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유선 Apr 28. 2021

40대에 주짓수를 시작할 수 있는 네 가지이유

VIVA 중년 주짓수

40대에 주짓수를 시작할 수 있는 네 가지 이유


마흔이 넘어 주짓수를 시작해서 꾸준히 수련하는 동료들을 본다.  다른 격투기는 마흔 넘어서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주짓수 체육관에는 다른 무술을 접해보지 못한 채 인생 전반부를 살아낸 무술 초보들이 '나도 한번 해볼까?' 하며 방문해서, 입관을 결심하고, 재미를 붙인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다른 격투기나 무술을 접해본 경험 없이도 주짓수를 시작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 마흔둘의 나이에 주짓수를 시작해서 아직까지는 무탈하게 하고 있는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적어보겠다.


첫 번째, 타격이 없다.

타격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타 무술에 비해서 약점으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주짓수가 타격을 배제한 무술이라는 점은 일반인 수련자이자 평생 남에게 맞아본 적도 남을  때려본 적도 없는 내가 수련 결심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체육관 방문 첫날, 서로 맞고 때리면서 수련하는 장면을 봤다면 나는 입관을 하지 못 을 것이다.

나중에 무술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 타격을 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내 손으로 내 머리를 때려본 적이 있다. '퍽'하는 소리부터 얼얼한 느낌이 오래가는 것이 한동안 찝찝했다. 마치 자존심 상하는 말을 듣고 나면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도 그 여파가 오래 남는 것과 같다고 할까. 타격에 대한 애정과 재미를 아는 분들 입장에서는 모르는 소리한다 할지 모르겠지만, 타격 기술은 주짓수 굳히기 기술(조르기와 꺾기)보다는 좀 더  충격을 남기는 것 같다.


두 번째, 상대보다 적은 힘으로도 싸울 수 있다.

주짓수가 여성이 남성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무술이라는 말에 대한 진위를 가리는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기술의 숙련도가 정교하다는 전제가 충족된다면, 이 말은 참이라는 장면을 나는 수도 없이 목격했다. 적은 힘으로  큰 힘을 가진 상대를 이기는 것은, 어렵지만 불가능하지 않았다.


여성이 남성을 이겼고,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을 이겼고, 나이 많은 사람이 젊은 사람을 이겼다. 주짓수 체육관에서는 힘이 적다는 것이 수련을 할 수 없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특히, '어떤 포지션 에서도 살아남는다'는 주짓수 철학은 무조건 힘을 키워 상대를 한 방에 나가 떨어트리는 것을 강조하는 대신, 자신이 가용할 수 있는 힘과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로 끝까지 버티는 것을 강조하기 때문에, 자신의 힘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무술보다는 부담을 덜 가질 수 있다.


세 번째,  머리로 싸운다.

하나의 기술을 성공시키려면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순서대로 차근차근 해내야 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반응을 직감적으로 찾아내기를 수련하면서, 머리가 나쁘면 주짓수 하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주짓수를 잘하려면 지략(智略)을 펼 줄 알아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힘이 부족하더라도 머리를 잘 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흔이 넘으면 신체 능력은 급격히 떨어질지 몰라도 지적 능력에 감퇴가 심각하게 일어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인생의 전반부를 살아내며 습득한 인내심으로 상황을 읽어내며 문제를 풀어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네 번째, 격렬함 속에 부드러움을 담아내며 움직인다.

주짓수 체육관에 재미있는 장면 중 하나는 조르기와 꺾기 같은 공격력 높은 굳히기 기술을 사용하는데 고요한 가운데서 한다는 것이다. 스파링 장면을 관찰해보면 굳히기 기술을 할 때 숨소리나 탭을 치는 소리가 간간히 들리지만, '얍'하는 기합 소리나 상대방 심리를 흐뜨러트리는 공격적인 말소리가 오가지 않는다.

유술(柔術)에 기원을 둔 주짓수는 탁탁 끊어내는 대신 부드럽게 흐르고 연결하는 움직임이 많다. 고요하고 부드러운 방법으로 힘을 키운다. 시합 준비를 위한 훈련이 아닌 이상, 바닥 위에 몸을 부드럽게 굴려 '롤링'이라는 표현에  적합한 움직임들을 이어가는데, 그렇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고요하고 부드럽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상의 네 가지 이유는 나이가 들어서도 주짓수를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체육관 문턱을 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련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주짓수를 두고 시작하기는 쉬워도 계속하기는 쉽지 않은 운동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기술을 득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신체 접촉에 대한 부담이 크며, 자신의 모자란 부분이 여실히 드러나고, 매번 승패가 나는 방식으로 훈련을 하기 때문에,  인내심의 바닥을 확인하고, 끝도 없이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서인지 남들보다 늦게 시작해서도 계속 운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인내심이 강하고 자존심을 잠시 내려놓아도 자존감이 상하지 않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


주짓수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핸드폰 배터리가  칸칸히 방전되듯 체력이 턱턱 줄어드는 중년에 접어든 수련자 중에 젊은 수련자를 상대로 운동하는 것이 부담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주짓수를 포기하지  않는 중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중년 주짓수 만세, VIVA 중년 주짓수.  




주짓수 작가 안블루: 일러스트 Jujitpon


작가의 이전글 우울한 기분을 잘 흘려보내는 세 가지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