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바빠도 쓰는 걸 멈추지 말아야지.
요즘 들어 매일 쓰고 또 쓰고 있다. 사실 이번 주는 다른 일로 '쓰는 작업'을 하고 있어 에너지를 그곳에 쏟는 중이라 런던 이야기를 쓸 여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일 글쓰기를 어떻게든 이어 나가고 있다. 쉽게 쓰이는 글이라도 안 쓰는 것보다 훨씬 나으니까.
아 100일. 참 길다. 하루, 일주일 단위로는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가는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100일 글쓰기만큼은 느리고 더디다. 인내심이 필요한 프로젝트이다. 나는 정말 마라톤을 하고 있는 마음으로 타자를 두드린다.
신기한 것은 나는 이 마라톤이 꽤 재밌다는 거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명확했다.
매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리고 올해 안에 어떠한 결과물을 만들고 싶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더 많은 것들을 얻고 있다. 아직 25일밖에 안 지났는데 말이다.
가장 먼저, 아주 작은 성취감.
매일 어떻게든 쓰고, 발행 버튼을 누를 때마다 나는 성취감을 느낀다. 아 오늘도 했다. 나는 요즘 내가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마치 이 100일 글쓰기가 나에겐 양분과 같다. 무럭무럭 자라나거라 나의 글들아.
그리고 정리와 명확함.
쓰다 보니 과거에 있던 일들부터 글을 쓰게 되었다. 늘 쓰고는 싶었지만 용기를 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막상 쓰니 내가 느꼈던 두려움은 별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읽는 이가 어떠한 공감을 느낄 때마다, 아 용기를 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또 하나의 틀에서 나온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겪었던 일들을 쓰며 나 스스로 정리가 되고 있다. 그동안 내 기억 속에 중구난방으로 있던 일들을 글쓰기로 정리해놓으니 마치 어지러운 방을 말끔하게 청소하고 있는 것 같다. 너무 좋다. 그러면서 명확해진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앞으로도 내가 쓸 글들과 찍을 사진들이 어떠한 의미를 담게 될지.
마지막으로, 완벽주의와의 이별.
이번 글쓰기를 통해서 비로소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탈을 벗고 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고 싶어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게 두려워서, 나의 민낯을 드러내는 게 무서워서 나는 늘 내 안에 갇혀 있었고 내 글이 그랬다. 수동적이었다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제는 그 틀 안에서 나와 부딪히고 그냥 시도하는 중이다. 비로소 내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간다. 무언가를 잘 만들어서 좋은 반응을 얻는 것만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그냥 시도하면서 스스로 부딪혀가며 나 자신이라는 허들을 넘는 것이 가장 멋지다는 걸, 몸소 깨달으며 점점 나는 부지런해지고 있는 듯하다.
요런 묘미들을 느끼는 바람에 쉽게 쓰이는 글이어도 나는 매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