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지나며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나 글의 주제는 주로 구글 KEEP에 저장해 둔다. 아이폰 메모앱도 가끔 사용했는데 오늘 오랜만에 앱을 열어보니 수년 전에 이것저것 남겨둔 생각과 단어의 조각들이 남아있었다.
그중에 내용은 없이 저장되어 있는 이 문구가 오늘의 글의 제목이 되었다.
돌파가 되지 않는 삶의 국면
내가 지금 그 국면에 맞닥뜨린 것 같아서겠지. 돌파가 되질 않네. 발버둥을 쳐도, 여유로운 척 웃어도, 이 상황이 돌파가 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이 상황을 낙관했던 과거의 내가 원망스러울 정도다.
아무도 내 심정을 모르겠지. 이렇게 애타고, 좌절하고, 매일 상심하고 불안한 마음을. 번잡스럽고 웃고 떠들 때에는 나조차도 내 마음을 들여다볼 새가 없다. 매일 잠에 들기 전, 혹은 다들 바빠 보이는 사람들 틈 바구니에 그냥 있는 나를 볼 때 나는 깊게 우울해진다. 우울하다고 말하고 표현하는 것이 다른 이들에게 우습게 보이는 것 같아 드러내지 않는다. 나는 남들에게 보이는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이라는 걸 이런 때 또 깨닫는다.
계속 이렇게 지낼 수는 없다. 새로운 어떤 것을 해야 한다. 아니라면 내가 그동안 거들떠보지 않았던 것이라도 자존심을 내려놓고 시작해야 한다. 생각을 계속하고 있지만 단 한치의 실행도 못하는 나.
그래도 내가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생활이 길어지고 늘어져도, 단 한치도 나를 나무라거나 몰아세우지 않는 나의 부모님 덕분이다. 나는 언제나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운 딸이었다고 자부하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겠지. 숨고 싶다. 그렇지만 그럴 수 없지.
돌파가 되지 않는 이 상황을 외면하고 도망칠 수는 없다. 나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 나는 내 몫의 일을 해내고 삶을 감당하는 책임감 있는 어른이니까.
잘 버티기 위해, 그저 쓰러져서 누룽지 같은 하루를 보내지 않기 위해 차곡차곡 일상을 잘 쌓아가려고 한다. 운동을 하고 숲에서 산책을 하고 새를 관찰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어야지. 영어 공부를 하고 나에게 있는 이야기를 무언가로 만들어내야지. 인스타 속의 사람들만 바라보고 있지 말아야지. 다른 사람을 보고 부러워하지 말고 나의 길을 찾아야지. 주어진 일을 기쁘게 감당해야지.
이 말씀을 믿고 이 터널을 지날 것이다.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 같이 나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