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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질고개 Feb 27. 2024

8. 실패-I, 재수는 나를 성장시켰다

단 한 번의 결심으로 학업 성과를 얻기는 쉽지 않았다. 시간도 필요했지만 지속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습관을 바꾸어야 했다. 결심과 의지만으로는 힘들었고, 내 몸속에 오래된 나태함과 게으름이 자꾸 나를 방해했다.

 

‘인생은 하루 또 하루의 집합이고 그 하루를 결정하는 것은 습관’이라는 말과 같이 지속적인 변화 의지가 일상의 습관이 되어야 했다. 반복적으로 결심을 다짐하고 뒤늦은 학업을 보충하고자 오로지 공부를 위한 생활 방식으로 바꾸었다. 고3 시절에는 엉덩이에 물집이 생기고 곪기도 했다. 조급한 마음에 참기만 하고 곪은 부위가 퍼져 가는 줄도 몰랐다. 병원 간호 경험이 있던 셋째 누나가 와서 의료 주사기로 많은 고름을 빼냈다. 지금도 내 엉덩이에는 큰 분화구 같은 시커멓게 패인 흉터가 있다. 


짧은 시간의 공부에도 학업 성적은 크게 올랐다. 그러나 뒤늦은 공부는 출제 경향에 따라 점수의 기복이 심했다. 결국 나는 대학입시 시험 성적을 생각만큼 얻지 못하고 대학에 낙방했다. 불합격 소식에 어머니는 쓰러지셨다. 도시에서 방황하고 놀기만 했던 아들을 잘 몰랐던 어머니는 내가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에 입학하리라고 믿고 계셨다.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던 어머니의 충격이 컸다. 가족 모두에게 실망을 주었다. 죄송한 마음과 함께 헛되이 보낸 학창 시절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1년의 기간은 내 능력과 뒤늦은 의지만으로 학업을 만회하기에는 충분치 못했다. 아버지께 말씀드려서 나는 1년 재수를 했다. 뒤처진 학업에 대한 조바심으로 낯선 곳에서 미친 듯이 공부하고 싶었다. 당시 큰누나는 부산에서 결혼하여 막 신혼살림을 시작하던 때였다. 매형께 부탁했다. 3개월만 매형 집에서 숙식하게 해 주면 내가 학원 부근에 공부방을 찾겠다고 말씀드렸다. 두 분의 배려로 나는 부산에 큰누나 집에서 재수를 시작했다. 그리고 3개월 후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의 다락방을 구해서 하숙했다. 오로지 대학입시 공부에만 몰입해서 그동안의 소홀했던 시간을 메우려고 노력했다. 아마도 그때부터 내 엉덩이가 무거워진 것 같다. 그리고 건전한 노력으로 얻는 성과와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다. 나는 일 년 뒤 희망했던 대학에 합격했다.


경험을 통해 인생을 배우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잘못했던 일들을 반성하고 후회하며 다시는 흔들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나 스스로에 대한 그 맹세는 지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가끔 나 자신이 흐트러지더라도 다음날 나는 다시 원위치로 돌아갔다. 그것은 내 학창 시절 잘못했던 일들을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 아침은 항상 나를 깨우고 흔들리지 않도록 다시 시작하게 한다. 그것은 어쩌면 인내와 끈기의 그릿(Grit)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 그릿(Grit) : 심리학자 앤절라 더크워스의 '그릿 GRIT'은 실패와 역경, 슬럼프를 극복하고 뛰어난 성취를 이룬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성공의 결정적 요인’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성취를 이루는 가장 큰 요인은 지능도, 성격도, 경제적 수준도, 외모도 아닌 바로 ‘그릿 Ggrit’, ‘불굴의 의지’, ‘투지’, ‘집념’ 등으로 번역되는 그릿은 ‘열정이 있는 끈기’ 즉,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정진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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