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실 최근에 제가 아끼던 가수가 세상을 떠났어요. 그 뒤로 왜 살아야 하나 싶고, 사는 게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쉽게 이해받지 못하는 감정인 거 같아서 꺼내지도 못했어요.”
내 이야기를 듣더니 그는 조용히 말했다.
"잃은 게 많네요. A도 잃고, B도 끝났고, 게다가 휘성도 잃고..."
A와 B를 잃는 건 까짓것, 그냥 참으면 되지 하며 버틸 수 있었다. 막연한 긍정을 떠올리며, 나를 한번 더 속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소중한 이를 잃는 건, 그것도 저 세상으로 보내는 건 그런 식으로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나는 그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눈물을 흘리며 알게 되었다.
"애도가 이렇게 아픈 거였나요?"
그는 말없이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나는 속상한 걸 쉽게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갖고 싶어서 떼를 쓴 적도 거의 없었다. 왜 나만 이러냐고, 너무 힘들다고, 누군가에게 기대어 본 적도 많지 않았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과 그 슬픔은 그동안 외면해 온,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다른 상실도 함께 비춰주었다. 받아들이면 속상해서, 너무 힘들다고 주저앉을까 봐 자존심 부려왔던 그 상실들을.
내게 의미가 큰 그 사람을 떠나보낸 뒤, 슬픔의 파도가 덮쳐올 때마다 나는 얼른 그곳을 나오고 싶었다. 언제쯤이면 이 눈물이 그칠까. 다시 기운차게 움직일 수 있을까. 그날만을 바랐다.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빤히 알면서. 그래도 다시 한번 마음의 뚜껑을 열어, 그 아린 감정을 퍼낸다. 더 이상 퍼낼 수 없을 때까지, 그래야만 한다고 되뇌면서.
그는 내게 덧붙여 말했다.
"마음속에 슬픔이 가득해요. 비워야지 자꾸 채우려 하면 더 힘들어요."
그 말을 인정하자, 눈물샘이 터졌고,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이 쉬어졌다. 마치 지금,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감각이 들었다. 슬픔이 그렇게 나를 돌보고, 돌아보게 한다.
그 말을 들었던 날, 요가 선생님은 수업 중에 이런 말을 하셨다.
"숨 쉬셔야 해요. 안 그러면 다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