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거면 치앙마이 가서 우울해해

그 와중에 사놨던 치앙마이행 비행기표.

by 아름나무


아, 치앙마이 비행기표 어떡하지.


나도 참 웃기지. 그해 시험 준비를 하면서 돈이 필요해 적금을 깼고, 그중 남은 돈으로 비행기표를 덜컥 사놨다. 우울증이니 뭐니 그런 건 절대 안 올 거라고 생각했고, 수고한 나를 위한 보상으로 샀던 것이다. 나를 위한 보상도 나는 여행일만큼 그때 당시 나는 여행이 간절했나 보다.


그 적금도 친구와 서른 살 맞이로 남미 여행을 가자며 한 달에 조금씩 넣었던 적금이었다. 친구에게 너무 미안했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적금을 깰 수밖에 없었다. 그때의 허탈함이란.


막상 시험이 끝나고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지니 여행이고 뭐고 그냥 집에 누워있고만 싶었다. 흔히 여행하는 사람들이 그런 말 하지 않는가. 여행의 시작은 티켓팅부터라고. 표를 취소하려니 웬걸 수수료가 너무 아까웠다. 치앙마이는 물가가 저렴해서 그 수수료면 며칠은 여행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방 안에 누워만 있었다. 가만히 있던 건 아니다. 힘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들, 그리고 어머니에게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던 날들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들에게 너무 고맙다.)


어머니는 듣다 듣다 나에게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엄마가 여행비 조금 보태줄게. 그렇게 누워만 있을 거면 치앙마이 가서 누워있어. 우울해할 거면 거기 가서 우울해해.'

'응. 엄마 그게 낫겠다.'


그렇게 비행기 타기 며칠 전에 나는 내 무거운 몸뚱이를 일으켜 치앙마이를 가기로 했다. 숙소 예약도, 여행 계획도 없이. 정말 누워있을 생각으로. 너무나 쉬고 싶어서. 내가 가기로 했던 날짜는 12월 20일부터 1월 초. 길게도 예약해놨네. 아마 시험 끝나고 푹 쉬자는 마음으로 길게 잡아 놓았나 보다. 대인기피증도 있었던 나는 그 복닥거리는 크리스마스도, 연말도, 사람들의 안부인사도, 모두 다 피하고 싶었다.


그렇게 도피해서 쉬자는 마음으로 치앙마이에 갔고, 그게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해외여행이었다.

아, 최종 결과는? 발표가 나지 않은 상태였다.



chiangmai, 2016 / photographed by largotree


My first summer christmas, 2016 / photographed by largo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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