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엔 일주일에 몇 번, 영어학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다.
덕분에 나는 주기적으로 귀여운 초등학생 아이들을 만난다.
이제 막 아기 티를 벗고 학생이 되어가는 아이들은 저마다 반짝반짝 빛이 난다.
게다가 학원에 오면 거의 대부분 당일날 해야 할 공부량이 있는데 그걸 또 기똥차게 미루지 않고 다 한다.
기특하다. 아 정말 자라나는 새싹이라는 말이 맞는구나 싶다.
요즘 주기적으로 만나는 요 새싹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참 재밌다.
그래서 나는 이 장면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글로, 사진으로 남겨두고 있다.
언젠가 김용택 시인의 <교단 일기>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저자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학교에서 있었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이 듬뿍 담겨서 그런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피식 웃으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기록하며 김용택 시인이 이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아주 조금 어림짐작해본다.
여하튼 어제의 귀여운 장면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2.
날씨가 좋은 수요일이면 학원 앞 작은 공원에서 아이들끼리 팀을 짜서 이어달리기를 한다. 그래서 이긴 팀에게는 아이스크림을 주는데 이게 아이들에겐 꼭 이기고야 말겠다는 자극제(?)가 된다. 반드시 이길 거라며 달릴 준비를 하는 아이들과 달리 저만치 뒤에서 가만히 있는 여자 아이 둘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달리기하자고 부추겼더니 이래 저래 핑계를 댄다.
왜 달려야 해요? 달리기 너무 싫어요.
선생님~ 발목이 아픈 거 같아요! 갑자기 아픈 거 같아요~ 진짜예요.
요 녀석들. 거짓말, 이라고 눈동자에 쓰여있거든!
그렇게 몸을 빼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이어달리기에 참여한다. 그리고 곧장 자기 차례가 되더니 힘을 다해 뛴다.
"우와! 진짜 잘 뛰던데?"
후- 하고 칭찬 바람을 살살 불어주면 씩 웃으며 이렇게 속삭인다.
"아 선생님~ 저 진짜 발목이 아픈 것 같아요~ 아 정말."
3.
그리고 우리 통통이. 통통이는 나 혼자 붙인 별명이다. 통통이를 보고 있으면 통! 통!이라는 단어밖에 생각이 안 난다. 통! 통! 한 매력을 뿜으며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하는데 그 뒷모습까지 너무 귀여워서 나는 속으로 혼자 난리를 떤다. (물론 통통이는 모른다.) 게다가 목소리도 귀여워서 영어 단어 시험을 볼 때마다 그 목소리로 단어를 말하는 게 너무 귀여워서 마스크 속으로 웃곤 한다.
푸트 온~ (put on)
뜨레드~ (thread)
다른 친구 J와 나란히 앉아 공부를 하는데 바깥에서 자동차 경적 소리가 울렸다.
집중하던 통통이가 한숨을 쉬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휴~ 왜 빵 소리를 내는 거야. 아 빵 먹고 싶다~"
이 의식의 흐름 뭐람. 저 귀여운 문장을 듣자마자 나는 글자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어서 옆 친구 J가 영어 단어 하나를 잘못 발음하는 걸 보더니 통통이가 옆에서 도와준다. 단어는 바로 roll.
"론~ 구르다."
"야~ 아니 론이 아니라 롤이야 롤. 롤케이크 할 때 롤!"
"아~ 롤이야?"
아무래도 통통이는 빵을 좋아하는 것 같다.
4.
자라나는 새싹들이 이렇게 귀여웠는지 요즘 들어 새삼 느낀다. 맑은 하늘, 사늘한 가을바람. 수업이 끝나고 나면 삼삼오오 모여 자전거를 타거나 공원에서 곤충을 관찰하는 아이들. 요 새싹들이 맑고 청량한 가을 하늘처럼 자라났으면 좋겠다. 덩달아 나도 상쾌한 마음으로 귀가를 하는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