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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나무 Sep 22. 2020

어느 뉴요커의  일상 영상  

장소가 아니라 마음


귀국을 한 지 거의 5개월이 지났다. 초록 초록한 봄에 와서 어느덧 가을을 맞이했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다. 그동안 나는 무얼 했나. 지친 마음과 몸을 돌보았고, 배우고, 공부를 하고, 작업을 했다. 귀국 후 2주간의 격리 동안 급 찐 살들은 빠질 틈이 안 보여 여전히 내 몸뚱이와 고군분투하고 있기도 하고. 눈에 띄게 크게 나타난 변화는 없지만 내면적으로는 많은 것들이 변했다. 변하고 달라진 나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마음에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들이 있다. 그리고 종종 런던이 생각이 난다. 그러면 가슴이 살짝 아릴 만큼 (아휴 주책이야.) 그립다. 사무치게 그립다는 건 이런 느낌일까? 싶을 만큼.



집 근처에 가까이 있던 크고 작은 공원들이 생각난다. 가을이 되고 날씨가 좋아지면서 나는 더 공원이 생각이 난다. 그리고 사소한 일상들이 생각난다. 수영을 하고 헬스를 하고 단골 카페에 가서 글을 쓰던 아침. 일 끝나고 종종 들러 맥주를 마시며 글을 쓰거나 친구와 수다를 떨던 펍에서의 밤. 지극히 사소해서 쉽사리 잊히지 않는 일상들. 나는 종종 런던의 과거로 돌아가곤 한다. 그리고 이따금씩 미래를 상상한다. 다음엔 어디에 있게 될까? 어떤 삶을 살게 될까?


과거와 미래를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나는 종종 침울해진다. 그것은 나의 현재가 썩 마음에 들지 않다는 반증이다.


그러던 중 며칠 전,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 뉴욕에 사는 어느 한국인의 브이로그를 보게 되었다. 최근에 본 영상 들 중에 영상미가 취향저격이어서 나는 그분의 영상을 즐겨보게 되었고 구독을 했다. 심지어 댓글도 달았다. 영상이 너무 좋다며. (호들갑)


영상 캡쳐 / Vlog by haruday하루데이


이분의 영상이 왜 좋을까. 런던도 아니고 뉴욕인데? 난 뉴욕 관심도 없는데. 영상을 보다 보니 언젠가는 꼭 뉴욕에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녀의 영상이 좋은 건 단순히 뉴요커의 일상이라서가 아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매력적인 대도시에서의 일상도 물론 보기 좋지만 난 영상의 주인공이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녀가 지금의 삶에 얼마나 집중하고 즐기고 누리는지, 영상을 보면 볼수록 느껴졌기 때문이다. 배경이 뉴욕인 게 한몫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일상은 지극히 단순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근처 공원에 나가 조깅을 하고 (그 공원이 센트럴파크이긴 하지만.) 파크 근처 카페에 들러 라테를 한잔 테이크 아웃하고 날이 좋으면 야외테이블에 앉아 신문을 읽는다. 재택근무를 하고 틈틈이 남는 시간엔 다른 언어를 공부하고 임보하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돌본다. 일이 끝나면 남편과 외식을 하고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한다.


"Thank you~"


영상 캡쳐 / Vlog by haruday하루데이


그녀의 밝고 명랑한 목소리에서 긍정적인 기운이 전달된다. 장소가 아니라 사람. 자신의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는 사람은 어디서든, (심지어 그것이 얼굴이 보이지 않는 브이로그 영상일지라도.) 빛이 나는 것 같다. 그녀의 영상이 내게 미치는 영향은 꽤 긍정적이다.


나도 저 사람처럼 매일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기어코 내 게으른 몸뚱이를 일으킨다.


나도 현재에 머물러 지금 나의 삶에 좀 더 최선을 다해야지.


그래서 오늘 해야 할 일에 다시금 집중하고 일찍 자기로 다짐을 한다. 다음날 아침을 상상하며. 나의 현재에 집중을 하겠다는 의미로, 그런 의미로 내일은 집 앞에 있는 작은 공원을 잠시 뛰고, 벤치에 앉아 성경을 읽어야지. 그리고 집에 돌아와 아침을 먹고 커피를 내려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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