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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나무 Nov 26. 2020

매일 꿈꾸고 다짐하는 새싹





저는 이제 막 땅에서 싹을 틔우고 나온 새싹이에요. 뿌리를 깊이 내디딘 후, 땅의 바깥으로 나오는 일은 꽤나 힘들었어요. 땅을 갈아야 했고, 더 깊이 계속, 그 안으로 들어가야 했지요. 조급했어요. 다른 씨앗들은 다 싹을 틔우고, 저마다 자라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나는 왜 나오기는커녕 들어가기만 하는 건지. 가끔은 우울했어요.


그런데 정말 그 말이 맞나 봐요. 각자의 때가 있다는 말. 심는 때, 뿌리를 내딛는 때, 싹이 나는 때, 자라나는 때, 꽃을 피우는 때, 열매를 맺는 때... 순간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게 없고, 모든 것이 적절한 때에 이루어진다는 걸 저는 땅을 헤치고 바깥으로 나오면서 깨달았어요.


드디어 나왔어요! 그런 제 모습은 아주 작은 새싹이에요. 정말 조그마해요. 겨우 드러낸 저의 잎사귀는 아주 작고 옅어요. 그런데 뿌리만큼은 자부해요. 흔들릴지라도 시들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저에게는 꿈이 있어요. 크고 짙은 나무가 되는 거예요. 사실 씨앗일 때부터 늘 노래했어요. 시원한 그늘과 따뜻한 품이 있는 나무가 되길. 제 꿈이 좀 커요. 이제 겨우 새싹인데 말이에요.


열심히 자라나려고 마음을 먹었어요. 나무가 되려면 그래야 하니까요. 햇빛도 듬뿍 받고, 물도 잔뜩 마시고. 이렇게 자라나는 게 즐거운 일이었나? 싶은 요즘이에요.


그런데 늘 즐겁지만은 않아요. 시선을 돌리면 다른 나무들이 보이거든요. 나보다 더 크고, 푸르고, 잘난 나무들 말이에요. 어떤 나무는 열매도 맺었고, 새들이 찾아가요. 예쁜 꽃도 피어있고. 그러면 저는 금세 시무룩해요. 부러워서, 비교가 돼서 말이에요. 시선을 저에게 돌려도 그럴 때가 있어요. 아주 작고 옅은 내가 언제 크나, 싶어서 아득하기만 할 때가 있더라고요. 별별 생각 다하죠?


'나는 언제 나무가 되지. 정말 될 수 있을까?'


저의 때를 다시 의심하기도 하고 조급해지기도 해요. 웃기지 않나요? 분명 나무로 자랄 새싹이 나무가 되길 의심하다니요. 아 저는 정말 생각이 많은 새싹이에요. 다시 또 다짐해야겠어요.



비교하지 말자고.

부러워하지 말자고.

지금 자라나는 이 순간에 집중하자고.



새싹이 나무를 꿈꿀 수는 있어도, 다른 건 안돼요. 비교나 질투나 혹은 자기 의심 같은 것들 말이에요.새싹은 나무가 되기까지의 시간을 견뎌야 해요. 그 과정을 지나야 해요. 부단히 자라야 해요. 그리고 분명 자기만의 때, 그 시간의 리듬에 맞춰 무럭무럭 자라나고 짙어질 거예요.


쓸데없는 생각 말고 저는 다시 햇빛을 받고 물을 마셔야겠어요. 열심히 자라나야지!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만큼 자라 있겠죠? 그러면 너무 좋겠어요.


저는 아주 작고 옅은 새싹, 오늘도 크고 짙은 나무가 되길 꿈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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