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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운서 Oct 05. 2020

6주 차. 보이스 트레이닝 (0)

목소리학(?!) 개론 + 최선의 톤 찾기

특이하게 6-1이 아닌, 6-0으로 시작을 해봅니다. 아마 6주 차는 가장 긴 파트가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스크롤을 내리는 게 아닌, 여러분의 말 생활에 가장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파트가 되기도 할 거고요. 그래서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부터 좀 편하게 나누고 본격적인 강의에 들어가 보려고요.   
 
자기 목소리 마음에 들어하시는 분? 혹시 본인이 말씀하실 때 자신의 귀에 들리는 목소리가 '자기 목소리'라고 생각하시는 분 계실까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스마트폰의 녹음 어플을 이용해 아무 말이나 녹음해보시고 그 소리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그 소리가 사실 진짜 '자기 목소리'예요. 남이 듣는 나의 목소리죠. 어? 그럼 우리가 말할 때 우리 귀에 들리는 소리는요? 너무나 안타깝게도 그 소리는 평생 우리 자신밖에 들을 수가 없습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뭔지 아세요? 보통 자기가 듣는 자기 목소리가 제일 좋은 소리라는 거죠. 우리 귀에 들리는 소리는 우리의 성대에서 만들어진 소리를 그대로 듣는 건데요. 이 100점짜리 소리가 혀와, 턱, 입술, 코 등을 거치며 80점, 60점, 40점 이렇게 점수가 떨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아마 대부분의 분들은 녹음된 자기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꽤나 충격을 받으신 경험이 있으시지 않나요? "내 목소리 이렇지 않은데?!" 하면서요. 그리고 저는 지금까지는 단 한 명도 자기가 듣는 자기 목소리보다 남이 듣는 자기 목소리가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만나본 적이 없네요.
 
그렇다면 목소리는 바꿀 수 있을까요? 바꿀 수 없는 거라면 이 글은 여기에서 그만 읽으셔도 될 겁니다. 진짜로 닫고 계신 거 아니죠? 음, 목소리 고유의 색인 '음색' 자체는 바꿀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요. 음색을 제외한 목소리에 대한 모든 부분은 싹 다 바꿀 수 있어요. 어떻게 이렇게 확신해서 말하냐고요? 제가 그 산 증인이거든요.   
 
혹시 제 별명 기억하세요? 자기소개에 대해 강의하면서 말씀드렸던. 목소리가 마가린, 버터, 치즈를 합친 것만큼 느끼하다고 붙여졌던 'MBC'라는 별명이었죠. 저를 위한 변명을 좀 해보자면요. 저는 기본적으로 다들 '미성'이라 부르는, 남자 중에서 꽤나 부드러운 음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성모나 임형주 같은 음색이요. 그런데요. 중학교 방송부 때 선배들이 다 여자였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여자 선배들에게 아나운서 교육을 받아버렸네요? 물론 여자라고 다 높은 톤을 가진 건 아니지만 TV에 나오는 아나운서들을 따라 하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했던 저의 선배들은 무척이나 높은 톤으로 방송을 했고, 저 또한 그렇게 하도록 가르쳤죠. 원래도 부드러운 미성의 남자 애가 높은 톤으로 방송을 한다? 상상이 가시나요?  
 
수업 시간임에도 급하게 해야 할 공지가 있을 때면 선생님들이 저희 반에 급하게 찾아오셔서 저를 데리고 방송실로 가셔서는 알림 방송을 시키시고는 하셨는데요. 수업 시간에 방송을 하면 딩동댕동-하고 차임 벨이 울린 후의 첫 멘트가요. "수업 시간에 죄송합니다."였어요. 근데 제가 그 멘트를 하잖아요? 그러면 전교에서 "수업 시간에 죄송하면 하지 마!!!" 이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정도로 듣기 힘든 목소리였던 거죠. 제 목소리가.
 
문제는, 제가 아나운서를 본격적으로 준비할 때까지도 그 목소리로 말을 했던 거예요. "학생 아나운서로 나 꽤 잘 나갔는데? 왜 아나운서가 안 되지?" 당연하죠. 누가 그런 느끼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을 아나운서로 쓰겠어요. 스스로는 그 문제에 대한 답을 못 찾고 있었는데요. 아나운서 스터디를 같이 하던 멤버 중에 성악을 했던 형이 한 명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 형이 저한테 무척이나 멋진 목소리로 이렇게 말해주더라고요.
"광훈아, 아무리 생각해봐도 네가 나보다 더 베이스일 것 같아."
 
남자의 음역대는 '테너-바리톤-베이스'로 나뉩니다. 테너가 가장 높고 베이스가 제일 낮아요. 저는 그때까지 평생을 제가 테너 중에서도 하이 테너라고 생각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그런 제가 베이스라뇨? 그것도 성악으로 베이스를 한 사람보다 더? 네, 근데 그게 맞았던 거예요. 제가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톤은 낮은 톤이었는데 방송부의 경험이, 그리고 '미성이면 높은 소리를 낸다'는 스스로의 편견이 저로 하여금 높은 톤으로 말하게 만들었던 거죠.
 
맞지 않는 톤으로 말을 하다 보니까 아무리 발성 연습을 열심히 한 들 효과가 크지 않았어요.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톤을 낮춰보니까요. 그동안의 연습 결과들이 다 나타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콧소리가 사라지고 막혔던 발성이 뚫리고 성대결절 직전까지 갔던 목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그 결과 아나운서가 될 수 있었고요.  
 
그래서 저는 호흡과 발성, 발음까지 다 이야기하겠지만 목소리에 대한 고민이 있으신 분들 중에 목소리로 먹고 살 정도까지 생각하시는 분들이 아니라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톤만 찾아도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렇다면 최선의 목소리 톤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첫 번째는요. 검지와 중지를 한 번 붙여보시고요. 두 손가락이 맞닿은 선 부분을 본인 목젖의 가장 튀어나와 있는 부분에 갖다 대보세요. 그리고 말씀을 해보시면요.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게 느껴지실 겁니다. 높은 소리를 내면 목젖이 위로 올라가고요. 낮은 소리를 내면 반대로 목젖이 내려가요. 일단 평소의 목소리를 낼 때 목젖이 위로 가는지 아래로 가는지 판단해보세요. 잘 모르시겠으면 주위 분들에게 부탁하셔도 됩니다. 사실 남이 만졌을 때 더 확 와 닿거든요. 우리가 가진 최선의 톤은요. 목젖이 그 위치 그대로 있거나 살짝 아래로 내려올 때예요. 만약 여러분의 평소 목소리를 낼 때 목젖이 너무 위로 올라간다면 톤을 좀 낮춰서 말을 해보시고요. 너무 내려간다면 반대로 좀 톤을 높여서 말씀해보세요.  
 
이것보다 조금 더 편한 방법이 하나 있는데요. 아무래도 최선의 목소리 톤이 선천적인 톤과 연관이 있다 보니 우리가 자라면서 아무리 목소리 톤이 바뀌었다고 해도 분명 어디에선가는 나와요. 그게 대부분은 자신이 가장 편한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조금 더 정확히는 여러분이 가장 막 대할 수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할 때 그 목소리가 나옵니다. 만약 한 번이라도 "언니는 나한테 말할 때랑 밖에서 다른 사람들이랑 얘기할 때 목소리가 다르잖아"라는 말을 들어보셨다면요. 축하드립니다. 동생 분에게 말씀하실 때의 톤이 최선의 목소리 톤이에요. 쉽게 찾으셨네요. 그리고 이 경우처럼 대부분 가족이나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 말할 때 최선의 톤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에게 호감과 신뢰를 주는 데 목소리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는 무슨무슨 법칙의 이야기를 할 것도 없이요. 목소리가 경쟁력이라는 건 아마 아무도 부인하시지 않을 겁니다. 굳이 경쟁력까지 가지 않아도 누구나 더 좋은 목소리로 말하고 싶잖아요? 그래서 이제부터 저는 더 좋은 목소리를 갖기 위한 이야기들, 호흡과 발성과 발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호흡과 발성, 발음을 잘해도 본인에게 맞는 톤을 먼저 찾지 않으면 그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 꼭 기억해주시고요. 최선의 목소리 톤부터 잡아보고 우리 본격적인 이야기 시작해볼까요?


<자칭 꼰대 교수의 강의 노트 6-0>

#최선의 목소리 톤
 
1) 중지와 검지를 붙인 후에 두 손가락 사이의 선을 목젖 가장 튀어나온 부분에 맞춘 후 목젖이 위아래로 거의 움직임이 없거나 살짝 내려가는 정도의 톤
2) 가장 편한 사람, 가장 막 대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말할 때의 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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