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에는 단급제가 있다. 수련한 만큼 단(段)과 급(級)이 올라가는 단급제는 유도 등의 다른 무술에서도 사용하는데 보통 단과 급을 숫자로 나타낸다. 단은 숫자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급은 숫자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승급한다.
급을 숫자가 아닌 벨트 색으로 나타내는 것이 주짓수 승급의 특징이다. 화이트, 블루, 퍼플, 브라운, 블랙 순서대로 승급한다.
하나의 색에서 다른 색 벨트로 승급할 때, 바로 하지 않고 흰색 테이프를 하나씩 감는데 벨트마다 4개까지 감는다. 테이프 하나를 1그랄이라고 한다. 벨트에 테이프가 한 번 감을 때마다 1그랄을 인정받는다. 총 4개의 그랄을 인정받아야 다음 색 벨트로 승급할 준비가 된다.
1그랄 승급
예를 들어, 흰 띠 3그랄은 화이트 벨트에 흰색 테이프가 세 개가 감겨있다는 것이다. 블루벨트로 승급하려면 한 번 더 흰색 테이프를 받아 1그랄을 더 채워야 한다. 그랄이 없는 벨트와 4개 그랄이 꽉 차있는 벨트 수련생의 수련 기간은 2~3년 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화이트 벨트 기간은 남녀 간의 관계와 비유하면 결혼 전 연애 초기와 같은 기간이다.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움직임과 기술, 체육관의 문화와 분위기에 마음을 뺏기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자신과 잘 맞지 않다 싶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날 수 있는 시기다.
블루벨트 기간에는 ‘주짓수는 내 운동이지.’라는 믿음이 생기기도 하고 동시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기도 한다. 이 기간에는 화이트 벨트 때처럼 낯설고 새로운 경험을 하지는 못 한다. 몇 번씩 해봤던 동작들을 반복하면서 기술을 갈고닦아야 하기 때문에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때로 권태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잘 버티고 수련하다가 블루벨트에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퍼플 벨트 수련생들을 보면 주짓수와 결혼한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짓수와는 평생 함께 하겠다.’는 믿음 정도는 있어야 퍼플 벨트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블루벨트에서 지겨울 만큼 반복한 덕에 기본 기술들은 눈감고도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때로, 기술자가 아닌 예술가인 수련생이 되는 시기로 보인다.
브라운 벨트 수련생들은 주짓수와 백년해로하겠다 싶은 사람들이다. 주짓수 전략과 기술이 자신과 한 몸이 되어있고 이들이 체육관에 나오지 않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때쯤 되면 주짓수의 모든 면을 겪게 되는 것 같다. 수련생과 잘 맞지 않거나 어렵게 느끼는 부분도 조율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때인 것 같다.
60년대 미군 공군기지에서 유도사범으로 근무하던 조부 안상복,
블랙 벨트를 받는 사람들은 눈을 감는 날까지도 주짓수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릴만한 사람들이다. 블랙 벨트를 받는다는 것은 수련생에게 명예로운 성취이다. 동료들에게 큰 축하를 받을 일이고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련생들에게 블랙 벨트는 꿈의 벨트이다. 꿈을 꿀 수는 있지만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만 해서 얻을 수 없다.
2017년 9월 승급식
화이트벨트에서 블랙벨트까지 승급하는데 보통 10년이 걸린다. 그다음부터는 낮은 숫자에서 높은 숫자로 승단한다. 단이 없는 블랙벨트로 시작해서 3년이 지날 때마다 1단씩 승단한다. 3단까지 승단하고 나서는 5년이 지날 때마다 1단씩 승단한다.
하루가 쌓이고 또 쌓이면 어느덧 허리춤에 짙은 색의 벨트가 둘러진다. 벨트 색이 깊어질수록 몸과 마음은 단단해진다. 깊어지고 짙어지고 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