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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N SIHYO Feb 11. 2016

걷는 듯 천천히를 다시 한 번 읽다.

찬찬히 그의 영화를 다시 생각하고 글을 읽으며 일상의 촘촘함을 느끼다.

지난 브런치에서 걷는 듯 천천히를 읽고 짧게 글을 남겼어요.

오늘, 오후에 시간이 있어서 책을 읽었고, 정리를 했습니다.

(정리하는데 3시간...)


지나치기 쉽고 잊기 쉬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일상의  조각조각을 소중하게 생각해서 

영화를 볼 때마다 놀라곤 했는데요.


'걷는 듯 천천히'를 다시 읽으니까 작품들이 다시 이해가 되었습니다.


니시니폰 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모으고,  여기저기에 쓴 글을 모아서 만든 '걷는 듯 천천히'에서 

감독의 집안만의 독특한 가풍이나 재해에 대한 경험담, 친구와의 모험담들을 보여주는데 

그의 과거에 일상의 조각은 알게 모르게 영화에 스르르 녹아 들어가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꺼내 보여줍니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을 생각하고 가족을 친구를 생각해 본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음부터 보이는 이미지들에 출처가 없는 것은 책에 있는 삽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제가 일상의 밀도라는 타이틀로 SNS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놀랬어요.

일상의 소중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더 일상을 촘촘히 바라봤으니까요.

자전거 도둑 여러 번 봤는데도 이해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자가용이 없다 해서 놀랬습니다.

차 보급률이 높은 일본이고, 우리나라이기에 이해하기 힘들었죠.

생각해보니 차가 없어도 생활할 수 있는 두 나라입니다.

저는 아이스크림을 2015년부터 안 먹고 있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까 

어린 시절 요구르트를 얼려서 먹었고, 주스를 얼려서 먹었던 기억이 있더라고요.

그렇게 먹으면 되는데 왜 지금까지 안 먹고 있었을까요?

저는 크림을 좋아해서 그런 거겠죠?

하드도 좋아합니다.

저희 어머니를 생각하게 되는 글이었어요.

저희 어머니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제게 홍콩 B급, C급, 미국 서부 영화를 소개해준 분이거든요.

함께 성룡의 영화를 보고, 브루스 리의 영화를 봤는데

엄마는 모든 부분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영화를 즐기고 좋아하고 자주 봅니다.

이번 설에도 가족과 함께 IPTV와 Netflix로 영화를 많이 봤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엄청 좋아했습니다.

활자에 굶주리지는 않았지만 

책을 통해서 만나는 사람들, 세상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기 어려워했던 엄마는 직접 교육사업을 하는 회사에 들어가 집에 다양한 장르의 책이 가득 찰 수 있도록 해주셨고

아빠는 책을  사는 데 있어서 막지 않으셨죠.

그래서 베이브 루스, 링컨, 뉴턴, 그리고 스티븐스 같은 사람들에 빠질 수 있었고

톨스토이, 코난 도일 등 세계 문학 전집에 빠져 살았죠.

또  그때부터 뮤지컬을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책으로 느끼기 힘든 것들이 있으면 친구들과 함께 연극을 보게 한다는지 전시를 보게 한다는지 뮤지컬을 본다든지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셨죠.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영화를 작업하면 촬영 전날에도, 촬영 날에도, 그 후에도 사람들이 거기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노력을 한다고 해요.

어떻게 하면 대사가 일상적인 대화고 자연스러운 대화가 될까만 고민하게 되는 거죠.

누구야, 가위 좀 줘를 저기 그것 좀 줘, 쫌! 이렇게 더 자연스럽게 만들어가는 것이죠.

그래서 각본과 연출을 동시에 한다고 해요.

제가 사업을 하려 했던 것도 같은 것이죠.

하나만 하기보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고 싶었으니까요.

지금은 으흐흐...

대사를 외우지 않고 말로 대사를 전달함으로써 

배우는 대화를 이해하게 되고,

감독은 말을 듣고 연기하는 배우에 확신을 하게 되는데

역시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은 잘 듣는 것부터 하는 것 같아요.

고키 군은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의 마에다 형제의 형이랍니다.

누군가는 사실을 알렸다고 해서 박수로 보답을 하지만 내 마음 어디엔가는 찝찝함이, 불편함이 남는 날들이 있어요.

'볼링 포 콜럼바인'과 '화씨 911'을 비교를 했는데

'화씨 911'에서는 감독이 생각했던 것과 관객이 다르게 생각했었다고 하고

'볼링 포 콜럼바인'에선 총기 범죄 증가를 침략 전쟁과 연관을 짓고 총기 사용을 지지하는 미국인들을 비판했다고 하면서 작품을 깊이 있게 만들었다고 해요. 

영화를 자신의 문제로 일상에까지 끌고 갈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이 고민을 하는 작가로서는 충분히 두 작품으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에요.

저도 미국의 총기 사고 증가가 걱정이 되어서 Lab80에서 하는 hellomoney라는 서비스가 미국인들이 투자를  하는 데 있어서 어떻게 자기가 투자하는 상품이 총기, 군수물품을 생산하는 회사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미국 현지에서 투자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꼈거든요.

칸 영화제, 다양성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하는 영화제예요.

제가 지금까지 본 영화들도 거의 칸에서 상을 받은 작품들이고, 다양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영화들이죠.

다양성, 한동안 많이 생각했고 말했던 단어입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신선하고 새롭게 다가오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것, 일상적인 것인데

다양성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나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하게 하고

스스로도 답을 잘 못하고 있어요.

내게 좋은 기억을 만들어준 누군가를 애도한다는 것.

참 익숙하지 않은 행동 같아요. 적어도 제게는.

그래도 해보려고 노력합니다.

정신적인 지주이니까요.

끊임없이 다음을 기대해주는 사람. 제게는 할아버지였습니다.

할아버지는 항상 기대하는 말로 헤어짐을 표현하셨죠.

항상 저만 생각하셨기 때문에 안타깝고 죄송했고 더 표현을 하지 못한 것에 후회를 많이 했어요.

책을 읽으면 코코라는 가수는 토크를 마칠 때 '그래서 부릅니다'라고 객석을 향해 말한다고 해요. 힘든 상황이 자신에게 닥쳤을 때, 그럼에도 노래를 부르는 것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부릅니다'라고 한다해요.

물음에 조금이라도 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강하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맞겠죠?

엄마의 등을 다 읽으니 엄마가 오셔서 순간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엄마한테 '사랑해'라고 말했죠.

올바르다.

정말 어려운 말입니다.

9.11 테러에 보복을 성공한 것을 기뻐하는 것이 올바르고

개성공단을 폐쇄 조치한 것이 올바르고

올바르다 하는 사람들이 이끄는 전쟁에 참전을 해야 하고

평범한 사람이 커다란 올바름과 작은 고통 사이에서 흔들리는데 어떤 것이 맞을까요?

저는 적어도 폐쇄조치는 너무 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말만 했지만 누군가는 쫓겨나는 것이고 정부에서 책임을 지지 못하는 손실을 갖게 되는 것이니까요.

이 책에서는 동일본 지진에 대한 고민이 많이 보여요.

우리는 4.16 세월호 참사를 경험했죠.

어디에 사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가 그동안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외면하고 잊은 척하고 생각하지 않으려 했기에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게 되었죠.

미래나 안전보다도 경제를 우선시했고, 효율성만 우선시했기에 발생한 참사...

어떻게든 존재하면 경제가  활성화된다고 밀어붙이기를 했던  MB, BH... 

생각이 없는 행동들...

분명 어디서 더 심한 고름이 터져야 하는데 터지지 못하고 있는 그런 상황...

우리가 접하는 미디어는 이미 극심한 보수, 정부의 손 안에 들어있어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을 하고 있고,

진실을 묻고 자신들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힘을 갖게 되고 

진실과 가까이, 아니 진실이 현실인 사람들은 더 힘을 잃고 기회도 잃어버리는 세상.

그래서 샌더스 같은 사람을 기대합니다.

그래서 묻혀버린 진실을 꺼내 줄 사람들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도 그렇겠죠?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이라는 질문에

"그래서 영화를, 다큐멘터리를 만듭니다."라고 답합니다.

저는 "다음에는..."이라는 질문에

"그래서 더 만나고, 더 서로를 연결하고, 더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답합니다.


가족,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 아니었어요.

상을 받았다 못 받았다에 치중해 보도하는 언론을 비판하고

미디어의 역할과 자세에 대해서 질문을 하고

3.11 대지진 이후의 일상에 대한 의미를 짚어보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같아요.

저도 그렇죠.

어떻게 하면 일상을 기록할 수 있을까를 고민을 하고

어떻게 하면 지나치게 편향된 언론과 미디어를 지적할 수 있을지 생각을 하고

세월호 사건 이후에 달라진 일상 그리고 다시 돌아와 버린 일상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일상에서 건져 올린 기억,

관찰을 통해 만들어지는 작품. 

함께 생각하고 상상하게 만드는 영화.


톡 하면 터지기 쉬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보며 세상과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며 지나치기 쉬운 일상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일상의 밀도.


11.02.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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