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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박하 Dec 17. 2019

이상한 글을 썼어요.

요즘은 정말 좋은 문장을 쓰기가 힘들더군요.





이상한 글을 쓸 거예요. 누구도 읽고 싶어하지 않겠지만… 쓰는 것이 제 숙명인가봐요.


시간을 낭비한 건 아니에요. 뭐라도 하긴 했죠. 다만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뿐이에요.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왔어요. 결과가 있어야 하죠. 무엇을 하든 성과가 중요하지 않겠어요. 쉽게 우울해지고 쉽게 지치는 나는 결과가 없어요. 무언가를 하긴 했어요, 분명히. 노력을 했죠. 그런데 무슨 짓을 해도 내 삶을 유지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삶을 유지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답니다. 무엇을 하든 생계 유지를 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하는 일들은 대체로 생계 유지에 도움이 안 된답니다. 그런 것들만을 하고 있지요. 도움이 안 되는 것들.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에요. 나는 바보 같은 짓들만 골라서 하고 있나요?


저는 제 인생이 웃기지 않아요. 희극적인 요소는 단 하나도 없죠. 그런데 어떻게 멀리서 볼 수 있죠? 저는 제 삶을 멀리서 볼 수 없는데요. 너무 가까워서 좀 떼어내고 싶지만 떨어지지 않는 게 인생인걸요. 내 인생은 희극이 아니에요. 그런데 뭐가 우스워서 웃고 있어요?


내 노력이 부족했던 걸까요?


당신에게는 이게 웃겨 보이겠죠. 한심해 보일 거예요. 정말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들이에요. 나는 소용 없는 것들만 깊게 파고 있어요. 도움이 되지 않아요. 나는 나에게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막연한 행운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저 막연히, 언젠가 올지도 모르는 것들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내가 죽은 뒤에 올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빨리 죽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곤 하죠. 역시 죽는 것이 답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소설에서도 그렇잖아요. 어떻게 굴려야 할지 모르는 인물은 죽이곤 한답니다. 그럼 모든 게 해결되거든요.


분명히 내가 뭔가를 잘못 선택한 건 맞아요. 나는 잘못된 것들을 골라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모르겠어요, 내가 어느 쪽으로 무엇을 노력해야 하는지. 나는 다만……. 그래요. 이제 와서 이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아무도 관심 없는 우주를 굴리고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외로워지고 우울해지죠.


누구도 관심이 없거든요. 누구도…….


이 광막한 곳에 홀로 있다 보면 누구나 미치지 않겠어요?


이 텅 빈 우주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아요. 이 세상에 오직 혼자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어디에든 갈 수 있는데 어디에도 갈 곳이 없어요. 이런 외로움과 이런 쓸쓸함…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어요. 글을 쓸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글만 쓸 수 있으면 그냥… 모든 게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말하고 싶은 걸 말하고, 생각하고 싶은 걸 생각하고. 무엇을 써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엇이든 쓸 수 있을 것 같았죠. 저는 쓰는 데에 자신이 있었어요. 그건 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고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있었어요. 그런 것들은 흔한 것이더군요.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흔해빠진 건 어떤 장점도 되지 못해요. 저는 너무나 평범하고 너무나 무난한 사람이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무엇도 나를 구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무엇에게도 구원받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도 나를 구해줄 수 없고 무엇도 나를 구해주려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걸 무슨 기분이라고 하나요? 버려진 기분? 버림받은 기분? 홀로 된 기분? 모든 세상의 우울함을 다 떠안은 기분이에요. 우울하죠. 안 그런가요? 나는 우울해요. 이런 우울을 쓰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럼 나는 평생을 우울해야 하는 운명 속에서 살고 있군요. 이런 것을 쓰고 싶었던 게 아니었나요? 저는 무언가에 대해 쓰고 싶었지요. 무언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들. 당신으로 하여금 나도 그래, 라고 말하거나 이럴 수 있어? 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 이럴 수 있어요. 이런 사람도 있거든요. 하고 말하고 싶었어요. 나는 왜 스스로를 망치지 못해 안달이 난 것처럼 굴고 있을까요? 저는 망가진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는데……. 누구나 그렇잖아요. 누구나 성공한 삶을 살고 싶지 않을까요? 성공하고 싶지는 않더라도, 평범하게는 살고 싶지 않을까요? 그런데 성공은 어렵고 평범은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노릴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그저 그렇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해요. 시작하기도 전에 좌절부터 하죠. 아. 나는 무슨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이상한 글이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좀 더 읽을 수 있을 만한 글을 써 보려 노력할거예요. 좀 더… 의미 있는 글을 써보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을요. 그런 글이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싶어하겠지요. 그런데 제가 쓸 수 있을까요? 저는 우울한 사람이라 우울한 글밖에 쓰지 못해요. 이렇게 불행과 우울을 전시하는 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떤 망가진 삶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반면교사. 타산지석.


스물 여덟살 까지만 살아보려고요.


천재들은 그 때 요절한대요. 천재들도 요절하는데, 제가 살아야 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그냥 그 때까지만 살아 보려고요. 윤동주도 고흐도 다들 죽었는데 제가 왜 살아야 하겠어요. 모르겠어요. 이유를 찾아보려 했고 만들어 보려 했는데 그건 찾을 수도 만들 수도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만들어 보려고 기를 썼지만 제가 만드는 것이 다 그렇듯, 의미 없었어요. 저는 무의미한 것들만 만들고 있거든요. 창작을 하죠. 그리고 상상을 해요. 만들어 낸 것은… 네. 어떤 비극적인 것인데, 당신이 보기엔 좀 우스울 거예요. 멀리에서 보면 희극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그래요. 이건 제게 비극이에요. 너무나 비극인데… 당신은 웃길 거예요. 어쩔 수 없죠.


삶이 지루하고 진부해요. 지긋지긋하고 지겨워요.


이런 삶을 살아서 무엇 하죠? 저는 우울을 전시합니다. 이런 것을 덕지덕지 벽에 붙이고 처바르고 넋을 잃습니다. 요즘은 정말 좋은 문장을 하나도 쓰지 못하는 기분이 들어요. 다들 어떻게 살고 계시나요. 제 시간에는 전혀 진전이 없어요. 열댓살 그 때에서 멈춰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생각도. 무엇도. 모든 것이. 모든 것이. 멈춰 버렸어요. 더 이상 자라지 않아요. 어딘가로 달아나고 싶어요. 그런데 어디로 가죠?



가끔… 그래요. 달아날 곳도 없죠. 막막해요. 이런 막막함 속에서 모두 살고 있나요? 어떻게 버티고 계시나요? 버티고 있나요? 저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요. 포기하는 것도 방법인가요. 그렇다면 다 포기해 버리고 싶어요. 저를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저를 감당할 수가 없어요. 책임지고 살기에는 모든 것이 잘못되어 가고 있거든요. 일찌감치 손 털고 나오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이런 우울 속에서 견디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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