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rupture)과 회복(recovery)의 사이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by 안유선

손상(rupture)과 회복(recovery)의 사이클, 상담 안에서는 얼마나 가능할까?


상담은 종종 상담실 밖에서 반복되던 인간관계의 축소판처럼 작동한다.


사람이 관계를 맺는 방식,
가까워질 때의 패턴과 멀어질 때의 반응,
강점과 취약함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숨길 수는 있다.
하지만 숨긴 상태로는 상담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상담실에 오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이미 어렴풋이 알고 온다.


“숨기고 싶은 것이 빛으로 드러날 때,
비로소 치유가 시작된다.”


어둠 속에 그대로 머무르기로 마음먹은 사람은
애초에 상담실 문을 열기 어렵다.


상담에서 주의 깊게 보는 것은
그 사람이 ‘손상과 회복’에 대해 어떤 관계의 역사를 써왔는가이다.

한 사람의 역사는 마음에 또 신경계에.... 온몸에 남는다.


손상은 심리적 고통을 남긴다.
하지만 회복은 손상 이후의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은
손상을 겪은 뒤,
그 손상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로

다시 상담이라는 관계 속에 들어가 왔다.


믿었던 사람에게서의 배신,
받아야 했지만 받지 못한 보호와 돌봄,
반복된 결핍과 좌절.

그래서 이들은 이미 취약해져 있다.
손상의 역사는 익숙하지만,
회복의 역사는 매우 짧거나 거의 없다.


그래서, 상담은
이 지점에서 반드시 멈추지 않고
회복의 역사까지 이어져야 한다.


관계 패턴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상담 안에서 새로운 손상이 생길 수 있다.


특히 트라우마로 인한 성격적 어려움이 있는 경우,
오해, 거리감, 실망, 분노가

상담 관계 안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난다.

이때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또 하나의 손상으로 끝낼 것인가,
아니면 회복까지 경험하게 할 것인가.


이미 손상의 역사는 충분하다.
상담 안에서까지
손상만 하나 더 얹고 끝나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상담 안에서 만들어지는 관계적 손상은
아무리 불가피하더라도
가능한 한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그것을 돕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트라우마 이야기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풀어내지 않기

감정이 터져 나올 때, 각성 상태에 오래 머물게 하지 않기

상담의 시작과 끝은 가능한 한 안정된 상태로 마무리하기

이것은 해결되지 않은 손상의 역사가 범람해

회복의 역사를 써 내려갈 힘을
앗아가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정장치다.


상담은 손상이 재현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손상 이후에도 관계는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경험을
몸과 마음으로 배우는 시간과 공간이 되어야 한다.


손상은 피할 수 없어도,
회복은 연습할 수 있다.


상담이 끝날 때
내담자의 삶에
‘손상의 역사’ 하나가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회복의 문장 하나가 추가되기를.

그 가능성을 믿고 상담실 문을 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가 믿는 단 한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