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팔콘

그와 그의 연속성

by 빙빙

초창기의 그는 하나 안 팔면 어때 싶었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내 그릇을 살 자격이 없었다 내 자식을 이해하는 사람만이 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래서 자유분방했다 그릇 하나하나가 다 달랐다 같은 녀석이 하나 없었다 선은 굵었다 얇았다 했고 바닥의 낙인은 얇은 송곳 같은 칼날로 후벼 팠다 마치 가슴에 후비듯 이 하나를 위해 던진 그릇들을 생각하며 그러나 지금의 그의 그릇은 공장에서 찍어내듯 동일해졌다 일정해졌다 이것이 근대화라는 단어에 어울린다면 그렇다 그의 그릇들은 이제 산업혁명을 거친 그것들이 되었다 낙인은 간략해졌고 그의 손이 아닌 도제의 결과가 되었다 그 결과 삐뚤빼뚤한 선은 사라졌다 이제 그 스스로 바닥에 던지는 그릇은 없다 단지 선을 그리다 잘못하여 오점이 찍힌 그릇만이 존재했다 악착같이 벌어야만 했다 그래야만 했다 신기한 것은 이제 그의 그릇이 더 잘 팔린다는 것 가격을 배를 올렸음에도 사람들은 우습게도 그의 아니 그의 제자들이 공동으로 만들고 그가 디렉팅이라는 이름 하의 마지막 퀄리티 체크만을 하는 그 그릇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마치 오징어게임을 생각 없이 유명하다는 넷플릭스 1위라는 이유만으로 보는 무지성의 사람들처럼 무엇이 무엇인지 궁금치 않고 그저 앞의 앞의 앞의 그 또 앞의 앞의 옆의 뒤의 양옆의 뒤뒤뒤뒤 앞앞앞 앞 그래 그런 뜨글뜨글한 인간군상들 사이에 끼여서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머리가 따인 숫사마귀처럼 그 어떤 이해도 그 어떤 호흡도 없이 누군가가 좋다고 하니 우루루루 따라 사기 시작했다 어이없지 크흡 이럴 거였으면 처음부터 돈돈돈 했으면 좋았을지도 허송세월 그냥 적당히 벌고 살려고 하지 말걸 아니 적당히 타협할걸 그랬을걸 그는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나파밸리 와인을 먹을 때면 더욱 그랬다 생그러운 오렌지 과즙을 깨물듯 철저하게 대중적 대자 속에 갇힌 비옥하고도 건조한 그곳 할리우드의 시발점인 그곳에서 만들어진 와인을 마실 때면 더욱 간절하게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마치 꺼지지 않을 듯 이글거리듯 지구의 태생을 알리는 불줄기가 하늘까지 치솟아 생명을 모두 잡아먹을 듯한 그 불구덩이를 생각하며 왼손 안쪽에 주홍글씨처럼 자리 잡은 화상자국이 간질거려졌다 그래서였을까 돈이 쌓이는 만큼 마음은 더 갈라졌다 사해가 이제는 진정한 Dead Sea가 된 것이 마치 내 잘못인양 마음이 쩍쩍거리며 더 고독해졌다 외로움은 아니다 외로움은 이미 그의 그 어릴 적 처녀시절부터 존재했다 동정을 지키던 그때도 그는 그의 어미도 그의 아비도 그를 이해하지 못함을 장작가마 앞에서 나무를 던져 넣으며 배웠다 아비가 가르쳐준 흙을 만지는 방법 불을 다스리는 방법 그 모든 것 뒤에 종착점은 외로움이었다 밤은 밤대로 시리고 낮은 낮대로 따가웠다 교대로 다가오는 추위와 더위는 어린 그의 가슴의 담글질이었다 그는 외로움을 작은 구슬처럼 만들어 오른쪽 가슴에 쿵하고 박았다 그래서 그는 초창기 그는 더 스스로의 세계에 갇혀 즐겁게 날아다녔다 마치 구슬을 입에 물은 이무기가 승천하듯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고독했다 수술실에 가득 베어버린 알코올향처럼 씻을래야 씻을 수 없는 고독에 절여버렸다 유리병에 갇힌 아니 포르말린 속에 뒤쌓여 버린 송아지의 폐부를 바라보던 동글거리던 큰 눈처럼 고독을 바라본다 지겹고 지겹고 지겹다 획일화된 삶 어제와 같은 오늘의 연속 말이 좋아 디렉팅이지 유명해진 이름 하에 밀려들어오는 도자기 전공자들을 거르고 걸러 동일한 일을 시킨다 그 또한 동일한 일만 매일을 거쳐한다 달라지는 것 없는 시커먼 하늘의 동지팥죽처럼 그렇게 가냘픈 숨을 삶으로 환원시킨다 그리하여 그의 그릇을 보면 눈물이 난다 그도 안다 삼켜진 눈물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가물어터진 비틀어터진 황태대가리 같은 그도 사실 알고 있다 그리하여 그의 시절을 함께한 그 모든 그릇을 가진 나는 설거지를 하며 그를 생각한다 단 한 번도 한마디도 해본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 오직 단 한 번, 그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공방을 오픈하였을 때 계산대 뒤에 그의 아내 뒤에 멀뚱하게 서 있던 그를 말이다 사실 나 또한 이제 그 고독에 휩싸인 날로 가득 차있다 거실에 아이들과 함께 깔깔 웃으며 주말 저녁을 보내는 아내를 뒤로 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설거지를 하는 나는 사실 그와 같이 그 당시 아내 뒤에 멀뚱하게 있었다 동병상련이란 어처구니 없, 아놔 씨바 이건 아내가 마라탕을 만들어서 설거지를 하며 튀는 물 분자 속 마라가 눈에 들어가서 그렇다 아프다 따갑다 퐁퐁 묻은 설거지 장갑이 야속해 손을 조금 빼어 팔꿈치로 닦아 본다 씨바 팔꿈치에도 마라가 튀었네 겁나 아프다 어릴적 옆집 어린 여자애가 내 눈에 흙은 던졌을 때처럼 겁나 아프다 고독은 이 나이에도 사실 어렵다 그래서 그런가 가끔가끔 눈물이 찌르륵 버찌처럼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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