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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N SIHYO May 11. 2017

오늘 떠나 오늘에 도착하는 여행

매일이 여행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이불 정리를 하고

샤워를 하고

식사를 하고

책을 읽고 밖을 나옵니다.


쉬는 날에는 광화문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회사가 서울에 있어서 그렇기도 해서

공항철도를 타고 이동을 합니다.

그래서 여행하는 기분이 납니다.


피곤한 아침에는 밤새 비행기를 타고 와서 푹 잠을 자지 못해서 생기는 피로감과 같은 피로감을 느끼고

공항철도를 타고 가고

컨디션이 좋은 아침에는 오늘 하루가 너무 기대되고 들떠있는 날이죠.


밖을 나오면 거의 해야할 것들이 컴퓨터 시스템처럼 세팅이 되어있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광화문에 가면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마시고 

식사는 어디서 하고

국립현대미술관에가서 전시를 보고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구경하고

길을 걸어 시청역, 서울역까지 걸어가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런 것 말이죠.


어디를 갈지 정하지 않아도 거의 누군가의 간섭을 받고 싶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아 처음부터 끝까지 여행할 수 있는 곳이 서울인 것 같습니다.


가끔은 어디를 갈지 정하지 않고

노트와 책 한 권 그리고 연필을 들고 나와서 익숙하지 않은 곳을 가봅니다.

그런 곳에서는 오롯이 그 곳과 제가 서로 가까워지기 위해서 대화하는 기분이 들어요.


아~ 이 곳은 이런 곳이구나

아~ 이 곳에서는 이런 것을 먹는구나

아~ 이 곳은 이런 느낌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 동네와 친해지고 그렇게 여행을 하게 됩니다.


동네를 돌면서 친해지고 나면 뭔가 설레기 시작합니다.

처음 가는 식당일수록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들어갑니다.


"여기는 어떤 음식이 맛있나요?"

"닭고기, 돼지고기, 달걀은 들어가지 않죠?"
이런 질문이 오가면 음식을 기다립니다.


음식에 대한 기대감에

동네에 대한 생각을 함께하면서 아 잘왔다! 라고 생각을 하죠.


하루하루 어떻게 보면 반복적인 날들의 연속이지만

반복된다는 생각을 어느 순간부터 하지 않다보니까

매일이 기대되고 뭔가 이런 것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도 없어지면서 

스스로 괜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하루를 여행하다보니

걷는 것을 참 좋아하게 되었어요.

하루는 이런 날도 있었어요.

늦은 밤 퇴근해서 친구를 만났고

우리는 같이 길을 걸었죠.

익숙하다면 너무 익숙한 그 길을 걸으면서 하나하나 바뀐 것을 보고 추억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오래 살았기 때문에 곳곳에 추억이 많이 쌓여있었거든요.


계속해서 걸으면서 

이 곳은 문방구였는데 카페가 되었구나

이 곳 떡볶이는 정말 맛있었는데 여기 이모는 어디에 계실까?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가

편의점을 발견하면 우리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또 걷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이런 일상을 원했고 이런 일상을 위해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분명 다음 날, 무언가를 해야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지 않고, 이걸 하고 저걸 하고 뭔가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되는 하루에서 살짝 벗어나 길도 걸으며 운동도 하고 친구와 이야기도 나누면서 마음도 편해지고 또 걷는 것이 어쩌면 많이 피곤한 일인데 그래도 푹 잠자고 나면 기분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그러면 어느 순간 나는 건강해질 것이라고 기대를 하게 되면서 내가 원하는 하루가 이런 것이고 하루 리듬을 찾으면서 행복하게 됩니다.


오늘 떠나서 오늘에 도착하는 일상 여행으로 나를 찾게 됩니다.


07.05.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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