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과 기행의 사이
저는 매우 기분 좋게 술에 취해 집으로 가고 있었어요 간만에 헤어질 때까지 기분 좋은 모임! 잘 아시겠지만 그런 모임 별로 없잖아요? 아코코 죄송해요, 어찌 되었든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데요 짐승이 우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근데 제가 가는 길로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커지는 거예요 그제서 고개를 휙휙 돌려보니 오른쪽 길가에 어떤 여성분이 어깨를 들썩거리며 울고 있더라고요 마치 세상이 꺼져버린 것처럼 말여요 이걸 지나쳐 말아 고민했어요 근데 정말 짧았어요 30초? 아니지 10초 정도 망설였어요 그리고 그 여자분에게 다가가는데 저를 지나쳐 가는 듯한 어머님 한 분이 저와 눈이 마주치셨어요 그러더니 저에게 아는 분이냐며 물어보시더라고요 저도 모르는 분이에요,하니 어머님이 2,30분도 더 전부터 계속 울고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미 그분 주변에는 저를 포함해서 사람이 삼삼오오 옹기종기 모여 있었어요 그 여자분이 우는 바로 앞 건물의 경비아저씨까지요 저는 왠지 모르게 그분을 안아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분을 뒤에서 안아주었어요 그러자 그분이 누군가와 통화 중인 걸 알았어요 직전의 어머님은 어머 가방도 샤넬이고 다 명품이네 잘 사는 사람인가 봐 우리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라고 하셨지만 여자 혼자 정말 꺼이꺼이 우는데 어떻게 혼자 가버려요 그분이 하는 말을 정말 열심히 들어보려고 했어요 팀장님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이런 말이 들리고 휴대폰 너머로 남성의 목소리가 들리긴 하더라고요 주변에 모인 사람들에게 전화를 하고는 있다 전달해 드렸어요 다들 이 여자분이 술에 취해 걸리지도 않은 전화를 붙잡고 주사를 부리는 건가 걱정했거든요 하여튼 전화는 하고 있는 사실은 확인했고 저는 더 가까이 휴대폰에 다가갔어요 그러자 그 팀장이란 사람이 죄송한데 지금 손님이 있어서 30분 뒤에 다시 전화할게요,라는 말이 들렸고 통화가 중단되었어요 저는 이제 이 여자분을 집에 모셔야겠다 생각했죠 근데 요지부동이에요 동상이 된 듯 바닥에서 떼어지지가 않아요 건물 경비분은 112에 신고하시자고 하는데 굳이 그래야 하나 싶었어요 나의 아까운 세금이 이 혈세가 이런 술주정뱅이 때문에 사용된다는 게 빡쳐서? 네 그랬던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 그냥 이분을 제가 데려가야겠다는 일념이었어요 그때 경비선생님이 이 분에게 어디 사세요 물었더니 저 힐스테이트 살아요 하더라고요, 아 현백 뒤에 거기, 맞아요 저 거기 살아요 죄송해요 저는 죄송한데요 정말 사고 쳐본 적이 없어요 모두 가세요 저는 여기 좀 더 있다 갈게요,그런데 그 말을 듣고 어떻게 가요! 다른 분들께는 제가 책임지고 집에 데려갈 테니 걱정 말고 가세요 했어요 모두가 떠나고 괜찮아요 괜찮아요 그분의 등을 토닥거렸어요 그러고 나서 보니 정말 신발부터 시계 액세서리 슈트셋업 안에 블라우스까지 명품이더라고요 하하 그분이 저는 정말정말 죄송한데 정말 사고 친 적 없어요 걱정 말고 가세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 제가 안 챙기면 112신고해야해서요,그러자 본인이 셀린느VIP시래요 아하 그러시구나했더니 대뜸,정말 죄송한데 저희 남편이 매우 부자예요 안 그래도 남편이 왜 한국에 와서 일을 하냐며 스트레스받을 거면 그만둬도 된다고 된대요 제 남편이 부자예요, 아 네 그러시구나, 영혼이 빠진 대꾸를 해드렸더니, 제가 죄송한데요 사실 임원이에요 그렇게 안 보이지만 엄청 젊어 보이죠 저 나이 있어요,라고 하시는데 흐음 50대로 보이는데 말이죠?라고 말할 뻔하다가 술 취한 사람과 가타부타할 필요가 있나 싶어 오 그러셨군요 임원이셨구나 임원은 항상 어깨에 짐이 많죠 힘드셨겠어요,했어요 그러자, 그런데 님은 왜 저랑 있어요?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요 옆에 Z라는 회사를 다니는데요 집에 가는 길에 너무 서글피 우셔서 제가 안아주고 싶었서요 복잡한데 간단히 말하자면 그냥 조상님 은덕으로 왔다고 생각해 주세요 조상님이 저에게 집에 데려다주래요, 그러자, 블라인드에 올리면 안 돼요! 으응? 싶어 저는 블라인드 앱도 없고요 올릴 이유도 없어요, 사실 제가 A전자 임원이에요 근데 님은 이름이 뭐예요? 아 저는 그냥 J라고 부르세요, J는 Z 다니시면 음 급이 좀,아 A전자랑 비교하면 평균 수준으로는 그럴 수 있겠네요 거기는 글로벌 인재도 많고 하니까요 근데 저는 만족하고 다녀요 좋은 회사예요 사실 저도 A전자는 다녀봤기에 말이죠, 오 그래요 그랬구나 저 사실 부자예요, 아 그 얘기하셨어요, 진짜 부자예요 저는 남편이 회사 그만두라고 항상 그래요 사실 23년 만에 한국에 왔는데 진짜 돌아가고 싶어요, 그럼 가시면 되잖아요? 왜 계속 다니세요? 저를 뽑아준 실장님이 계시고요 저희 부서의 사람들이 있어요, 그럼 반대로 엄청 회사에 필요한 분 아녀요? 아니에요 저는 이 회사를 왜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하루하루 너무 힘들어요 근데 말이에요 죄송한데 저 부자예요 보이죠 제 신발 반짝반짝 근데 님 신발은 안반짝! 그분이 제 한정판 에어디올을 보고 그러시더라고요? 본인은 로저비비에 운동화면서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욱해서 저도 부잔데요,하자 그분이 다시금 죄송한데요 저는 하루하루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한국에 괜히 왔어요 정말 죄송해요 저는 사고는 치지 않아요 걱정 말아요, 근데 미국은 트럼프 때문에 더 막장이잖아요? 아뇨 미국이 100% 모든 면에서 좋아요! 아 네 뭐 힘드시니까요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죠, 사실 저는 도깨비를 만난 기분이었어요 내 세금 사용처를 효율적으로 하고 싶다는 것에서 뭔가 짠해 보이고 마음이 쓰여서 길바닥에서 우는 사람을 안아주고 연민을 느낀 건데 말여요 이게 바로 깨비깨비도깨비군 도깨비가 멀리 있지 않구나 싶으면서 그분이 요즘 애들 따라가겠다고 가방에 단 큰 키링이 보였어요,그러면서 이 언니 겁나 힘들게 사는구나 다시금 연민의 쓰나미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저 이제 가셔야 해요 집에 가요 울고 싶으면 거기서 맘껏 우세요, 근데 왜 저를 챙겨요? 저 집이 힐스테이트라면서요 저희 집 가는 방향이에요, 그리고는 그분을 일으켜서 연행포즈로 가려고 하는데, 그럼 5분만 더 있다가 가요, 알았어요 딱 5분이에요, Hey siri set a timer for 5 mins, 근데요 제가 정말로 사고를 안치는 타입이에요 근데 정말 블라인드에 올리면 안 돼요, 그때 다시 전화가 왔어요, 부사장님 죄송한데 정말 제가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실장님 때문에 있는데 실장님 때문에 출근하는데요 부사장님 저는 정말 제가 왜 출근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어요 실장님 때문에 나가는데 출근을 하는 의미를 모르겠어요 차라리 저를 짤라 주세요 저는 회사에 나가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이 도돌이 합창을 10번은 했을까 중간에 이제 콧물이 바닥으로 막 흐를 정도로 꺼이꺼이 우시면서 계속 동일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상대방 남성분의 정중한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들리더라고요, 오늘은 대화하기 어려워 보이니 내일 회사에서 이야기해요, 뚝, 통화가 종료됨이 느껴졌어요, 저 사실 한국에 오기 싫었어요 하지만 조국에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왔어요 그리고 사실 지금 글로벌 빅테크 회사에서 오퍼 받은 것도 몇 개 있어요 결국 지금 그만두냐 내년 계약 기간까지 버티냐의 문제인데 전 그만둘 수가 없어요, 아 네 혹시 아까 이야기한 실장님과는 어떻게 아는 사이세요? 제 1차 면접관이었어요, 그게 그 분과의 인연의 시작이었군요, 네 맞아요 그래서 저를 뽑아준 실장님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어요, 마음이 너무 예쁜 분이었네요 그래서 소녀가 울듯 울으셨군요, 그건 제가 애가 없어서 그럴 수 있어요 근데요 저 근데요 진짜 블라인드에 올리면 안 돼요 곧 A전자 기사가 뜨면 제 이름이 뜰거거든요 진짜진짜 올리면 안 돼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저는 블라인드를 안 하고요 별로 궁금하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걱정 마세요, 그때 알람이 막 울렸어요, 자 이제 5분 지났으니까 가요!하고 그분을 양팔로 힘껏 연행하듯 끌어올렸어요 그러자 휘청거리며 그분이 조금만 조금만 더 있다 갈래요,하더라고요 저는 그분이 앉은 바닥에 그분을 바라보며 함께 털썩 앉았어요 그리고는 그분의 양손을 잡고 이제 가야 해요 이제 가야 해요 읊조리듯 말했어요 그러자 그분이 제 눈을 말갛게 쳐다보더니 저기요 아니 제 마음대로 울지도 못해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네 못해요 여기서 그렇게 우시면 안 돼요 집에 가서 하고 싶은데로 하세요 했죠 그러자 정말 오래 참았어요 몇 달간 술을 마시면 무너질까봐 참다참다 오늘 마셨는데 맘대로 울지도 못한다고요 진짜 한국이 잘되길 하는 맘으로 왔는데 안된다고요? 네 안 돼요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 집에 가서 펑펑 울던 소리를 치던 하세요, 근데 저희 집 아세요? 힐스테이트라면서요 저희 집 가는 길이에요, 제가 술을 원래 마시지도 않을뿐더러 저는 죄송한데 정말 사고를 안쳐요 먼저 가세요, 안 돼요 아까 제가 모셔다 드린다고 요 앞 건물 경비선생님께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오늘 안 데려다 드리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제 가요 천천히 가면 갈 수 있어요, 결국 연행st로 오징어 다리 같이 꾸불덩거리며 걷는 그분을 끌고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어요 그분이 들어가기 전에 저에게 고맙다며 악수를 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연락처는 안 물을게요 저는 이제 한국사람이랑은 인연을 만들고 깊지 않아요 하더라고요 네 저도 알고 싶지 않아요라고 하고 싶었지만 이제 마지막이란 생각에 네 그러세요 그리고 내일 출근 잘 하세요,라고 말하고 집으로 떠났어요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 내내 그녀의 삶을 통해 내 삶일 수도 있었던 그녀의 삶을 생각해보았어요 그녀도 결국 나의 일부라 생각하니 더 깊은 연민이 여운처럼 남았어요 하지만 오늘 밤 제것은 아니에요 그분의 것이겠죠 아마 아침에 침대에서 이불킥하면서 일어날 그분의 것이요 이불킥? 저라도 그럴거여요 주사는 그런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