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땅의 힘에 대하여

by 안유선

주짓수는 땅의 힘을 키우는 무술이다.

연속적인 타격과 빠른 속도를 중시하는 타격기가
불의 힘을 연마한다면,
주짓수는 땅에 닿아 몸을 굴리고
아래로, 더 아래로 내려가며 힘을 기른다.


그래플링은 서 있는 싸움이 아니라 붙어 있는 싸움이다.

지면에 몸을 맡기고,
넘어지며, 버티며, 다시 중심을 찾는다.

주짓수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안정적으로 붙어 있을 수 있느냐다.

아래로 끌어내리는 중력의 힘.

무겁고 조용한 이 힘은
불안정한 것을 안정으로 바꾸고,
흔들리던 몸에 중심을 만들어 준다.

몸의 중심이 위로 떠 있을수록 사람은 쉽게 흔들린다.

숨은 가빠지고, 시야는 좁아지고,
작은 움직임에도 균형이 무너진다.

반대로 중심이 아래로 내려올 때,
몸은 단단해진다.
힘을 쓰지 않아도 버틸 수 있고,
버티는 동안 다시 방향을 고를 수 있다.

테이크다운은 상대를 쓰러뜨리는 기술이지만,
동시에 자기 몸을 땅으로 데려오는 연습이기도 하다.


중심을 낮추고,
무게를 아래로 실어 흔들리지 않는 자리를 만드는 것.

그 자리에 닿아본 몸은 조급해지지 않는다.
밀리지 않기 위해 과하게 힘을 쓰지도 않는다.

그저, 버틴다.


주짓수는 타격하는 불의 힘 대신
끌어안고, 버티고, 내려놓는 땅의 힘을 키운다.

그리고 나는 이 땅의 힘이
몸을 단단하게 만드는 힘일 뿐 아니라,
사람을 살아 있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불타오르지 않아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위로 치솟지 않아도
여기에 단단히 서 있을 수 있다는 것.


내려올수록

사람은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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