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체부 Jul 14. 2022

무단횡단은 도둑질

왜 다른 사람의 1분을 무용하게 만들어?



바보야.

무단횡단은 도둑질이야.


집에 가는 길. 지하철을 탔는데 마스크를 턱에 걸친 청년이 있었다. 단정한 흰 면바지에 주름하나 없는 깨끗한 카라 티셔츠. 깔끔한 옷차림 때문인지 첫인상은 참 좋았는데, 턱스크를 한 채로 열차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화가 났다. 내 성격상 뭐라고 나서서 말은 하지 못하고, 괜히 그 사람의 뒷모습을 살짝살짝 째려봤다. 


사실은 그가 마스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게 엄청 큰 범법 행위라거나(그럴 수도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기는 데 치명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기엔 요즘 시행하는 정책들이 다들 너무 모호하지 않나.) 내가 화가 나는 이유는 남들이 고생하면서 지키고 있는 일들을 무의미한 노력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었다.


무단횡단도 비슷하다. 출근길에 횡단보도 앞에서 초록불을 기다리고 있을 때 누군가 무단횡단을 하면 화가 났다. 나도 매일 출근길이 아슬아슬 하거든. 1분 2분 차이로 지각을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달리거든. 퇴근길도 마찬가지다. 이번 신호등 타이밍만 잘 맞으면 지금 오고 있는 버스를 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늘 초록불은 버스가 떠난 뒤에야 켜진다. 횡단보도 앞에서 얼른 바껴라, 얼른 바껴라 속으로 되뇌고 있을 때, 누군가는 좌우를 살피더니 슬쩍 건너서 버스에 올라탄다. 게임도 안 했는데 괜히 진기분이 든다.


사실 나도 가끔은 무단횡단을 한다. 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차가 잘 다니지 않는 곳. 신호등이 무의미하게 서있는 곳. 나 말고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 어떤 무단횡단은 해도 되고 어떤 건 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는 건 웃기지만, 누군가 초록불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을 무시하고 아무렇지 않게 보란듯이 횡단보도를 밟는 걸음들이 밉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위해 초록불을 기다리는 거지? 우리의 1분은 어째서 소중하지 않지? 왜 그렇게 만들어버리는 거지?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래서 미운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응원하는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