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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부 Jan 25. 2022

눈 오는 날

내일은 조금 더 일찍 일어나야지. 지각하면 안되니까.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싫어한다고,

쉽게 말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 말이 어려워진 순간이 나에게는 어른으로 접어든 순간 같기도 하다. 예전에 많이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한번은 같이 걷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나는 비오는 날을 좋아해서 그날도 얼른 카페 안으로 뛰어들어가 싱글벙글 비오는 창밖을 바라봤다. 비를 좋아하냐고 물어보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자기는 비가 오면 장사가 잘 안 돼서 비를 별로 안좋아한다고 했다. 알고 보니 관광지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을 좋아하면서, 여전히 비 내리는 날을 좋아했다. 우리는 짧게 만났지만, 마침 계절이 바뀌는 초여름이었고, 그해는 비가 유난히 많이 왔다. 그 사람 앞에서도 비가 내리면 나는 싱글벙글 웃었던 것 같다. 비가 여전히 좋다는 말도 두세 번 더 했던 것 같다.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나는 늘 내 마음만 앞서는 사람이라는 걸 들킨 것 같아서 민망했다.


오늘은 눈이 엄청 많이 왔다. 하늘에서 뭔가 내리는 걸 좋아하는 나는, 비 만큼 눈도 좋아하는데. 이제는 마음껏 좋아하기가 어쩐지. 조금씩 마음에 캥긴다. 택배하는 삼촌은 괜찮으려나. 할머니는 삼촌 걱정 없이 잘 자려나.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우리 엄마는 내일 미끄러지지 않아야 하는데. 아직 잘 못 걷는 사촌동생을 데리고 다니느라 이모는 또 고생이겠네. 그리고 그 사람은 하늘에서 뭐가 쏟아진다고 또 울상이려나. 내가 나를 생각하기 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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