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에 가면 참 좋은 것이 있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물어볼 사범님과 선배가 있다는 것이다. 더 잘 아는 사람에게 묻고 깨닫기에는 알아가는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수련하는 방법이 맞다는 믿음 그리고 내 질문에 유익한 답을 준다는 확신이 쌓이면서 감사와 신뢰가 함께 쌓인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좋은 것을 나눌 수 있는 경험이 축적된다.
불면증을 모르고 사는 편인데 오늘은 잠이 오지 않는다. 코로나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었다. 아무도 먼저 살아보지 못한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다. 일상이 무너지고, 꿈이 꺾이고, 생명이 꺼져가고 있다. 무너지고 꺼져가는 희망과 생명 앞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것이 있다. 서울의 집값, 그리고 목소리다.
혼돈의 시대일수록 자기가 답을 갖고 있다는 목소리들이 커진다. 그 목소리들 중에는 귀 기울여야 할 진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목소리도 많다. 그 둘을 분간하기가 참 어렵다. 왁자지껄 소리도 크고 번쩍 번쩍 볼 것이 있어야 한 번이라도 더 듣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시끄러워지고 요란해진다.
믿을 수 있는 사람만 있다면 쫓아가서 묻고 싶다. 어떻게 살고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말이다. 하지만 시대의 잘못인지 세월의 잘못인지, 지성과 정의를 주장하던 목소리에서 광기가 번뜩이고, 용서와 화해를 나눠야 하는 목소리에서 위선과 아집이 묻어난다. 예전에는 믿었지만 더 이상 믿을 수가 없다.
이 모든 것이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라거나 또는 이럴 때일수록 이렇게만 하면 된다거나 그들이 악하기에 일어난 일이라거나.... 혼돈스러울수록 단순한 것이 인기가 많다. 사람들은 이렇게 불안으로부터 탈출한다.
주짓수 수련 기간이 늘어날수록 혼자서 고민하고 연구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나는 팔다리가 긴데 복부 힘이 약하니까 이 기술은 되고 이 기술은 안 된다거나, 나는 힘은 센데 속도가 느리니까 유리한 포지션은 이런 거겠구나' 하면서 자신에게 알맞은 싸우는 방식을 개발하게 된다. 이러한 고민과 결정은 선배들이 해줄 수가 없다. 내가 어떤 스타일로 어떤 장점을 갖고 싸우는지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이기 때문이다.
혼란의 시대, 우리들은 물어볼 사람 없이 홀로 수련해야 하는 무술 수련생과 비슷하다. 부족하고 완벽하지 않지만, 내 감각과 판단을 믿고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야 한다. 누군가 내지르는 큰 소리, 잘 안들리는 작은 소리도 들어보고, 취해야 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을 의지하고 위로하면서 함께 성장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자신만의 답을 갖게 될 것이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든 마음과 손길에 감사를 보냅니다.다시 체육관에서 운동할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