이 배움이니까요 저도 이 나이에 송이님이 오자마자 우리 시스템 아키텍처를 단박에 파악하시는 거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역시 능력이 출중하다 생각했더니 손 상무님이 추천했다는 게 당연하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역시 이래서 사람이 오래 살고 봐야 한다는 게 맞나 봐요 혹시라도 뭐 궁금한 거나 제 도움이 필요한 게 있으면 알려주세요 제가 좀 차가워 보이지만 전혀 아녀요 사실은 제가 꽤나 발이 넓고 또 인맥 관리를 잘하는 편이어서요 다른 부서에 막히는 일도 또 제가 나서면 얼마나 잘 되는지 아 아 지난주에 보셨죠 계정 쪽 안 풀리던 정책도 제가 딱 회의 들어가자마자 정리되었잖아요 그러니 걱정 말고 저를 믿고 이것저것 이야기하셔도 돼요 제가 그러라고 또 있는 사람이니까요 맘껏 편하게 저를 불러주세요 저야 언제나 대기 중이니까요 아 근데 말이죠 혹시 정확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제가 대충 나이만 듣고는 또 실례가 될까 봐 묻지도 못했네요 아이고 여성분에게 나이를 물으면 안 된 다했는데 아코아코 저도 모르게 질문을 했네요 죄송해요, 아뇨 괜찮아요 47입니다, 네? 79년생이라고요, 어? 네 송 수석님 보다 나이 많습니다, 어 음 그러니까 제가 듣기로는 한 대리에게 듣기로는 89라고 들, 아 그거요 제가 송 수석에게 그렇게 이야기하라고 한 대리한테 따로 이야기해두었어요 송 수석이 워낙 사내에 발이 넓고 공사다망하셔서 한 대리 아니면 정보를 얻을 곳이 없다고 들어서요 저의 웰컴 선물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송 수석, 그렇게 이름을 편하게 부르는 건 좀 애석하네요 대기업 계열사라 기대 많이 했는데 에띠뜌드가 기대 이하라는 점은 상무님에게도 이미 전달은 해두었어요 그리고 이 책임은 코드 리뷰 때 보니까 꽤나 프레임워크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깊게 설계하고 개발하는 게 보이던데요 저랑도 향후 우리 시스템 확장 방향성에 대해서 어제 논의 마쳤고요 새로운 기술 스택 쓸 생각에 들떠 보이던데요 제가 잘못 알고 있나요? 그러자 능구렁이 자식이 갑자기 노트북을 응시하더니 하는 말, 어 제가 뭐라고 했죠? 이 책임이 불만이 있다고 했잖아요? 어 음 제가 그랬나요 저는 이 책임이 팀장님 오시고 너무 좋다고 했다고 했던 것 같은데, 하하하 이런 미친 자식을 다 봤나 네가 정치인이냐 정치인이야 개발자지 이런 확, 뭔가 오해하신 것 같아요 팀장님 제가 말하고자 했던 바는 그런 건 아니고 팀장님이 힘드실 땐 제가 있으니 편하게 이야기해 달라는 그런 그런 취지였어요, 아 그러셨군요 근데 어쩌죠 저는 요즘 송 수석 때문에 너무 골치가 아픈데요 어떻게 손을 대기만 하면 문제여요 제가 보니까 최근 3년 동안 소스커밋 횟수가 10번이던데 말여요 재택 시 근태 확인해 보니 아예 사내 시스템에 접속을 안 한 날도 아니지 데이터로 이야기하죠 평균 한 달에 시스템 접속 시간이 28.3 시간이네요 송 수석 말 따나 정말 속상합니다 다른 팀원들이 얼마나 모티베이션에 영향을 받고 송 수석이 만든 구멍 메우는라 힘들었는지 생각하면 정말 속상해요 아 그리고 그거 아시는지 모르겠네요 손 상무님이 저를 뭐라고 부르는지 말여요 제가 말여요 정리의 신, 그래서 저를 이 팀에 보내신 거예요 자 그럼 이제 오늘 1:1을 하자고 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송 수석님은 무단결근 및 업무 태만의 근로자 비위 행위를 지난 수년간 지속하셨기에 징계해고 조건에 충족됩니다 매우 충분히요 다만 송 수석님이 회사에 오랜 기간 근속하셨기에 그 노고를 생각해서 권고사직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물론 이 제안을 송 수석님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회사는 징계위원회를 소집하여 징계해고를 위한 공식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고요 HR이 아닌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그래도 송 수석님을 배려해서라고 생각해 주시죠 자 어떻게 하시겠어요 어떻게 사인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