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 휘발성 자취들
솜사탕 입안에 넣으면 자취마저 순식간에 사라지는 마법의 음식 요리 간식 디저트 달콤함에 취할 새도 없이 사라져서 다시 한번 그 찰나의 순간을 감미하고자 내 오른손을 자신의 몸으로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자연스레 끌어당기는 마성의 솜사탕 한 입 다시 뜯어먹어도 또다시 또또 다시 그리고 또 또 또 계속 먹지만 사르륵 사라진 그 맛을 잡을 수 없는 흩날리는 벚꽃 잎을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그것을 내 손안에 포옥하고 잡는 것이 어렵듯이 그 달콤함은 스르륵 혓바닥 어딘가로 사라진다 마치 스포일러로 바다에 샘물 하나를 또옥 하고 떨어뜨리듯 사라지는 솜사탕 어느 날 한바탕 퍼부운 비 뒤로 떠오른 햇살 아래 산과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뭉실하게 걸쳐진 몽글몽글한 구름 푸들푸들 같은 그 구름 같은 그건 솜사탕 솜사탕이다 내 눈에 보이지만 사라지는 건 정말 순삭 순식간 삽시간이어서 그 화학물질들은 어느 순간 분자 단위로 분해되어 내 뇌의 감각세포를 비껴나간다 아니 스쳐나간다 그래서 그럴까 어릴 적에도 그리고 분명 다 큰 지금도 신기루 같은 그 음식을 보면 들뜬다 엄마의 손을 잡고 빙그르르 그 맞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다른 한쪽에는 솜사탕을 들고 입에 대어 혓바닥만 날름거리며 먹던 그런 순간들로 돌아간다 사실 내 기억엔 그런 순간은 없는데 이건 미디어가 만들어낸 아니면 누군가의 입과 입을 통해 전달된 구전으로 만들어진 이미지인가 뽀얀 배경 마치 놀이공원에 있는 듯한 기분에 엄마 성인 여자지만 내가 안전함을 느끼는 그 여성의 손 분명 따뜻하다고 느끼는데 위아래로 흔드는 손까지 생생한데 솜사탕의 맛은 또 어떠한가 핑크빛 색소에 절여져 어여쁜 그 솜사탕은 그 모든 것이 나의 기억 속에서 생성된 게 아닌 나와 누군가 포월개체 속 자아라니 갑자기 아연실색한다 심지어 벨크로로 된 흰 운동화까지 연상되는데 말이다 달큰한 향이 기분 좋아 허밍까지 하는 그 장면 내가 솜사탕 그래 그 음식을 생각하면 내 머릿속에 분명 나타나는 그 장면이 전혀 사실 기억나지 않는다 우스운 이 망령 같은 동작의 연상이라니 달콤함에 취해 나도 모르게 정신을 놓았나 싶다가도 그건 아니다 마치 이게 내 기억이라고 말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 그렇다 갈증과 같은 욕구를 느낀다 나도 그래 나도 어릴 적 부모님과 놀이공원에 가서 먹었었어 아마 그땐 자연농원이었겠다 사람이 진짜 많았어 표를 사는데 줄이 얼마나 길었는지 나는 마치 기린들 사이에 껴 있는 난쟁이 같았다니까 그런데도 그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았어 분명 지루했어야 했는데 양옆 앞뒤 같은 사람들 같은 풍경인데도 마음은 즐거웠어 그리고 입장하고는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솜사탕은 그 놀라움의 절정이었어 단거를 못 먹게 하던 부모님도 그날만큼은 솜사탕을 먹을 수 있게 해 주셨어 집 근처 유원지에 주말에 갈 때는 단 한 번도 사주지 않으셨었는데 말이야 역시나 줄이 길었어 그런데 아빠가 마치 뿅 하고 마술처럼 솜사탕을 주시는 게 아니겠어 나는 한입 먹고 마치 구름 위에 올라탄 기분이 들었을까 아니 사실 한입 먹고 바로 사라진 그 맛에 그 맛을 자취를 찾고 찾고 또 찾으려고 혀를 가져다 대어보았어 침이 솜사탕에 대이자 솜사탕은 사라지며 약간 찐득해졌지 재밌었어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흔들거리며 연신 날롬날롬 도마뱀처럼 거렸지 엄마가 아마 어느 시점엔 그만하라는 눈치를 줬지만 그날만큼은 멈출 수가 없었어 그저 어린 망둥어가 되어버렸지 너무 신나서 꺅꺅 소리도 지르고 말이야 집에 가는 길에 나는 보조석 뒤의 뒷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았어 아빠의 차는 반짝 거리는 은색의 프레스토였어 차창밖에는 가로등이 없어 껌껌한 야산들이 많았어 평소 같으면 도깨비불이 나올까 무서웠던 나는 야산을 쳐다보지 않는데 그날은 희한하게 솜사탕의 기운이었을까 야산을 또렷이 쳐다보였어 퍼런 도깨비불이 무섭지가 않을 것 같았어 정말 이상하게도 말이야 그렇게 차의 속도에 맞추어 쉬리릭 지나가는 어둑 거리는 차창밖을 한참을 바라보다 나는 또렷하게 보았어 그 두 눈을 나를 바라보는 쉬한 그 두 눈을 사실 그게 눈이라 하기엔 너무 멀어서 정확하지 않지만 난 그걸 눈이라 생각했어 느꼈어 그냥 그랬어 근데 무섭지는 않았어 평소라면 정말 무서워했을 텐데 나는 겁이 많아서 조금만 무서운 이야기를 들어도 잠을 설쳤거든 그래서 사촌오빠의 이야기가 무서워지려고 하면 도망갔단 말이야 그런데 그런 내가 그 두 눈을 보다니 정말 솜사탕의 기운이 있나 봐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듯 말이야 맞아맞아 나는 그날이 참 생생해 정말 생생해서 이렇게 술술술술 이야기가 나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망을 참을 수가 없어 그런데 이 모든 게 나의 기억이 아니라면 포월적 자아의 한 결과물이 이렇게 각인되었다니 정말 그 두 눈을 잊을 수 없는데 말이야 그러고 보니 그 기억을 잡고 잡고 잡아당기고 보니 아아 이건 그래 김서방 우리 집 김서방의 추억이구나 나에게 담겨있는 김서방의 추억 해가 졌고 해가 져서 해가 졌기에 김서방의 추억이 갑자기 밀려들었구나 바닷가의 흔한 파도처럼 스르륵 걷잡을 수도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는 그 파도처럼 내 가슴 마음속에 들어왔다 김서방의 그 추억이 김서방 그래 김서방 우리 집 김서방 갑자기 나는 김서방의 손길이 그립다 그리하여 나는 어린 김서방을 찾아가 바라보았다 손톱 끝에 살짝 달큼함이 남아있던 그 밤에 안녕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