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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부 Feb 18. 2022

운전할 때 욕하기 vs 울기

애인이 운전하다가 화를 내기 시작했다



회사 동기 A가 나보고 늘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조르는 친구 B가 있다. A도 좋은 사람이고 B도 괜찮은 사람인데, 나는 그 둘을 소개시켜주기가 곤란하다. 가끔씩 B에게서 내가 싫어하는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B에게서 깜짝깜짝 놀라는 순간은 그가 쉽게 욱하고, 다른 사람에게 화내는 모습을 볼 때다. 누군가 새치기를 할 때, 툭 치고 지나가거나, 도로에서 끼어들기를 할 때. 분명 화가나는 순간이겠지만, 그 화를 표현하는 모습이 나는 종종 무섭다. 


그 모습을 나의 애인에게서 보면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함께 간 제주 여행에서 카페를 찾아가는 길. 운전 연습을 하고 싶다는 애인에게 차를 맡기고 나는 조수석에 앉았다. (물론 나도 운전을 잘 못한다.) 익숙하지 않은 길을 갈 때 예의 그렇듯 누구나 긴장하게 되는데, 그 긴장을 웃음으로 넘기는 사람이 있고 또 누군가는 더 센 척을 하거나, 비방할 무언가를 찾아내기도 한다. 나는 의지할 사람/무언가를 찾는 편이고, 애인은 화를 내는 편이다.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는데, 뒷 차들이 빵빵거리기 시작했다. 애인은 얼굴이 빨게 지더니 크게 뒷차가 크게 빠-앙 하는 순간 그만 욕을 내뱉었다. 트리거를 건드린 사람에게 '욱'하고 욕하던 모습. 사실 그 순간에 애인이 많이 불편해진 게 사실이다. 다시 싫은 모습이 겹치기도 하고. 그런데 애인이 나를 보더니 미안하다고 바로 사과를 했다. 미안, 정말 미안. 내가 화를 못참았다. 미안, 정말로 미안해.




그래, 그거면 됐지.

이제 앞으로 안그러면 됐지.


화내거나 짜증내는 순간들을 앞으로도 많이 격게 될 텐데, 그때마다, 견딘다는 느낌 대신 슬기롭게 해결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도 누군가의 마음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내 의견을 어른스럽게 펼쳐낼 수 있다면 참 좋겠고, 어른스럽게 바른 습관으로 이끌어준다면 좋겠다. 마음의 그릇이 하루에 1센티미터씩만 더 넓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생각해보면 누구나 약하고 작아지는 순간이 있고, 그 순간을 어떤 식으로 해결해나가는지의 문제는 또 제각각이다. 내가 무력해지는 순간에, 나는 자조하거나 울어버리는 방법을 택할 테고 (혹은 속으로 그저 삼켜버리는 일의 반복), 누군가는 소리를 지르거나 상대에게 화풀이를 하거나 오늘 같은 경우처럼 욱하며 욕을 해버릴 텐데, 그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그 방식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못하고 엉엉 울어버리는 내가, 누군가보다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는 일. 마음과 행동의 결이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속은 조금 편해지겠지만. 뭐 어찌되었든지 서로 다른 우리가 만나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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