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벌써 반이나 지나가버린 2025년. 처음 겪는 상실, 새로운 종류의 두려움, 그리고 막막한 위기감 등으로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7월. 견디려고 힘을 주면 버겁기만 해 물 위에 둥둥 떠있는 채로 상반기를 보냈다.
영국에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날것의 현실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한창 커리어에 열을 올려야 할 시기에, 환경을 바꾸고 지쳐서 멈춰 있는 나를 바라보는 건, 더 많은 인내와 다정함을 요하는 일이고. 어제는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다그치다가도, 오늘은 내 머리를 쓰다듬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휘청휘청. 긍정과 믿음, 그리고 다정한 응원만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휘청거릴 때마다 이 글을 쓰며 배터시 파크를 떠올렸다. 그곳에서 내가 받았던 위로와 치유, 즐거움과 자유를 기억하다 보면 잠시나마 중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아직도 나를 사랑하는 일이 서툴러서, (그래, 이건 지난한 연습이 필요하지.)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썼다. 매번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들을 꺼내어 문장으로 옮기고, 그때 찍은 사진들을 다시 꺼내어 들여다볼 때마다 괜히 내가 괜찮은 사람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침표를 찍고 나면 날카로웠던 시선은 매번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뀌었다.
'그래, 그때도 그렇게 좋은 시간을 보냈잖아. 그러니까 지금도 할 수 있어. 지쳤다고 너무 겁낼 필요 없어. 어차피 너는 다시 힘을 내게 되어 있어. 그러니 지금은 애쓰지도 마.'
이제 이 글을 덮고 나면, 다시 또 연습할 차례다. 다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때마다 의식적으로 그곳을 떠올리는 연습을 할 거다. 하늘거리는 잎들, 드높이 솟은 나무들, 등을 대면 마음이 편안해지던 땅, 온갖 향기로 긴장을 풀어주던 꽃들. 이 모든 것이 있는 공원이 나를 토닥여주었듯, 이젠 내가 나 자신을 그렇게 어루만져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