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아론 May 25. 2017

당신의 애정 온도계는 무사한가요?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연애를 위하여!

우리 마음속에는 ‘애정 온도계’가 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차갑게 대하면 애정 온도계는 뚝 떨어지고, 열렬히 사랑해주거나 다정하게 안아주면 따뜻한 온도로 올라가죠. 일상적으로 접하는 애정이 어떤 온도냐에 따라서, 애정 온도계의 평균 온도가 높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낮은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자아가 형성되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는 애정의 온도차가 너무 크면 좋지 않다고 해요. 예를 들어 시험을 잘 보면 “너는 천재”라며 뽀뽀 세례를 퍼붓다가, 물건을 망가뜨리거나 사고를 치면 “이렇게 멍청한 아이는 필요없다”며 큰소리로 혼내고 매질을 하는 날들이 반복된다면 어떨까요. 어떤 것이 부모의 진짜 마음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점점 더 불안에 떨게 되겠죠. 아이의 애정 온도계가 오르락내리락하다가, 평균적인 애정의 온도를 찾지 못하고 혼란에 빠지는 거예요.


20대에는 애정 온도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바로 연애인데요. 고백하건대, 저의 20대 초반 연애를 돌아보면 평온한 날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함께 있는 게 너무 좋아서 수업도 땡땡이 치고, 약속도 요리조리 피해 다니고, 부모님께 거짓말까지 하면서 내내 붙어 있으려고 했죠. 좋아한다고 표현하고 또 표현해도 모자라서 발을 동동 굴렀고요. 그러다 어떤 부분에서 부딪히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으르렁대고, 날카로운 말을 내뱉었습니다. 상대가 나에게 소원해진 것 같으면 곧 헤어질 사람처럼 싸늘하게 굴었던 기억도 많아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감정 콘트롤이 평소보다 쉽지 않고, 그 사람의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릴 수 있죠.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저는 상대방을 위해 그걸 고치려고 노력해본 적조차 없었어요. 왜냐면 그런 모습이 뜨거운 사랑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안온하고 매일이 무사한 애정은 (좀 과격하게 말하자면) 시시하게 여겼고요. 들끓듯 뜨거운 사랑만이 진짜라고 믿었던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요.


하지만 우리 인생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잖아요. 우리의 연애 또한 120분이나 18부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지속되는 것이죠. 몇 번의 연애를 거치면서, 나는 왜 늘 연애할 때마다 이렇게 불안정할까 고민했었는데요. 제가 깨달은 건요. 그동안 내 마음속의, 연인 관계 사이의 애정 온도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에요.


멋대로 차가웠다 뜨거웠다 하면서 상대방은 생각하지 않고 전부 다 표현하다 보니, 나 자신은 물론이고 사귀는 사람까지도 불안하게 만들어버린 거죠. 그런 관계가 계속되면서 점점 온전한 애정을 주고받으리라는 확신이 없어져버렸고요. 우리의 애정 온도계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그 사람과 내 애정 온도가 잘 맞춰지고 있는지. 그런 것들을 확인하고 돌보면서 우리 사이에 믿음을 쌓아가야 한다는 걸, 그때는 몰랐어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연애를 하고, 인생의 동반자가 된다는 건… 어쩌면 각자의 애정 온도계를 하나로 합치려는 영원한 노력이 아닐까 싶어요. 예전에는 상처받는 일이 있거나 내 애정이 좀 식어 가면, 말없이 그 마음을 알아주기만 바랐어요. 그래도 몰라주면 전혀 상관없는 일로 화내거나, 갑자기 연락 두절이 되기도 했고요.


하지만 지금은 내 상태를 전하기 위해 열심히 설명해요. 우리의 애정 온도를 다시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거죠. 반대로 나는 너무너무 기분 좋고 행복한데, 상대는 그렇지 않은 것 같으면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질문을 하고 대화해요. 그렇게 우리의 애정 온도를, 끊임없이 신경 쓰는 거예요. 각자의 감정과 생각을 더 많이 표현하고 설명하면서요.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죠. 하지만 애정 온도계를 공유하고 있다는 믿음이, 둘 사이의 불필요한 불안이나 다툼을 사라지게 할 거예요. 그게 바로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연애를 위한 길! 아닐까요?


Illustrator 김은미

매거진의 이전글 연애를 망설이는 당신, 왜 일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