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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운서 Oct 14. 2020

6주 차. 보이스 트레이닝 (2)

'퉤' 하나면 충분하다.

 
 혹시 아주 오래전에 나온 우리나라 영화들 잠깐이라도 보신 기억이 있으신가요? 흑백 영화요. 그때의 영화들을 보면 아주 잘생긴 남자 주인공이 멋있지만 조금은 느끼한 목소리로 "미숙이~" 이렇게 여주인공을 부를 것만 같죠. 당대의 여학생들이라면 그 목소리를 듣고 하트 뿅뿅한 눈으로 "오빠!!!"하며 반했겠지만 지금의 배우들이 그런 목소리로 연기한다면 살짝 부담스러울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에도 그런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예요. 특히! 20대 남성들이요. 모든 문장의 주어를 "오빠가~" 이렇게 느끼하게 말하는 오빠들 말입니다. 제가 앞에서 말한 예전 배우들과 이 오빠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목을 누르면서 소리를 내는, 소위 '먹는 발성'으로 말을 한다는 거죠. 언뜻 듣기엔 멋진 목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먹는 발성으로 내는 목소리는 정말 좋지 않은 목소리입니다.
 
 그럼 좋은 목소리, 조금 더 자세히 말한다면 좋은 발성은 무엇일까요? 혹시 야구에서 투수들이 던지는 공이 어떤 모양으로 날아가는지 아시나요? 직선으로 날아가는 것 같은 '직구'라 하더라도 살짝의 포물선을 그리며 앞으로 날아갑니다. 우리의 발성도 마찬가지예요. 일직선으로 꽂히는 소리는 물론 시원하고 좋지만 살짝의 포물선까지 그리며 나아간다면 조금 더 듣기 좋은, 앞으로 가면서도 부드러운 소리가 됩니다.   
 
 이제 이쯤에서 자신의 발성이 어떤지 한 번 테스트해볼까요? 입에서 주먹 두 개 정도의 거리를 두고 손을 한 번 펴보세요. 그리고 편하게 "가!"하고 소리를 내봅니다. 혹시... 손에서 바람이 느껴지시나요? 아무것도 안 느껴지신다고요? 그럼 다른 소리를 한 번 내볼까요. 아무리 심한 먹는 발성이어도 무조건 뱉을 수밖에 없는 소리가 하나 있습니다. '뱉는다'는 표현이 아주 큰 힌트예요. 네, 바로 '퉤!'입니다. 아까의 똑같이 손을 펴보고 "퉤!"하고 소리를 내보시겠어요? 이제 바람이 느껴지시죠?  
 
왜 "퉤!"를 할 때는 바람이 느껴지는데 "가!"를 할 때는 바람이 느껴지지 않는 걸까요? 무척이나 슬픈 말이지만 "가!"를 할 때 바람이 느껴지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소리가 그 거리만큼도 나아가지 못한다는 겁니다. 먹는 발성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그냥 입 바로 앞쪽에서 툭 떨어진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그렇게 시끄럽지 않은 곳에서 마주 보고 대화를 하고 있는데도 서로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슬픈 상황들이 벌어지고는 하는 겁니다.  
 
 이쯤에서 고백하지만 사실 저도 무척 심한 먹는 발성이었어요. 그리고 위에서 말했던 "오빠가~"하면서 느끼한 목소리를 내는 것 역시 저의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아나운서를 꿈꾸면서 학생 아나운서도 쭉 해왔으니 저의 목소리가 좋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아나운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제 발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그리고 그때부터 먹는 발성을 고치기 위한 저의 눈물겨운 노력은 시작됐습니다. 매일 발성 연습을 한 시간씩 하는 건 기본이었고요. 아나운서 아카데미에서 발성이 좋다고 느껴지면 선생님들 뿐 아니라 같은 학생들에게까지 끊임없이 물어보고 배웠습니다. 발성에 관한 책들도 엄청 많이 읽고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수많은 동영상들도 섭렵(?!)했습니다. 거기에 교회 찬양대 지휘자님, 성악가, 보컬 트레이너, 뮤지컬 배우 등 소리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라면 찾아갈 수 있을 만큼 다 찾아가서 발성을 배워봤어요.    
 
 하지만 조금은 허무할 정도로 발성에 대한 답은 간단했습니다. 평생 소리를 연구해오신 어떤 노교수님의 강의를 듣게 됐는데요. 좋은 발성을 너무 간단하게 정의하시더라고요. 그냥 소리를 냈을 때 소리가 입천장 앞부분을 치면서 나오면 된다고요. 그리고 그 정의에 가장 부합하는 소리가 바로 '퉤!'였습니다.
 
 그 후로 저의 발성 연습 방법은 바뀌었습니다. 그전까지는 흔히들 하는 대로 "가! 갸! 거! 겨! 고! 교! 구! 규! 그! 기!" 이렇게 했었는데요. 노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후로는 "퉤! 가! 퉤! 갸! 퉤! 거! 퉤! 겨! 퉤! 고! 퉤! 교! 퉤! 구! 퉤! 규! 퉤! 그! 퉤! 기!" 이렇게 연습을 했어요. 퉤처럼 다른 소리들도 입천장을 칠 수 있게 최대한 비슷하게 내보려 한 거죠. 물론 모든 소리가 '퉤'처럼 시원하게 나올 수는 없어요. 그리고 비음인 'ㄴ,ㅁ,ㅇ'은 소리가 앞으로 나오지 않는 게 정상입니다. 하지만 '퉤'와 비슷하게 다른 소리들도 내려고 노력하면 소리가 시원하게 앞으로 나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처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선의 톤, 그 다음은 복식호흡, 그리고 이번에는 "퉤!"로 대표되는 시원한 발성까지. 좋은 목소리를 가지기 위한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그 방법을 아는 것과 연습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건 다른 문제겠지만요. 앞의 호흡 파트와 똑같은 결론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마쳐보려고 합니다. 목소리에 관한 한 노력은 결코 우리를 배신하지 않습니다.





<자칭꼰대교수의 강의 노트 6-2>



#발성
 
1) 공기가 입천장 앞쪽을 치는 소리가 좋은 발성이다.
2) "퉤!"는 무조건 뱉을 수밖에 없는 소리이기에 모든 소리를 "퉤"처럼 내려고 한다면 시원한 발성을 낼 수 있다.  
 
#발성 연습법
 
1) "스-"하면서 윗니와 아랫니 사이로 호흡을 빼다가 그 상태에서 "아-"하면서 소리 내기.
2) "엄-"하면서 허밍을 하며 소리를 입술 쪽으로 모으다가 "마-"하면서 터뜨리기.
3) "퉤! 가! 퉤! 갸! 퉤! 거! 퉤! 겨! 퉤! 고! 퉤! 교! 퉤! 구! 퉤! 규! 퉤! 그! 퉤! 기!" 하면서 소리 앞으로 뱉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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