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네 안에 있어

반짝이는 문장들을 가득 안고 돌아왔다

by 아름나무


1.

그 해 연말, 치앙마이 여행은 여러모로 특별했다.


처음으로 혼자 떠난 해외여행이었고, 중국을 경유하는 비행기여서 처음으로 경유를 해본 것도 나름 혼자서 뿌듯해했다. 점점 추워질, 모임이 자꾸 생겨 복닥거릴 한국을 떠나 더운 나라로 도망(?) 간 것도 나름 스스로에게 의미가 있었다. 여행을 통해 마음의 환기가 필요했고, 시험의 결과와 그 후를 앞두고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절실했다. 이국의 모습들은 물론이고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동남아에서 보내는 것 자체가 이미 나에겐 '환기'였다. 분명 코트를 입고 비행기를 탔는데 치앙마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후텁지근한 열기를 느끼고 얇은 옷으로 갈아입었을 때부터, 아마 그때부터 마음의 피곤은 사그라들기 시작했을 거다.


여행지에 도착해서 며칠 묵을 숙소만 정해서 무작정 떠나 숙소에 도착해서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월마다, 주마다 계획을 짜고 실행을 하던 수험생의 습관을, 도무지 여행지까지 가져오기 싫었다. 하고 싶은 대로 했다. 먹고 싶은 것 먹고, 가고 싶은 곳 가고, 걷고 싶으면 걷고, 숙소에 있고 싶으면 있는 그런 여행.


한 가지 내내 마음속에 걸렸던 건 최종 결과 발표였고, 웃기게도 내 마음엔 합격을 바라는 갈망보다 불안이 더 컸다. 진짜 합격을 하면 어떡하지, 난 이대로 정말 의사의 길을 가야 하나, 하는 불안.


Chiangmai, 2016 / photographed by largotree



2.

여행기간의 초반에 결과가 나왔다.

불합격.


부모님과 친구들은 아쉬워했고, 이번엔 내가 정말 될 줄 알았다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

친한 친구 중 한 명은 내게 이렇게 얘기를 했다.


"이제 진짜 네가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겠다."


그렇다. 이제야 나는 내 발을 묶고 있던 체인 같은 것을 푼 느낌이었다.

불합격의 통지서를 받고 나는 홀가분했다. 해방감을 느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 길이 아닌 거 같은 이 길을, 이제는 핑계 없이 미련 없이 걷지 않을 수 있어서.


그러나 홀가분도 잠시, 다른 고민이 찾아왔다.


'그럼 난 이제 뭐하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뭐지?'


chiangmai, 2017 / photographed by largotree




3.

여행길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인생사며 묵직한 고민을 마구 늘어놓을 때가 있다. 특히 혼자 하는 여행이면. 여행길에선 어쩜 그렇게 내 얘기를 아무 거리낌 없이 늘어놓게 되는 건지. 다시 보지 않아도 될 사람이어서 그런 걸까.


여행길에서 몇몇의 사람들을 만났고, 그때마다 나의 고민을 늘어놓았다. 오랫동안 의사가 되기 위해서 공부했다고,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나와 맞지 않았다고, 여행 중에 최종 결과를 받았다고, 결국 떨어졌다고. 떨어져서 홀가분한데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신기하게도 그 몇몇 중의 대부분은 나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분들이셨고, 하나같이 이렇게 말하였다.


아직 너무 젊다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하고 싶은 거 했으면 좋겠다고.


여행이 끝나갈 무렵, 숙소 근처를 배회하다 우연히 어느 카페를 발견했다. 사장님 한분이 이제 막 가게문을 여셨고, 손님은 나 밖에 없었다. 플랫화이트 한 잔을 시키고 어쩌다 사장님과 이래저래 대화를 하게 되었다. 나는 또 길을 잃은 사람처럼 나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사장님은 묵묵히 들으셨다. 한참을 들으시고 공감해주시다 그는 내게 이런 말을 건네었다.


"The answer is in your mind."


지금 네가 찾고 있는 건 분명히 네 안에 있다고. 네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라고. 그러면 발견할 거라고.

그렇게 인생의 지혜를 툭 내게 건네었다. 그 문장은 고스란히 내게 잊지 못할 선물이 되었다.


"치앙마이 다시 오게 되면 다시 만나요. 정말 감사합니다. Happy new year!"


그와 그렇게 인사하고 선물을 품은 채 나는 다시 한국에 갈 채비를 했다. 나는 힌트를 얻어낸 것 같았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꽤 가벼웠다.


돌이켜보니 여행 중에 만났던 사람들이 해준 조언들은 하나같이 다 반짝이는 문장이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세요.

용기를 내세요.

아직 젊어요.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분명 찾아낼 거예요.



chiangmai, 2016/ photographed by largotree



Lights will guide you home / photographed by largo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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