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문을 통과하고 나면

by 아름나무


1. 사랑하는 존재를 잃으면 삶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그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하는 단계, 그전처럼 살지 않겠다는 생각. 한 번도 하지 못했던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솟아 나온다.


2. 열정이 넘치던 어렸을 땐 많은 이에게 영향을 끼치고 싶었는데, 이제는 이 생을 떠날 때 한 사람의 마음에 구멍을 만드는 존재가 되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


3. 사랑한 만큼 생기는 마음의 구멍. 사람은 참 미련해서 구멍을 통해 사랑을 깨닫는다. 그의 글을 빌려, 사랑한다는 건 눈물의 축적. 용기를 낼 수 있을까? 내 마음에 구멍이 또 나는 일을.


4. 늦었다, 뒤쳐졌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힐 때가 있었는데 문득 죽음이 나를 자유롭게 했다. 당장 하나님이 날 부르신다 생각하면, (물론 아쉬울 게 없지만) 지금 난 너무 창창하다. 그러니까 뾰족한 말을 지우고 그냥 ‘토닥토닥 둥둥 떠있거라’ 해야지…


5. 사람은 신기해. 삶에 좌절하다가도 일어나려고 애쓰는 걸 보면...


6. 상실은 한 알의 자존심도 다 내려놓게 만든다.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가장 연약할 말을, 기어코 털어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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