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워킹홀리데이라니!
영국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자마자 떠오른 건 유학이었다. 그 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고, 실은 예전부터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대학원을 생각하고 알아볼수록 걸리는 게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비용. 대학원 학비며 영국에서의 생활비며 도저히 내 수준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부분 같았다. 최소 몇 천만 원. 몇 천만 원이 뭐야 수험생활에 종지부를 막 찍은 그때의 나는 몇천 원도 아낄 때였으니 헉할 수밖에. 그리고 나머지는 바로 전공이었다. 그때는 또 의사의 길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어떤 길을 갈지 뒤죽박죽인 상태였다. 다시 나에 대해서 탐색해야 했던 시기였다. 이리저리 생각해보아도 공부를 하면 너무 좋을 것 같지만 유학을 추진해야겠다는 확신이 안 섰던 것 같다.
다른 방법이 없나, 싶을 때 노트북 화면에서 한 단어가 내 눈에 확 들어왔다.
'영국 워킹홀리데이.'
그전엔 워킹홀리데이에 대해서 얘기만 들었지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친구들 중에서도 워홀을 다녀온 애들이 별로 없었고 건너 들을 때면 보통 호주 아니면 캐나다였다. 1년 정도 그곳에 가서 일하고 여행하며 살다 왔다는 뭐 그런 이야기. 영국도 워홀 비자로 갈 수 있다는 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 이거다! 나 영국 갈 수 있겠다!'
게다가 다른 나라는 1년인데 희한하게 영국은 비자 기간이 2년이다. 난 바로 이거다 싶었고, 확신에 가득 차 워홀 갈 준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서류 준비부터 자료검색을 하는데 마음이 얼마나 설레던지. 마치 내 마음이 방방 뛰며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진짜 영국에 가는 거야? 말도 안 돼! 진짜 영국에 가다니! 우와!'
설레는 마음으로 자료를 검색하고 서류 신청 기간과 필요한 비용 등을 따져보았다. 이제부터 준비해서 최대한 빨리 나가도 약 8~9개월이 걸린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금 당장이라도 출국을 하고 싶은데 최소 8개월 후라니. 게다가 들어가는 비용도 최소 몇 백만 원. 최소 8개월 동안 몇 백만 원을 내가 모으려면 무언가 제대로 된 일을 해야 하는데.
"엄마, 나 영국에 가려고. 워킹홀리데이라는 비자가 있는데 그걸 받으면 2년 간 살다 올 수 있대."
"그래.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런데 내가 찾아보니까 일단 돈도 모아야 하고 최대한 빨리 나가도 8~9개월 후더라고."
"그렇지. 준비가 필요하지. 준비를 잘해서 가면 되지."
"아 나는 당장이라도 가고 싶은데. 괜히 조바심이 드는 거야. 지금 이렇게 영국에 가고 싶은데 이 마음이 사그라질까 봐."
어린애처럼 들떠서 괜한 것까지 걱정하는 나에게 지혜로운 그녀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정말 원하는 거면 쉽게 사그라들지 않아. 네가 그 정도로 원하는 거라면 잘 준비해서 갈 수 있어."
생각해보니 그랬다.
'영국'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냥 떠오른 단어가 아니었다.
늘 꿈만 꾸던 영국을 지금 내 형편에서 갈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워킹홀리데이였고, 난 그것을 위해 준비를 하면 되는 거였다.
의사의 길. 그 길에서 돌아선 발걸음. 그렇게 내 20대의 큰 챕터가 끝이 났다. 자연스럽게 다른 챕터가 열린 셈이었는데 그것이 영국이라니. 내 인생이 그렇게 흘러갈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신기하게 그때쯤 혼자 근근이 살던 작은 자취방 한 칸을 정리하였고, 친한 언니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고마운 언니는 방 한 칸을 흔쾌히 내어주었고, 낮아질 대로 낮아졌던 내 삶의 질은 조금씩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무 신기하게도 적절한 시기에 일자리가 구해졌다. 진짜로 돈을 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영국에 가기 위해, 대치동 어느 과학 학원의 강사가 되었다.
영국 워홀을 검색한 후부터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