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름나무 Nov 24. 2020

모든 게 짠, 하고 이루어진다면

아 얼마나 좋을까요 



고군분투


요즘의 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다. 절대 쉽게 가지지 않는 인생이어서, 그러나 그 인생 나답게 만들어내고 싶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요즘 들어 더. 


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가 어쩔 줄 몰라하는 지금 이 시기에도 부단히 자신의 것을 해나가고 또 앞으로를 준비하는 이들이 있겠지? 나도 그런 사람이길 바라면서 나름 내 앞가림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마음처럼 쉽게 쉽게, 늘 바람을 맞으며 시원하게 잘 달려지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 그렇지가 않다. 달리고는 있는 건지, 정말 이게 맞는 건가 아리송하고, 멈춘 건 아닌데 속도라는 숫자를 한참이나 낮춘 요즘이다. 바쁘다고 말은 하는데 정말 바쁜 건지, 해야 할 걸 잘해나가고 있는 건지. 어영부영 시간을 보낼 때도 많은 것 같다. 그런 요즘이다. 생각이 많아지고 헝클어져있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때면 그 복잡한 생각의 바다에서 한참이나 허우적댄다. 그러다 잠시 다시 나와 숨을 쉬고, 호흡이 좀 괜찮아지면 다시 수영을 하고. 다들 이렇게 자기만의 길을 가는 걸까? 조언이 필요하다.  


그래서 멋진 사람들의 영상을 본다. 아 왜 다들 단순하고 용기 있고 실행력이 대단해 보일까. 그런 생각이 스치고 나면 아주 클리어한 조언은 결국 내 안에서 찾아야 함을 다시 또 깨닫는다. 


내가 요즘 하고 있는 것들을 떠올려보면 하나같이 다 마라톤 같은 일이다. 그래서 조금 지치는 것 같다. 당장의 성과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목표가 너무 높은 건 아닐까. 욕심이 많은 걸까. 아니면 무엇하나 놓아도 안 되는 계절인 걸까.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내가 해낼 수 있을까.


그러다, 그러다 나를 보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또 깨닫는다. 무엇이라도 하고 있다면 저런 생각에 짓눌리진 않는다고. 왜냐면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니까. 


아, 오케이. 그래 일단 해. 그냥 해. 계속해서 되뇌고 있었잖아. 그리고 하고 있잖아. 괜찮아. 하다가 잠시 멈춰도 숨을 고르고 다시 하면 돼. 멈추지 않으면 돼. 작은 것부터. 아주 작은 것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거야. 그렇게 계속하다 보면 수월해지고 잘하게 될 거야. 거뜬히 할 수 있을 거야. 원래 시작이 다 그렇잖아. 


가령, 이렇게라도 매일 글을 쓰듯이.


책을 만들고 싶다고 갑자기 짜잔, 하고 책을 만들어낼 수 없듯이. 매일을 성실히 노트북 앞에 앉아 글감을 찾고, 개요를 짜고, 구상해둔 이야기를 써내리다 보면 이야기가 쌓이고 쌓여 책을 만들 수 있듯이. 


그런 의미로 100일 글쓰기를 하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것 때문이라도 잠시 잡생각을 떨쳐버리고 노트북 앞에 앉아 무어라도 적어내는 시간들이 있다. 지금이 그렇다. 어쩐지 한 글자 한 글자 손가락을 움직여 만들어낼수록 나를 괴롭히던 생각들이 조금씩 옅어짐을 느낀다. 


그래. 매일을 성실히.

그냥 하자. 작은 거라도 매일.

모든 것이 짜잔, 하고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겠어.

그렇지만 열심을 다해 성실하게 쌓아 올려진 건 쉽게 무너지지 않아 더 기쁠 거야. 

더 가치 있을 거야. 


힘을 내자. 


매거진의 이전글 지하철에서 작가를 만나는 일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