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에 반짝이던 것.
반짝이는 문장들을 품에 안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로 나는 조금 생기가 돌았다.
왠지 치앙마이에 돌덩이 같은 짐 하나를 털어버리고 온 것 마냥.
방에 쌓여있는 시험공부 책들은 모조리 다 버렸다.
한 톨의 미련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이제 끝이야 끝! 하면서.
잔뜩 쌓여있는 책들을 버리고 나니 정말이지 끝,이었다.
더 이상 이 길을 걷지 않겠다고 생각하니 헛헛하기도 했다.
다른 길을 가기엔, 그러기엔 너무 많은 양의 공부를 한 것 같았으니까.
어머니는 내게 그랬다.
"분명 나중에 다 도움이 될 거야. 그렇게 생각해."
그러길 바라며, 나는 내 인생길의 방향을 바꾸었고 새로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뭘까?
다른 것들 다 제치고 나에게 시간과 돈이 주어진다면 난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20대의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해보고 싶은 건 뭐지?
치앙마이 여행 중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던 한 친구가 떠올랐다.
그는 독일 사람이었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전에 아시아 쪽을 6개월 동안 여행하는 중이었다.
"와 너 진짜 용기 있다. 6개월 여행이라니!"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사실 부모님이 좋아하지 않으셨어. 빨리 취업 안 하고 웬 여행을 가냐고 말이야. 근데 그냥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싶었어. 온전히 나를 위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한 거지. 내 인생은 내 거잖아."
"너도 할 수 있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인생은 소중하잖아."
그의 말이 어찌나 와 닿던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내 인생은 소중하고, 다시 살아낼 수 없으니까. 내 부모도 친구도 사회의 그 어떤 것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이번엔 정말 신중히 내 마음이 원하는 선택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여행 후, 아버지는 내게 물으셨다.
"그래, 여행은 어땠어? 좋았어? 시험은 이제 다시 안 할 거야?"
"응. 아빠 나 다시는 안 해. 여기까지인 것 같아. 여행 참 좋았어."
"그러면 됐어."
나는 지금껏 내 마음의 소리를 귀담아듣지 않았던 터라 처음엔 어색했다.
내 마음에 답이 있다니. 내 마음이 원하는 건 도대체 뭐지. 정말 뭐지?
무엇 하나라도 떠올리면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 보자.
천천히 마음을 들여다보니, 정말 저 깊은 곳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반짝반짝 소리를 내고 있었다.
'영국에 가고 싶어.'
가만 보자 영국이라니. 뜬금없이 들리던 소리가 아니었다. 왜냐면 너무나 예전부터, 어렸을 때부터 저 문장이 내내 내 안에 맴돌았던 걸 나는 분명히 알았으니까. 응 오케이. 주저하지 말고 그래 무조건 도전하자. 20대가 지나면 다시는 못할 거 같은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해 보자.
그래, 영국에 가자.
나의 발걸음은 그렇게 새로운 길로 방향을 틀어 걷기 시작했다.
치앙마이에서 좀 푹 쉬고, 다시 운동화 끈을 고쳐 메는 것 같은 나.
감추어도 감추어지지 않을 만큼 자꾸만 설레었다.
내가 결국 찾아낸 마음의 소리는 더욱더 어여쁘게 내 마음속에서 소리를 내었다.
은은하게. 반짝반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