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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N SIHYO Jan 17. 2017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인생, 그 끊임없는 만남과 상실 그리고 만남


집 가는 길,

왓챠 플레이로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

보고 있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다시 보게 하고

또 보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어쩌면 요즘 '너의 이름은'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고 있어서

바닷마을 다이어리나 오늘 이야기 나눌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에서 

바다와 하늘을 보면서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보고 싶어 졌나 봅니다.


영화관에서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또 보면서 

영화에서 놓친 부분들을 하나하나 쌓고 

1년을 넘게 보냈더니

제가 잊은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왓챠플레이로 다시 봤습니다.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제목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평소에 엄마랑 아빠랑 같이 바다로 여행을 가면 

꼭 방파제나 해변에서 엄마가 내려온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가족과 함께 하고 있음을,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음을,

또 여유를 느낍니다.

그래서 혼자 여행을 가든, 친구와 여행을 가든 꼭 카페에 들려 시간을 보내죠.


커피를 즐기는 제 호기심을 자극한 이 영화의 제목. 

커피, 세상의 끝이라는 단어가 정말 궁금하게 만듭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어려서 아빠와 떨어진 미사키는 30년 넘게 아빠와 떨어져 살았고 아빠의 행방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8년 전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아빠의 고향에 창고 하나가 있다는 정보를 듣게 됩니다.

아빠가 그리웠을까요?

아빠가 돌아오기를 바랐을까요?

아빠의 고향 노토에 와서 

사람이 정말 오지 않을 것 같은 바닷가에 있는 허름한 창고를 고치고 카페를 열게 됩니다.


그 카페는 요다카 커피입니다.

카페를 열고 밤에도 카페가 보일 수 있도록 전등을 달아둡니다.

멀리서 아빠가 등불을 보고 찾아올 수 있기를 바랬겠죠?



카페 앞에는 오래된 민박집이 있고

그 민박집에는 싱글맘인 에리코, 딸 아리사, 아들 쇼타가 살고 있습니다.

에리코가 방황하면서 집이 아닌 다른 도시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데

두 아이는 학교 급식비를 내지 못하고 친구들한테 따돌림을 당합니다.


우연히 아리사가 미사키와 친해지게 되고

미사키의 카페, 요다카 커피에서 일을 하면서 돈을 벌게 됩니다.

(근로 기준법 위반이지만 돈에 대한 경제 교육을 시켜주는 것이라고 보면 좋겠어요)


아리사와 쇼타가 카페에서 일하면서 급식비를 마련하게 되면서

셋은 가까워집니다.



아리사는 학교에서 책을 찾으며 요다카의 의미를 찾으면서 미사키가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최근 나오고 있는 일본 영화들을 보면 허전함, 적적함을 느낄 수 있는데요.

이 영화도 역시 그렇습니다.



허전하고 적적한 것을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찾게 되는데요.

주인공인 미사키, 에리코, 아리사, 쇼타는 누군가를 상실했다는 것 때문에 일상을 쓸쓸하게 보냅니다.


미사키는 아빠.

에리코는 엄마? 할머니? 아니면 남편? 

아리사와 쇼타는 엄마와 떨어지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상실감을 느꼈을 거예요.



잔잔한 파도 소리가 인상적인 바닷가 마을의 한 카페와 민박집에서 생기는 에피소드,

그리고 영화 보면 깜짝 놀라는 그 사건은 오랫동안 마음을 닫고 있던 에리코의 마음이 열리는 계기가 되었고

미사키의 요다카 커피에서 일하며 가족이 되어가며 사라져 가는 희망을 찾게 됩니다.

한 잔의 커피가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들죠.

사실 저는 에리코가 너무 단호해서 마음을 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렇게 나도 모르게 잃었다고 생각한 것들을 찾는 사람들이죠.


그러다가 아빠로 추정되는 백골이 발견되고 또 그 사건을 계기로 아빠를 알고 있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 정리를 하며 떠나는 미사키.

에리코 가족은 미사키 덕분에 밝아지고 삶의 의미를 찾았는데

미사키는 바다 파도 소리를 듣기 힘들 정도로 힘들어했고 잠시 떠나고


시간이 흘러 다시 돌아옵니다.

그렇게 넷은 함께 하게 됩니다.



우리가 보는 많은 영화들처럼 인물들의 감정이 한 번에 치고 올라가지는 않지만 단조롭게 이야기가 이어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삶의 의미를 잃은 사람들이 그 의미를 찾았다는 것에 대해 얼마나 마음이 놓이던지


이 영화를 보면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커피로 힐링하는 것을 말하면서

커피와 사람이 공존하면서 

서로 만나게 되고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상처가 치유되는 것이죠.


쓰레기로 가득 차 있던 창고

민박집이었지만 오래 영업을 하지 않아 그 기능을 잃은 민박집.


시간이 흘러 창고는 따뜻한 카페가 되고

서로의 관계가 풀리면서 밝은 미래를 꿈꾸는 에리코는 민박집을 보수하고 운영하게 됩니다.


카페라는 공간에서 나누는 미사키, 에리코, 아리사, 쇼타의 대화는 

낯설지만 서로 보듬아주려는 모습이 돋보이고 배려와 솔직함이 나옵니다.


요다카 카페와 민박집은 길게 갈등의 공간으로 보이는데요.

미사키과 에리코가 가까워지면서 

사라졌던 가족의 화목한 분위기도 살아났고, 민박집의 기능을 하게 됩니다.



오늘 후배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세상의 끝, 절벽에 서있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뭘 해야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세상의 끝에 서있다고 느낄 만큼 절박할 때 바다의 물결이 보이고 파도 소리가 들리고 따뜻한 사람들이 있는 이 곳에서 블렌드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어 질 것입니다.


아!

이 영화에 잔잔하게 들리는 배경음악 듣고 있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파도 소리도 마음을 편하게 하는데

정말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평소에 지쳤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데.

정말 한 번 몸이 힘들다 보니까 지난주도 이번 주의 첫 날인 오늘 월요일도 지쳤다는 생각을 합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은데, 병원에서 이번 달은 제발 커피 마시지 말라고 해서 맑고 깨끗한 물 한 잔 마십니다.



산다는 것이 언제나 서툴지만 

따뜻하게 받아주는 요다카 커피.

마음이 시들지 않기 위해 오늘도 달달한 핫초코나 따뜻한 커피 한 잔에서 여유를 찾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오랜 기억이 대만에 있는 감독에게도 울림을 주고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그분들 그리고 우리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힘을 주는 영화를 만들게 됩니다.


로스팅.

멈춰야 할 때를 알아야 하고, 그때 정확하게 멈춰야 아름다운 향을 내듯 

인생도 같다는 말을 전합니다.


이 영화, 미사키의 실제 모델인 나자미 요코의 카페가 있는 이시카와현의 노토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일본어를 잘 못하는 대만 감독은 한자를 쓰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서로를 이해하면서 작품을 촬영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영화를 보고 글을 쓰면서 생각하는 것 하나.

왜 내가 즐겨 보는 일본 영화들을 한 구석에 상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부딪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로를 이해하고 배우고 함께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할까?

이렇게 잔잔한 감동을 주지만 뭔가 이 사회에 대해서 마음이 아파집니다.


그리움을 커피로 풀어낸 마음 따뜻해지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이었습니다.


https://youtu.be/i3PJYKnYNS4


"같이 커피 한 잔 하실래요?"


16.11.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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