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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N SIHYO Jul 05. 2016

커피를 마시는 법

'경제 카페에서 읽은 시'를 읽고


오늘은 '경제 카페에서 읽은 시'를 읽었어요.


경제에 대해서 우리는 많이 어려워하는데요. 어렵다고 느끼는, 생각하는 이 경제를 많은 분들이 쉽게 풀어주고 계세요.

이 책에는 경재학을 조금 더 쉽고 다각도 접근을 통해 가까워질 수 있도록 40편의 시와 40개의 경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셨고 책을 읽으면서 가까운 친구와 이야기 나누는 느낌이 들었어요.


'세계 시장과 한국 경제'를 이야기하면서 세부적으로 '커피와 공정무역'을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저자는 박노해 시인의 '커피를 마시는 법'을 들려주고 '커피와 공정무역'을 이야기하죠.


커피를 마시는 법 

박노해 


에티오피아의 커피 농부 유누스가

올해 처음으로 수확한 커피 콩이라며

철판에 볶아 나무절구로 찧어 내린 

첫 잔을 내밀며 수줍게 웃는다 


나는 금이 간 커피잔을 들어

첫 모금을 마신 후 최고라고 말하려다가

실망 어린 유누스의 표정을 보는 순간,

뭔가 잘못됐음을 알아챘다 


나는 다시, 향기를 맡고 한 모금을 마신 후

천천히 눈을 감고 음미한다

얼마쯤 지났을까 눈을 뜨고 미소지으니

그의 얼굴이 환한 유채꽃이다 


그렇지요, 서른을 셀 때까지지요

첫 모금을 마신 뒤 서른을 셀 때까지


가만히 집중해야지요

목을 타고 입을 거쳐 코로 올라오는

커피향이 다섯 번은 변화하지요 


에티오피아 커피는

다섯 가지 꽃 향기가 연달아 피어나고

다섯 가지 과일 맛이 연달아 감돌지요 


우리는 커피를 마실 때마다

이 커피콩이 자라난 30년의 시간과

계절의 햇살과 대지의 바람을 느끼지요 


커피를 마실 땐

지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여운을 느끼는 거지요

그러면 어지러운 상념들이 가라앉고

복잡한 것들이 단순하게 정리되지요 


커피를 마시는 곳은 생각의 성소이고

커피를 마시는 일은 마음의 성사지요      



박노해 시인이 에티오피아를 여행하시고 그 경험을 그대로 녹여낸 시라고 합니다.

자주 즐기는 커피가 에티오피아 예카체프인데 뭔가 제가 푹 빠져 들더라고요.


향, 맛은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커피 애호가지만

제가 커피를 마시는 곳은 생각을 정리하는 그리고 생각을 키우는 장소였고

제가 커피를 마시는 일은 마음을 가다듬고 그리고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일이거든요.


요즘 카페도 많아졌고 커피 마시는 법이 널리 퍼지면서 집에서도 그리고 어디서든 내가 마시고 싶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데요.

그 날 커피의 맛은 매번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내가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다르고

어떤 기분인지에 따라 다르고

뭔가 객관적으로 어떤 향이 나고 어떤 맛이 난다고 하지만 그걸 내가 더 느끼기 힘든 

그런데 내 마음과 생각이 이렇게 저렇게 섞여 있는 그대로 커피의 특별한 맛이 느껴지면 

항상 새롭게 느껴지고 기분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좋아하고 커피를 마시는 일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커피를 한동안 마시지 않았는데 

목요일에는 커피를 마셔야겠습니다.


비가 많이 오네요.

동네 공원 산책하러 나가야 하는데

늦은 밤에도 비가 주룩주룩 아니 그냥 펑펑 쏟아집니다.


이럴 때 또 따뜻한 커피 한 잔 들고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며 Miles Davis의 Kind of Blue를 들으면 기분도 좋아지죠.


https://www.youtube.com/watch?v=kbxtYqA6ypM

Miles Davis - Kind of Blue - 1959 (Complete Album)



05.07.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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