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재구성

by 아름나무



즐겁고 행복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때 가장 친했던 친구와 멀어져 힘들어서 그랬는지

난 나의 중학생 시절이 별거 없다고 생각해 왔다.

아니 그때를 생각하고 살지도 않았던 것 같다.

(하긴 너무 먼 옛날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휘성이 떠나고 그 시절이 물밀듯 다시 떠올랐다.

반갑고 애틋한 그때의 기억들 속엔 휘성의 목소리와 음악과 어린 내가 있다.


모두가 잠든 밤, 그가 나온 라디오를 들으며 수학문제를 풀었던 22시.

그의 재치와 유머에 키득대며 2차 방정식을 풀었나.

차곡차곡 모았던 세뱃돈 30만 원을 탈탈 털어 부모님 몰래 MP3를 샀던 일.

라디오를 녹음해 두고 등하굣길 버스 안에서 들었던 것.

그 사람 덕분에 알게 되었던 팝송들.

나중엔 CD 플레이어를 사서 아예 앨범을 들고 다녔던 것.

그래서 지금까지 가사를 보지 않아도 부를 수 있는 그의 노래들.

팬카페에 가입해서 그의 모든 활동 스케줄을 꿰뚫고 응원용 수건을 구입하고 거기에 직접 사인도 받았던 거.

같은 반 다른 가수 팬인 친구와 매번 앨범을 주고받았던 일.

휘성 덕분에 듣게 된 다른 가수들의 명반들, 거미, 빅마마, 린, 원티드, 그리고 내 머릿속의 지우개 OST까지.


기억의 파도에 기분 좋게 휩쓸리며 나는 생각했다.


휘성을 잃고 그 사람 덕분에 반짝였던 내 시간을 다시 되찾았다고.

그의 음악이 이불이 되어 나의 불안정한 어린 시절을 덮어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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