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0일자 중앙일보 사회 면에는 이런 제목의 기사가 났다. <11년 지기 경찰 죽인 승무원···그날 밤 화 부른 '주짓수'>, 기사 제목이 심상치 않다.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사건의 내용은 이랬 다. 32세 남성이 친구와 같이 술을 마시다 술에 취해 저항능력이 없는 친구를 홧김에 살해한 것이다. 살해 과정에서 이전에 배웠던 주짓수 기술을 배워서 제압했고, 주먹으로 가격해서 친구의 목숨을 잃게 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 밑에는 이런 댓글들이 달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주짓수 때문이 아니다. 술 때문이다.', '주짓수 때문도 아니고 술 때문도 아니다.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라'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댓글대로 그날 밤 화를 부른 것은 주짓수 때문이 아니었다. 술이 취한 상태에서 자신의 폭력성을 조절하지 못했던 가해자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면서도 한 편으로 궁금해졌다. '그날 밤 화를 부른 것이 주짓수라는 발상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화를 부른 것이 주짓수라는 발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기자의 욕심이었을까? 그렇기는 하겠지만 욕심을 부릴 때도 다 그럴듯한 것을 가지고 부린다. '주짓수가 사람을 죽이는 화를 불렀다.'는 발상은 주짓수가 갖는 공격 능력에 근거해서 시작했을 것이다. 사건 정황으로 미루어봤을 때 주짓수 기술이 살해의 원인이라 할 수 없지만, 사건과 별개로 주짓수의 공격력은 상당하다.
누군가를 쓰러뜨릴수도, 해칠 수도 있다. 엄청난 힘이다. 화를 부른 것이 주짓수라는 발상은 주짓수가 만들어내는 힘에 대한 거부감이자 두려움 때문에가능했을 것이다.
큰 힘을 갖는 데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책임질 수 없으면서 힘만 갖게 될 때, 그 힘은 힘이 아니라 독이 된다.
사람들은 힘을 갖는 것을 원하기도 하고 동시에 두려워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힘을 원하는 이유와 힘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같은데, 바로 평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힘을 원하는 것은 그 힘으로 자신을 보호하고자 함이요, 두려워하는 것은 그 힘이 자신을 해칠 수 있음을 막연하게나마 알기 때문이다.
힘을 원하는 것도, 원치 않는 것도 평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출처 : 영화 <반지의 제왕>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를 찾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절대반지를 향해 홀린듯이 달려가다가, 막상 반지를 손에 넣으면 그 힘에 압도된다. '절대힘'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며, 동시에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주짓수를 수련하면서 강해지고 있다면, 자신이 갖는 새로운 힘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 이 힘이 나를 지킬 수도 있지만, 잘못 쓰이면 나를 비롯한 누군가를 해칠 수 있음을알아야 한다.
'절대힘'은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동시에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격투기나 무술 수련을 하면서 힘을 갖게 되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물리적인 힘을 갖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으스될 수 있다. 그것을 자신감이라고 착각하면 오산이다. 이런 점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힘을 가져보지 못했던 수련자들이 더 그렇다.
한 번은 주짓수를 하고 있다는 여성의 SNS를 본 적이 있다. 자신이 주짓수를 하는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적어놓았다.
"주짓수 너무 좋아요. 체구가 작은 남자들이나 학생들을 보면 이길 수 있겠다 싶어요. 야호!"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별생각 없이 적었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이런 생각을 적어놓는 것은 조심스럽다.
사진 : Paul Kee Jean
주짓수를 배우는 목적이 힘을 키워서 누군가를 이기는 것이라고만 한다면 아쉽다. 주짓수는 수련하는 동료들과 함께 성장하고 강해지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위기 상황이 닥쳐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자신을 방어하는 목적으로 상대를 공격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수련에서 더 중요한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힘이 생길 때 누군가를 공격하고 싶어진다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무슨 결핍이 또 무슨 상처가 마음 속을 들쑤시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친구를 살인한 사건의 가해자는 주짓수를 배우면서 자기 마음도 들여다봐야 했다. 강해지는 만큼 책임져야 함을 알아야 했다.
힘을 갖는 봉인을 풀려면 준비를 해야 한다.
힘을 갖는 봉인을 풀려면 준비를 해야 한다. 책임질 수 없으면서 힘만 키우는 것은 위험하고 어리석다. 무술을 배우는 사람을 기술자라 하지 않고, 수련자라고 하는 것은 기술을 익힘과 동시에 마음 돌보기도 함께 해야 해서다.
주짓수를 수련하고 강해지고 있다면 기억하라. 준비된 만큼 강해지고 있는지. 내 마음은 내 힘을 견딜 만큼 강하고 견고한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