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꼰대교수와 특'별난' 제자들의 이야기 둘.
"교수님 히얼."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학교에 가는 가장 빠르고 편리한 방법은 잠실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가는 것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노선이 단 하나밖에 없다는 것, 즉 저와 제자들이 같은 버스에서 마주칠 확률이 아주 높다는 거죠.
그래서 개강 전부터 우스갯소리로 주위 사람들과 그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혹시라도 지각을 하게 됐을 때 제자와 같은 버스를 타게 되면 꽤나 웃긴 상황이 펼쳐지겠다고. 제자가 저 보자마자 자기들 단톡방에 "교수님이랑 같은 버스야ㅋㅋㅋㅋㅋ 나는 지각 아닐 듯ㅋㅋㅋㅋㅋ" 이런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개강 2주 차. 도통 그 시간을 예측하기 힘든 광역버스의 특성 때문에 강의실에 수업시간 딱 맞춰 도착하거나 살짝 지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타임의 버스를 타게 됐습니다. 강의 2주 차에 교수가 지각하는 불상사가 있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함께 버스에 올랐죠.
근데 교통카드를 딱 찍자마자 앞에 앉아 있던 누군가가 "어? 우와!" 하면서 놀라더라고요. 우스갯소리로 끝날 줄 알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진 겁니다. 제자를 버스에서 마주친 거죠. 그것도 개강 2주 차에, 간당간당하게 지각할지도 모르는 광역 버스 안에서 말입니다.
아마 저를 보자마자 그 제자는 과 카톡방에 이렇게 올렸겠죠. "대박, 교수님이랑 같은 버스 탐ㅋㅋㅋ 다들 천천히 와도 될 듯?ㅋㅋㅋ".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니 강의시간까지 딱 3분 정도 남았더라고요. 걸음이 빠른 편인데다가 다행히 제 강의실은 학교에서 가장 앞에 있는 건물이라 충분히 시간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아까 그 제자와 버스 안에 있던 다른 제자가 먼저 내려서 저를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이제 2주 차인데 나한테 친근감을 많이 느끼나? 강의실까지 같이 가려고 하는 건가?" 등의 생각을 하고 있는데 두 제자가 아주 해맑게 웃으면서 저한테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수님이 지각하시면 어떻게 해요!"
아직 지각 아닌데...억울한 마음이 가득 들던 제가 어떤 대답을 했는 줄 아세요?
"음, 만약에 제가 지금 여러분들보다 먼저 뛰어가서 출석을 부르면 제가 아니라 여러분이 지각이겠죠?"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악! 안 돼요!!!"하면서 먼저 뛰어가는 제자들의 뒷모습을 저는 흐뭇하게 바라봤답니다. 물론, 그 뒤에 저 역시 늦지 않기 위해 뒤따라 뛰어갔다는 건 안 비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