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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운서 Nov 13. 2020

6주 차. 보이스 트레이닝 (3)

'좋은 목소리'와 '말을 잘하는 것'의 비결이 같다면...?!

누군가와 대화할 때 "이 사람은 발음이 왜 이렇게 안 좋지?"라는 생각 한 번쯤은 해보셨죠? 그런데 반대로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발음이 좋지?"라는 생각 해본 적 있으신가요? 아마 없으실 겁니다. 왜일까요? 우리 주위에 발음이 좋은 사람이 없어서일까요?  
 
 이야기를 살짝만 돌려보겠습니다. 제가 대학에 다닐 때요. 누군가를 처음 만나서 자기 소개를 하고 나면 늘 상대방이 "와, 말씀 되게 잘하시네요."라는 칭찬을 저에게 해주고는 했습니다. 그런데요. 제가 한 자기소개라고는 "안녕하십니까, 저는 국어국문학과 ㅇㅇ학번 안광훈입니다."....가 다였는데요? 흔히 '말을 잘한다'는 건 말을 조리 있게 한다거나 논리가 탄탄할 때 쓰는 말 아닌가요? 근데 왜 저는 저 한 마디만 했는데 말을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을까요.  
 
 앞의 두 이야기를 합해보겠습니다. 우리가 발음이 안 좋은 사람들은 주위에서 종종 보는데 발음이 좋은 사람들은 잘 못 보는 이유와, 제가 단 한 마디만 했을 뿐인데 사람들에게서 말을 잘한다는 칭찬을 들은 이유는 같습니다. 바로 사람들은 좋은, 또는 정확한 모국어 발음을 들었을 때 '발음이 좋다'라고 인식하는 게 아니라 '말을 잘한다'고 인식하기 때문이죠. 
 
 '보이스 트레이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6주 차. 그래서 목소리 톤과, 호흡, 발성에 대한 이야기를 앞에서부터 쭉 해왔었죠. 음, 하지만 사실 제가 강의를 할 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발음'입니다. 사실 목소리로 먹고 사실(!?) 분들이 아니라면, 그리고 목소리 자체에 대한 고민이 너무 크신 분들이 아니라면 호흡과 발성 연습을 꾸준히 해야겠다는 동기를 가지시기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말을 잘하고 싶지 않은 분 계신가요? 물론 말을 제대로 조리 있게, 또는 논리적으로 잘하려면 다른 많은 것들이 필요하겠지만 발음만 좋아도 말을 잘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면 좋은 발음을 위한 노력은 충분히 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은 발음을 낼 수 있을까요. "입을 크게 벌리고 발음해라."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요. 입을 크게 벌리는 게 좋은 발음의 조건이라면 저는 결코 아나운서가 될 수 없었을 겁니다. 왜냐하면 저는 큰 덩치에 비해 너무나도 작은 입을 가지고 있거든요. 심지어 저보다 입이 작은 여성분들도 살면서 별로 보지 못했을 정도로요. 입을 크게 벌려야 발음을 잘할 수 있다면 선천적으로 입 자체가 작은 제가 발음이 중요한 아나운서가 될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대체 발음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모음 사각도



혹시 위의 그림 봐보신 적 있나요? 한국어의 모음이 어디서 어떻게 발음되는지를 보여주는 '모음 사각도'인데요. 한국어의 모음은 위의 그림과 같이 '혀'의 위치와 높이를 조절해서 발음을 한다는 거죠. 그런데요. 정말 혀를 가지고 그 위치와 높이만 조절하면 발음이 될까요...? 가장 앞쪽의 '이, 에, 애, 아'를 혀만 가지고 한 번 발음해보시겠어요? 어떠신가요. 정말 혀만 쓰는 느낌이 드시나요? 제가 다른 예를 찾기 위해 정말 애써봤지만 저는 지금까지 혀만 가지고 무엇을 한다는 건 '키스'말고는 그 예를 못 찾겠더라고요. 근데 모음을 발음할 때 그렇게 혀가 써지나요?  
 
 그래서 저는 늘 모음 사각도를 볼 때마다, 그리고 이렇게 강의를 할 때마다 모음 사각도에 쓰여있는 '혀'라는 단어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혀'가 아니라 '턱'으로 말이죠. 선천적으로 입이 무척 작은 제가 아나운서가 될 수 있던 비결이자 발음을 잘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턱'을 쓰는 겁니다.  
 
 다시 한 번 '이, 에, 애, 아'로 설명해볼까요. 모음 사각도에서 '혀'라는 단어를 '턱'으로 바꾼다면 '이'를 발음할 때 턱의 위치는 가장 앞, 그리고 턱의 높이는 가장 위에 있는 상황입니다. 가만히 있다가 '이'를 발음하면 실제로 턱이 앞으로 가면서 위로 들리는 걸 느끼실 수 있으실 거예요. 그렇게 '이'를 내고 '에', '애', '아'로 갈수록 턱이 뒤로 빠지면서 밑으로 내려오게 되죠. 이 위치와 높이를 확실하게 구분해서 내는 것이 바로 정확한 발음입니다. 그렇게 하면 "아이 애야 어이 에야?""라는 질문을 할 필요도 없어지는 거죠.  
 
 턱의 중요성은 발음이 잘 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아나운서나 배우들의 목소리가 일반인들과 보통 다르다고 하잖아요. 혹시 어떤 부분이 가장 다른지 아시나요? 바로 아나운서나 배우들의 목소리에는 '울림'이 있다는 겁니다. 사실 울림소리 자체는 발성과 더 가까운 문제이긴 하지만 턱 움직임과도 꽤나 관련이 있어요. '울림'이라는 게 생기려면 공간이 필요합니다. 목소리에 울림이 있으려면 입 안에 공간이 충분히 있어야 해요. 그리고 턱을 제대로 쓰게 된다면 그 공간이 생기게 됩니다. 즉, 턱만 잘 써도 발음뿐만 아니라 발성도 좋아질 수 있다는 거죠.     
 
 그럼 턱은 어떻게 쓰는 걸까요. 음, 혹시 벌리실 수 있는 최대한으로 턱을 크게 벌려보시겠어요? 그러셨을 때 턱에서 딱!하는 느낌이 들거나 더 심하게는 통증이 있다면 평소에 턱을 거의 쓰시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그게 심했었습니다. 목소리가 그랬듯이 발음 또한 처음부터 좋았던 게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저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마치 껌을 씹듯이 턱을 움직였어요. 턱을 쓰는 느낌을 각인시키고 싶었던 거죠. 그리고 그렇게 턱을 왔다 갔다 하다가 소리를 내면 발음이 훨씬 잘 됐습니다. 입이 아니라 턱으로 제대로 발음을 하게 된 거죠. 그리고 그렇게 턱을 쓰다 보니 자연스레 목소리에 울림도 생겼습니다.  
 
 그렇기에 결론적으로 저는 발음을 '턱 운동'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말했듯 턱을 제대로 쓰면 울림이 생기기에 목소리도 훨씬 좋아질 수 있습니다. 목소리 톤부터 호흡, 발성, 발음까지 이야기해왔지만 저에게 딱 하나만 강조하라면 저는 주저 없이 '턱'이라고 할 거예요.  
 
 우리의 목소리는, 우리의 호흡과 발성과 발음은 분명 좋아질 수 있습니다. 6주 차는 항상 같은 결론으로 끝을 내게 되네요. 저는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목소리에 관한 한, 호흡과 발성과 발음에 관한 한 노력은 결코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자칭꼰대교수의 강의 노트 6-3>


#발음 
 
1) 발음은 턱 운동이다.  
2) 턱을 쓰면 입에 공간이 생기면서 아나운서나 배우와 같은 울림소리를 낼 수 있다.  
 
#발음 연습법 
 
1) 모음 사각도대로 턱의 위치와 높이 조절해서 발음해보기
2) 호흡, 발성, 턱 움직임 신경쓰면서 아래 표로 소리 뱉어보기 (시간이 없다면 '타' 줄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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