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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선택하는 은퇴를 위하여

김희진, 임명옥, 황연주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by Swimmer in the Forest

스포츠를 좋아하는 오빠를 둔 여동생이라면 누구나 알고 싶지 않아도 어느 정도 스포츠 현황은 기본적으로 알게 되어있다. 야구 어느 팀이 잘 나가는지, 누가 가장 제일 수퍼스타인지, 우리나라 어느 축구 선수가 유럽 리그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고 있는지 같은 정보 말이다. 그래서 친구들을 만나면 어쩐지 스포츠 현황 술술 읊는 사람인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요란한 빈 깡통 같은 사람이다.


이런 내가 주체적으로 스포츠를 좋아하고 찾아보고 열광하게 된 종목은 여자 배구이다. 이전에도 국제 경기(주로 올림픽)에서 여자 배구는 꼭 챙겨보기는 했었지만 김연경 말고는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결정적으로 배구에 빠지게 된 계기라면 역시 도쿄 올림픽이겠다. 그 중에서도 일본전이다. 이때부터 박정아 선수에게 빠져서 지금까지 열렬한 선수의 팬이다.


경기를 챙겨보고, 좋아하는 선수와 팀이 생기고, 나름 분석도 하고 평가도 해본다. 시즌이 끝나면 매일 저녁을 채워주던 시간이 텅 빈 것 같아 헛헛한 마음이 들곤 한다. 주위에 여자 배구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설명하고 인스타에도 꾸준히 포스팅한다.


비시즌이기 때문에 눈에 띄는 배구계 소식은 없지만 가장 마음이 쓰이는 소식은 베테랑 선수들의 이적 소식이다. 특히 한 팀에서 오랫동안 활약했던 선수들이 팀을 옮겼다. 김희진이 IBK를 떠나고, 황연주가 현대건설을 떠나고, 임명옥은 도로공사를 떠났다.


그들의 인터뷰나 관련 기사를 읽어보면, 배구를 얼마나 하고 싶어하는지, 열정적인지 느낄 수 있다. 베테랑 선수의 자존심을 어느 정도 접어두고, 충분히 더 뛸 수 있는 본인들의 능력을 선택한 사람들. 은퇴는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는 그 마음.


배구의 김연경이나 야구의 이대호처럼 은퇴투어를 돌며 모든 팬들과 구단의 축하를 받으면서 은퇴를 할 수 있는 선수가 얼마나 될까. 김연경과 같은 화려한 은퇴는 아니더라도, 본인이 납득하고 선택할 수 있는 은퇴를 하기로 한 그들을 응원하고 싶다.


구단도 구단의 나름의 사정이 있을테고, 세대교체는 어느 팀이나 목표로 하고 있는 마일스톤 같은 것일테니 구단을 비난할 수는 없을테지만 그렇다고 팀을 이끌어온 베테랑, 레전드로 불리는 선수들이 밀려나듯 팀에서 나오는 것은 안타까웠다. 지난 시즌 황연주 선수가 경기에서 활약을 할 때마다 '황연주 선수가 한창 때는~' '전성기 때는~' 이런 해설이 아쉬웠던 것도 같은 이유일테지.


실업팀-프로팀 퓨처스 리그 경기가 있는 시즌이라 경기 결과를 찾아본다. 김희진 선수가 노란색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은 것을 보는 것이 아직 어색하다. 그러나 곧 익숙해질테지. 온전하지 않은 무릎 상태로 올림픽 국가대표 경기를 모두 뛰었던 김희진 선수를 기억한다. 그것은 그저 국가대표의 명예라기보다 책임감의 마음이 가장 컸을테다.


스스로 선택하는 은퇴를 하기로 결심한 세 선수를 진심을 담아 응원한다. 다음 시즌 더 많은 경기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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