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HN SIHYO Aug 21. 2017

다문화가정 청소년 멘토링 회고

2012년 여름, 동네에서 같이 놀던 동생들과 봉사 활동을 기획했습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정부기관, 사회단체에서 기획한 사업에 운영을 담당해 

사람을 모으고, 기획된 사업을 조금 더 다듬고, 무더운 여름 방학에 뿌듯함이 지나칠 정도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2012년 초에 군대에서 전역해 바로 복학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뭔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동네 다문화가정센터 그리고 새마을회에서 만든 다문화가정 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의 운영을 맡게 되었고

20명의 대학생을 선발하고

20명의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소개받아

1:1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우선 대학생을 선발하기 전에

1차적으로 기관과 단체에서 만든 프로그램 기획안을 검토하고 조금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한 살들을 붙였습니다.

예를 들면, 오리엔테이션, 현장 학습, 조별 활동 이런 것들이죠.

시작하기 전, 한 달은 주중 주말 따지지 않고 동생들하고 동네 카페에 모여 프로그램만 기획하고 테스트했습니다.


멘토가 되어줄 대학생을 선발합니다.

새마을회에도 어느 정도 인력 풀이 있고, 동네 관할 구청과 동사무소(지금은 행정복지센터)에도 충분한 풀이 있고, 지역 대학교에도 풀이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냥 모집하지 않죠.


20명을 선발하기 위해 1) 지원동기, 2) 하고 싶은 소활동, 3) 하고 나서 어떤 자신이 되고 싶은지 정리된 지원서를 받았습니다.

지원서를 받으면서 동생들과 정한 원칙

1. 사진 받지 마

2. 우리가 필요한 정보는 이름, 전화번호, 주로 생활하는 곳, 질문 세 가지 끝.

3. 인터뷰하면서 절대로 이상한 질문 하지 마

이렇게 세 원칙을 정했습니다.


그동안 저도 동생들도 대외활동을 위해 지원서를 내고 인터뷰를 하면서 겪은 고충이 많았기 때문이죠.


인터뷰를 하고 최종 20명을 선발합니다.

선발하지 못한 20명은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그 20명의 대학생들과 해당 프로그램과 연계된 다른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선발된 학생들과 프로그램 시작 전, 2박 3일 워크숍을 합니다.

다문화가정 청소년과 부모님들이 원했던 것들이 있었는데요. 수학, 국어, 영어 코칭, 지역 탐방, 박물관 다녀오기 등 다양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3가지 고르고 나니 멘토들을 팀으로 묶어서 팀이 중심이 되어 개선된 기획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우선 3일이라는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을 하자, 어떻게 하자, 이렇게 해보면 좋겠다 정도라서 프로그램 시작과 동시에 주기적으로 만나 구체화를 했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1:1 매칭을 했고

매주 1회씩 만나 무언가를 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은 여행도 했고, 프로그램은 문제없이 잘 끝났습니다


이후, 다문화가정 청소년과 저희들은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여러 번 만나고 지금까지 만나고 있죠.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한 기관에서도 자기들이 운영할 때보다 만족도, 프로그램 이행도, 프로그램 개선 방향, 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를 했고, 3번 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거의 4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나 길을 걷다가 그 날의 추억들이 떠올랐습니다.


다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었지만 그때, 생각하지 못한 것, 실수, 잘못한 것이 갑자기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생각하지 못하고 실수하고 잘못한 것은 

너무 좁게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다문화가정 청소년 멘토링이라고 20명의 다문화가정 청소년만 받았다는 것이 가장 큰 실수였습니다.

집이 아닌 밖, 학교에서는 다문화가정 청소년끼리 생활하는 것이 아니고 함께 생활하는데 다문화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밖을 넘어가지 않았던 것이죠.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는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갖게 해주는 것도 있어서 다문화가정 청소년과 다문화가정이 아닌 청소년들과 함께 어울려 방학을 보낼 수 있게 했어야 했는데

그 생각을 하니까 너무 미안해진 거죠.


지금의 다문화가정 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 이주민 멘토링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더 궁금해졌습니다.


'우리 함께'를 위해 운영이 되는지, '우리만'을 위해 운영되는지도 확인해야겠고요.

제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다문화가정에 대한 시선이 어떤지도 확인해야겠습니다.


지역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소소하게 활동을 다시 하려고 합니다.

그때보다 작고 더 작게 하지만 영향은 크고 더 크게.


09.08.2017

작가의 이전글 북해 유전의 가치 재발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