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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운서 Jun 06. 2022

"나 지금 소름 돋았어. 혼자 해서 이 정도 하다니!"

자존감에 대하여. 

가장 친한 동생이 자신의 결혼식 때 춤을 추면서 신랑 입장을 하기로 했다. 자기 연습하는 걸 한번 봐달라고 해서 보러 갔는데 생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내 앞에서 한 번의 리허설을 마치더니 “와, 나 지금 소름 돋았어. 혼자 해서 이 정도 하다니...!”라고 외치는 것 아닌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로 노래하는 모습은 참 많이 봤어도 춤을 추는 건 처음 봤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자신이 춤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꽤 민망할 텐데... 심지어 완성된 춤도 아니었는데 말이지. 그럼에도 그냥 민망해서 외치는 말이 아니라 ‘소름 돋았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팔을 감싸는 모습을 보며 새삼 ‘얘가 이런 애였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이게 스스로를 사랑하는 모습이고, 바로 이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의 모습이라는 걸 깨달았다. 스스로를 칭찬해주는 것, 자신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자기 자신이 일차적으로 해주는 것.      

과거의 일이 하나 떠올랐다. 예전 여자친구에게 “내 친구 ㅇㅇ가 너 정말 예쁘다고 칭찬하더라.”라는 말을 전해준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전 여자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오빠, 남의 이야기를 전해주지 말고 오빠가 예쁘다고 해주면 안 돼?” 내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했던 게 첫째, 일단 나는 예쁘다는 칭찬을 꽤 많이 해주고 있었고. 둘째, 내 말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남의 말은 ‘객관성’이 확보되기에 남이 해준 칭찬이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돌이켜 보면 기분은 당연히 더 좋아질 수 있겠지만 당시의 여자친구에게 더 필요한 칭찬은 남의 말이 아닌 나의 말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많이 해준다고 해도 듣고 또 들어도 좋았을 테니까. 그럼... 나 자신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나 자신에게도 가장 필요한 건 어쩌면 남의 칭찬이 아니라 ‘나의 칭찬’이지 않을까.     


새삼 내가 얼마나 스스로를 칭찬하지 못하는 사람인지 생각해 봤다. 그래서 나는 피드백이 중요한 사람이 된 것이다. 일이든, 관계든. 남들이 잘했다고 해줘야 ‘내가 잘했구나’라고 생각하고, 누군가 ‘멋지다’고 해줘야 ‘그래도 내가 멋지게 사는구나’하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사람이 필요했나 보다. 내가 스스로 하지 못하는 걸 내게 해줄 사람들이.     


그런 생각들을 하다가 SNS를 보는데 누군가가 꽃이 가득한 사진을 올리면서 “내가 가득하네.”라고 표현을 해놨다.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보기 좋았다. 그러니 나도 해봐야겠다. 누군가의 칭찬이나 누군가의 말로 나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이 나를 가장 먼저 칭찬해 줘야겠다. 이게 자신을 사랑하는 것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의 시작일 테니.      


"오늘 운동하고 샤워하면서 보니까 몸 더 좋아졌더라? 고생하는 보람이 있네. 

생의 걸음 하나하나를 너의 뜻대로 살아가는 모습도 멋있어. 정말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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