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컨테이젼> 등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일상을 마비시키며 생기는 문제를 다룬 바이러스 재난 영화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코로나 19 때문이다. 바이러스로 일상이 마비되는 경험을 하고 난 우리에게 영화 속 주인공이 겪는 불안과 공포는 코로나 19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관객들은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는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어 한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맷 데이먼 주연의 <마션>이나 브래드 피트 주연의 <애드 아스트라>와 같은 우주 재난 영화를 좋아한다. 아무도 없는 우주에 혼자 남겨진 외로움과 공포, 그럼에도 불구하고 왔던 곳으로 돌아가고야 말겠다는 단호함, 출렁이는 삶의 파도에 실려 깊이 내려간 순간에 느꼈던 감정을 우주 재난 영화 속 주인공을 보고 느낀다. 특히 영화 <마션>은 영화관에서 본 이후에도 몇 번을 더 보았다. 이 대사 때문이다.
영화 <마션> 중에서
You solve one problem and you solve the next one, and then the next. And If you solve enough problems, you get to come home. - 영화 <마션> 명대사
문제를 하나씩 계속 풀다 보면 집에 갈 수 있다.
우리말로 간략히 번역해보자면, 문제를 하나씩 계속 풀다 보면 집에 갈 수 있다는 말이다. 화성에 홀홀 단신 남겨져도 문제를 하나씩 풀다 보면 원하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초긍정 메시지. 이 메시지를 실현시키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각각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고, 두 번째는 문제를 계속 풀어낼 수 있는 힘이다. 두 번째 것은 첫 번째 것보다 그 중요성이 과소평가되어있다. 문제 하나하나를 풀어내는 해결 능력을 갖추었어도 끈기 없이 이어나가지 못하면 절대로 집에 갈 수 없다.
압박감과 피로감을 버티고 그다음 문제를 풀 힘을 기르는데 주짓수 스파링만 한 것이 없다.
나보다 훨씬 잘하는 상대와 스파링을 할 때가 있다. 체격과 실력, 운동 감각 등 나와는 비교가 안 되는 능력을 갖춘 상대와 싸우다 보면 아주 빨리, 또 허무하게 불리해진다.
사진 : Paul Kee Jean
"어랏! 이게 뭐야!" 하는 순간, 다시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버린다. 끝까지 견제하고 공격해야 하는 가드는 순식간에 뚫려버렸고, 상대방의 상체 제압은커녕 발 밑에 모로 누워 두 팔로만 버티야 할 때도 있다. 승패만 생각한다면 등 돌리고 벌떡 일어나 그만 둘 만하지만, 탭을 치고 항복하기 이르다면 빠져나올 방법을 간구한다.
탭을 치고 항복하기 이르다면 빠져나올 방법을 간구한다.
팔을 더 길게 뻗어 밀어보며 몸의 각도를 바꾸어 본다거나, 다리 위치를 바꾸어 가드를 회복해 보려 한다거나,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본다. 이러고 있는 나를 상대가 가만히 두고 보지 않겠지만, 상황이 바뀌면 또 그 상황에 맞추어 버티고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한다. 이렇게 계속하다 보면 버티는 맷집이 길러진다. 불리한 상황에 압도당하지 않으며, 나의 시도를 또다시 막아내는 상대의 반격에도 굴하지 않는 오기가 생긴다.
깔려서 낑낑거리고, 팔다리를 잡혀서 허우적대고, 서로를 태우고 이리저리 구르디 몸에 근육이 붙을 때쯤이면, 웬만해서는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근육이 자란다. 그 힘으로 그다음 문제를 푼다. 그렇게 계속 풀어나가면서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