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이거 효과가 있네!
내가 감각에 과민해서일까, 아니면 생각이 많아서 일까.
아무 생각 없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보고 있으면 머리가 좀 무거울 때가 있다.
인스타그램은 어플을 여는 순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질투와 조급함과 불안함이 나를 덮치고,
유튜브는 일부러 좋은 콘텐츠를 찾아보려고 해도 어떨 땐, 과식한 것처럼 정보에 '체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마치 한참 과식을 한 후에는 위가 약해져 무언가를 먹어도 소화가 잘 안 되는 것처럼. 그래서 계속 더부룩한 것처럼.
그래서 이들과 거리를 좀 둬야겠다고 느꼈다. 정보가 나를 덮치는 게 아니라 내가 정보를 주도적으로 잘 이용하려면, 타인의 하이라이트를 보며 자괴감에 드는 게 아니라 나의 지금을 끌어안으려면, 어쩌면 이 시간이 꼭 필요한지도 모르겠다고도 생각하며 말이다.
그래서 어제는 자기 전 몇 시간 동안 SNS와 유튜브를 보지 않았다. 내 일상에 너무나 깊이 침투해있는 이것들을 치우고 나니,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보였다.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들.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좋아하는 오일을 손목에 살짝 문댄 후, 읽고 싶던 책 읽기.
일기를 쓰면서 어질러진 내면 청소하기.
돌아오는 한 주 플래너 작성하기.
우리 집 강아지랑 놀기.
귤을 먹고 따뜻한 차 마시기. 멍 때리기.
그렇게 몇 시간을 보내고 나니 머리가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소화가 되나 봐! 오, 이거 효과가 있는데?
어쩐지 앞으로도 이 시간을 일상에 자주 끼워 넣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