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름나무 Nov 23. 2020

지하철에서 작가를 만나는 일상

나의 소중한 120분.


이번 정류장은 ___ ,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일주일에 최소 120분은 지하철에서 독서를 한다. 정기적으로 지하철을 타는 시간이 일주일에 최소 120분 즘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그곳에서 주로 독서를 하는 셈.


음악을 들으며 영상을 보거나 인스타그램을 훑어보기도 하지만 어쩐지 지루하다. 그리고 거리 위에서 흘려보내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욕심이 때문인지 언젠가부터 핸드폰을 보지 않게 되었다.


대신에, 가방 속에 챙겨 온 책을 꺼내 그 좁은 공간에서 한 장씩 넘긴다. 이렇게 틈틈이 읽는다면 한 달에 몇 권을 읽을 수 있다는 '효율성'을 말하고 싶진 않다. 나는 그저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가 어느새 내릴 곳에 거의 다 와가는 그게 좋을 뿐이다.대중교통 안에서의 시간은 너무나 따분해서 시간이 빨리 가게끔 해야 해서.


그렇게 자투리같은 시간을 좀더 잘 보내고 싶어서 시작한 지하철 독서는 어느새 '좋은 습관'이 되었다. 그건 오로지 책이 가져다주는 재미가 시간의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나는 지하철 안에서 여러 작가들을 만난다. 장소는 지하철이 아니라, 바로 그들이 만든 책 안. 어느 날엔 버지니아 울프를 런던에서 만나고, 다른 어느 날엔 헤밍웨이를 파리에서 만난다. 요즘엔 유지혜 작가를 그녀가 다부지게 걸었던 파리와 런던과 베를린에서 만나고 있다.



여하튼 책을 읽는 그 시간만큼은 '읽기'에 집중한다. 문장을 따라 읽다가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잘 안 읽히는 문장은 다시 곱씹어보기도 하고 어쩔 땐 장면이 상상이 되기도 하며. 그러다 너무 집중한 나머지 도착역에 내려 바깥으로 나올 때까지 책을 못 덮을 때도 허다하기도 하고. (지난번엔 읽으며 걷다가 어딘가에 부딪힌 적도 있다.) 그럴 때면 걸으면서도 읽는다.


펼친 책을 덮는 건 마치 작가와 잠깐 헤어지는 것과 같아서. 아쉽고 또 아쉬워서. 결국 덮어야만 할 때가 오면 나는 그제야 인사를 한다.


'좀만 기다려줘! 다시 올게!'


나는 일주일에 최소 120분은 지하철에서 작가와 만난다. 그렇게 그 공간에서 이야기를 읽다가, 멈추다가, 책장 귀퉁이를 접었다가, 책갈피를 꽂기도 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아! 그리고 글을 맛깔나게 잘 쓰는 어떤 작가를 만나면 그 지하철 안에서도 손이 간질간질하다. 나도 글이 너무 쓰고 싶어서. 어쩌면 나는, 쓰고 싶어서, 계속 쓰고 싶어서 읽는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No need to be anybod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